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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과 민도(民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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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과 민도(民度)
  • 김덕만
  • 승인 2014.09.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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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만 시사평론가(前 국민권익위 대변인)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은 회기 중에 등원을 보장하는 면책특권과 함께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다. 즉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체포·구금됐을 때는 국회요구가 있으면 석방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지난 1603년 전제군주에 맞섰던 영국 의회에서 처음 법제화됐다.

그 뒤 미국의 연방헌법에 성문화됨으로써 헌법상의 제도로 발전했고 각국의 헌법에 수용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48년 건국헌법 때부터 명문화했다.

행정부(검찰)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기능을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남용 및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소위 방탄국회 소집 등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3일 철도 부품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현실을 보라.

송 의원은 철도부품 납품업체 AVT 대표로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6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등 무위도식해 온 국회의원들이 "우리가 남이냐"며 국민들의 분통 터지는 짓을 해대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여야 모든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굳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송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처리는 특권포기 약속이 공염불이었음을 드러낸 꼴이 돼 버렸다. "방탄국회는 없을 것"이라던 여야 지도부들도 결국 표결에서는 동업자 의식을 내세워 자율에 맡기는 표리부동의 태도를 보였다.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향유는 이번만이 아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지금까지 총 56회 제출돼 19회만 가결되고 나머지는 부결됐다. 이러한 상황은 제식구 감싸기 공범의식이 발동된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군사정권 등 권위주의 정부 시절 입법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불체포특권은 이제는 범죄 혐의자를 보호하는 집단이익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으니 정치혁신과 의회청렴문화 제고를 위해 철폐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회의원 스스로 특권을 안 내려 놓으면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저항이 점점 거세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입법특권 집단인 국회의원들의 비리부터 척결해야 사법 행정부의 비리도 근절할 명분이 생긴다.

긴 추석 연휴동안 지역구에 다녀온 국회의원들은 추석민심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세월호 사태 장기화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과 '수개월 동안 무위도식하는 국회가 특권까지 누리는 것에 대한 심각한 반감(反感)'정서를 말이다. 그리고 국회에 돌아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따가운 민초들의 시선을 통해 배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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