인디언 이야기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광활한 평야를 달리다가 종종 말에서 내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쉰다고 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기만 하다가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봐 영혼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달려온 곳을 한 참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타고 달려 나간다는 것이다.‘

취임 1개월을 보낸 원희룡지사에게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는 그저 한 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원지사는 31일, 취임 1개월간의 소회를 피력했다. 기자 간담회자리에서다. “1분 1초가 아쉬운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했다.

취임 후 1개월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차출돼 제주도지사 출마선언을 한 후, 선거를 치르고 오늘까지 차분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엮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이었을 것이다.

쫓기듯 달려온 지난 4개월간의 피로는 숙변처럼 쌓였을 터였다. 몸은 천근의 무게로 가라않았고 마음은 바스러질 정도로 고단하여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7월 24일 저녁도 그랬다. 제주항 제7부두 광장에서다. ‘세월호 참사 100일... 백건우 영혼을 위한 소나타’ 연주회에서 였다.
초저녁인데도 연주도중 원지사가 ‘꾸벅 꾸벅 조는 모습’이 목격됐다.

“얼마나 피로가 겹쳤으면 저렇게 졸음을 이기지 못할까”, 속삭이는 듯 옆 좌석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말 그대로 안타깝게 마음에 전해졌다.

이는 원지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조언이 아니더라도 고단한 몸을 추스르고 지친 영혼을 맑게 어루만지는 ‘힐링 시간’은 원지사에게는 원기회복의 보약이 될 것이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심신을 재충전하여 다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앞을 보고 내달리는 ‘인디언 이야기’를 화두(話頭)에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술자리 담론(談論)을 모아 이야기하자면 ‘원희룡 도정 한 달의 점수’는 후하지 않다. 기대 이하다. “기대했다가 실망했다”는 볼멘소리가 왁자하다.

협치 담론의 애매모호 성, 강정 해군 기지 해법의 엉거주춤, 정무직 위주의 그림자부대 편성, 검증 없는 제주시장 임명 논란, 대안 없는 중국자본에 대한 거부감 등등에 대한 설왕설래는 원지사의 의도에 관계없이 마뜩하지 않게 다가서는 실망의 그림자인 것이다.

험한 소리도 거침이 없다. 더 독하고 칼칼하다. ‘전국 최고 똑똑이’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독선과 오만에 물들기 시작했다는 비판인 것이다.
오만과 독선은 원희룡 도정이 가장 경계해야 할 독극물(毒劇物)이다.

자기모순에 빠져 정체성과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가령 도민통합을 내세우며 반대진영에 있던 낙선 경쟁자를 새도정 인수위원장에 추대한 것은 시시비비에도 불구하고 신선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만든 추진 정책 과제들이 공약사업 실천위원회에 의해 여지없이 추방당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도정 인수위와 공약사업 실천위의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측근 배제, 선거공신 격리‘ 인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면서 정무직 인사와 관련해서는 ’비전과 철학을 공유한다‘는 미명아래 사적 이너서클을 중용하는 모순적 이중성을 드러냈다.
공직사회의 정무직과 일반직을 편 가르는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그런데도 원지사는 그동안 부지런히 업무를 파악하고 시급한 조직개편, 추경예산안 작성, 태풍피해 등 긴급현안 대처, 13개 중앙부처 방문 제주현안건의 등 “1분1초가 아쉬운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취임한 달을 회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원지사의 부지런 떨기’로만 비쳐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심상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부지런에 대한 진정성이 원지사를 지지했던 도민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한 달 원희룡 도정에 대한 평가나 호불호에 관계없이 이제 좀 휴식을 취할 때가 됐다. 자신을 위한 여름휴가나 겨울 휴가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지나온 취임 1개월보다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11개월을 원기 왕성하게 보내려면 그래야 한다.
자연인 원희룡의 영육간 건강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제주의 미래가치도 더 소중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만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쉴 줄만 알고 일 할 줄 모르는 사람 역시 모터가 없는 자동차와 같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했다.
일과 휴식의 상관관계를 쉽게 풀이한 헨리 포드의 명언이다.

 

아인스타인이나 작곡가 존 레이 등 인류를 위한 업적을 쌓았던 걸출한 이들은 휴식에서 영감을 얻고 휴식에서 성취의 추진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감히 조심스럽게 빌어다 쓰는 말이지만 ‘예수도 조용한 곳에서의 휴식이 필요했다’고 했다.

“지사님, 제발 여름휴가 좀 다녀 오시라”고 권유하는 이유는다른 데 있지 않다.

지사의 몸이 튼튼하고 마음이 건전해야 제주도가 건실하고 제주도가 건강해야 제주도민이 편안하게 보다 나은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오늘이라도 “당장 배낭을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사나흘 정도만이라도 휴식의 시간을 갖고 지치고 고단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면 개인을 위해서도 제주를 위해서도 좋은일이다. 어떤 광고 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은 떠나라’.

‘푸른 언덕에 배낭을 매고,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조용필이 부른 ‘여행을 떠나요’가 절실하게 와 닿는다.

3~4일간의 휴식을 통해 심신을 재 충천하고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새 도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제주시장의 거취를 분명하게 정리하고 강정해군기지 문제, 중국자본문제, 8월 인사문제 등을 슬기롭게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휴식도 전략이다.

스마트 폰에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을 담고 가볍게 스치듯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시집 한 권쯤 덤으로 끼워 넣을 요량이 있다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이 무디어 질 때마다 찾아 읽는 시집 한권을 추천하고 싶다.

류시화 시인이 모아 엮은 자연에 대한 잠언시집,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이다.
거기에서 겸손을 배웠고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익혔으며 지친 영혼을 위로 받을 수 있었기에 그렇다.

‘헤르만 헤세'의 ’별 하나 잎 하나'도 거기에서 만난 시다.

‘그러므로 너는 온갖 것에
형도 누이도 되어야 한다
온갖 것이 네 몸을 뚫고 들어 갈 수 있도록
네가 내 것 네 것을 구분하지 않도록

별 하나 잎 하나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과 함께 사라져야만 한다
그리할 때 너는 온갖 것과
시시각각으로 부활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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