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원리는 독학으로 마치고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직접 환자를 보며 경험을 쌓아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에서도 포기한 환자를 회생시킬 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도 적지 않다.

또한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를 통증에서 구해내어 생을 정리할 여유를 갖게 도와주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죽을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면허 침구인을 싸잡아 돌팔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따지고 보면 이것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다. 국내 굴지의 병원과 최고의 의사들조차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포기한 환자가 아니었던가.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으나 환자를 통증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해 주는 것도 대단한 실력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례로 말기 암 환자에게 의사가 처방하는 진통제들은 모두 강한 마약 성분의 약물들이다.

그나마 내성이 생겨 갈수록 용량을 늘려야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처방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재야 침구인들은 침과 뜸만으로 환자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준다.

#침구인 구제 방법 서둘러야 한다

정확한 수치를 잡을 수는 없으나 현재 활동 중인 무면허 침구인의 수는 20~3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무면허 침구 행위로 고소·고발을 당한 사람의 수가 말해 주는 수치이다.

이처럼 무면허 의료인의 실력을 검증하여 제도권 안으로 흡수할 방법이 없다보니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명의라는 칭찬이 어울리는 의원을 만나거나 돌팔이에 사기꾼을 만나는 일은 그저 환자의 운에 달려 있을 뿐이다.

피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침구사 자격증을 미끼로ㅗ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자가 나타나 침구계를 흐리고 있다. 우리나라 안에는 많고 많은 침구 관련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오로지 침구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정진하는 단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많은 수는 혹세무민하여 돈을 벌어  보려는 이른바 사기꾼들이다. 이들 모리배가 흔히 사용하는 미끼는 한의대를 졸업하지 않고도 침구 자격증이나 면허를 취득하는 길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침구술을 연마하고 관련 면허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길이 한의대를 졸업하는 것뿐이다 보니 이런 미끼를 던지면 옥석을 가리지도 않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침구술 시험인 미국의 NCCAOM과 중국의 국제침구수평고시를 이용하기도 하고 그들이 청원했던 의료법 개정 청원서를 써먹기도 한다.

 NCCAOM과 국제침구수평고시를 미끼로 한 일련의 사기극은 교육개방정책이 시행된 이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새로운 체제로 출범하면서 시작된 도하 개발 아젠다(DDA)는 무면허 침구계에도 큰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루과이라운드의 쌀 시장 개방 압력처럼 2005년부터는 의료를 포함한 12개 서비스 시장의 문을 열어 줄 수 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도하 개발 아젠다를 명목으로 WTO는 국내에서 취득한 면허만을 인정하는 한국의 의료법에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다. 모리배들이 노리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회원국들의 면허를 인정하기 전에, 미리 해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선전을 해댄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분별한 사대주의로 인해 국내 전통의학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고, 면허 혹은 자격증은 있으되 실력은 없는 외국계 침구사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잡히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침구술 교육을 제도화하여 실력 있는 후진을 조속히 양성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실력있는 무면허 침구인들을 구제해야 한다.

재야 침구인 중에서 옥과 석을 가려내어 실력이 뛰어난 이에게는 그에 알맞은 대우를 해주고, 실력이 없는 자는 엄중하게 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역사 속 곳곳에서 능력 있는 재야 의료인들을 제도권 내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경험론적 침구술의 대가 허임, 번침법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형익, 오행침법을 개발한 사암도 따지고 보면 비제도권 출신이요 재야 의원이었다.

신분의 장벽이 높았던 시대에도 뛰어난 의료인이 널리 쓰일 수 있는 문은 열려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연구하여 거기에서 새로운 도리나 지혜를 발견했다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 않을까.

#법보다 유권해석?

의료법 어디에도 한의사가 침과 뜸을 시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침과 뜸은 우리 전래의 의술이며 전통의학의 한 분야라고 믿어왔기에 국민들은 이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침과뜸은 한의사의 업무 영역에 포함된다는 규정은 의료법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한의사의 업무 한계를 규정한 조항은 의료법 제2조 3항으로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는 매우 간략한 문장 하나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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