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 이야기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술을 즐겨왔다. 오늘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제주를 포함한 전국 16개시도 성인남녀 1800명을 표본으로 한 ‘주류소비행태 조사(2011)‘에서 응답자의 76.7%가 월 1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했다.
국민 열사람 중 일곱 여덟이 술을 즐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응답자의 60.2%가 ‘술’하면 ‘소주’가 떠오른다고 했다. 다음은 맥주(28.8%), 탁주위스키(1~3%)였다.
가장 많이 찾는 주류 역시 소주(47.8%), 맥주(35.5%), 탁주(막걸리)(3.9%)순이었다.

기분 좋아 한잔, 기분 나빠 한잔, 기뻐 한잔, 슬퍼 한잔, 술, 특히 소주는 지금도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서민주(庶民酒)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한 잔 술에 근심을 씻어버리고 서먹한 관계를 진득하게 엮어주는 술이 모든 세상살이에 득(得)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독(毒)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일찍이 그리스 시인 아리스토 파네스는 ‘술은 연애를 양육하는 우유’라 했다. ‘술은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도 있다.

‘로맨틱 무드를 살릴 때(42.1%)’,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고 취중 진담으로 사랑을 고백할 때(39.3%)’ "술이 필요했다"는 어느 모바일 리서치 조사매체의 '연애 경험 남녀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대로라면 술은 ‘연애의 자양분’이거나 ‘사랑의 묘약’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심하시라. ‘술은 악마의 피’도 된다.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양처럼 온순하다가도 마실수록 점점 거칠어져 포악하고 결국 미처 날뛰는 지경에 이른다고 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기분 좋게 적당히 마시면 ‘사랑의 묘약’이 되기도 하지만 도가 지나쳐 인사불성이면 ‘악마의 피’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나 다름없다.

앞글이 길어졌다. 시방 제주에서는 ‘제주 판 알코올 전쟁’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60여년 제주 주류산업을 석권해온 전통의 ‘골리앗 소주 회사 한라산’과 품질과 신기술을 무기로 한 신예 ‘다윗 소주회사 제주소주’가 ‘소주 상표권 싸움’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신생 (주)제주소주는 지난 2011년 10월 국세청으로부터 조건부(1년 이내 생산설비 공사 착공·3년 이내 생산설비 완공)주류제조 면허를 받았다.

면허조건대로 생산설비를 완비한 (주)제주소주는 지난 8월6일부터 생산설비 준공과 함께 ‘제주올레소주 곱들락(알콜도수 18도)’과 ‘제주올레소주 산도롱(알콜도수 20.1도)등 2가지 제품을 생산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반해 60여년 전통의 (주)한라산은 그동안 ‘한라산 순한 소주’ ‘허벅 술’ 등을 생산시판하며 해외 6개국에까지 수출시장을 확장하는 등 제주도내 소주 업계 독점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주)한라산은 9월14일자로 기존 ‘한라산 순한 소주’의 이름을 ‘한라산 올래 0lle'로 바꾼다고 밝혔다. 독점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미 지난 8월6일 출시한 (주)제주올레소주를 씹어버리겠다고 탐욕의 이빨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2008년도에 ‘올래’라는 상표 등록 후 6년 넘도록 제품화되지 않은 제3자 소유의 상표권을 지난 7월2일 (주)한라산에서 매수하고 이를 ‘한라산 올래 olle)로 상품화하여 9월 중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제주 올레 소주’와 ‘한라산 올래‘간 법정 공방이 예고되고 있는것이다.
이미 양자 간에는 제주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청에는 ‘불사용 취소 심판’, ‘권리범위 확인 심판’ 뿐 아니라 (주)한라산에서 (주)제주소주를 상대로 상표상용에 관한 형사고발까지 한 상태다.

이를 지켜보는 도민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기득권을 가진 60여년 전통의 독과점 기업이 신생 기업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려고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애덤 스미스는 “기업인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도덕 감정(Moral sentiment)’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도덕 감정‘은 고도의 도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절제된 이기심‘을 말하는 것이다. “이기심에 의해 경제행위를 하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라“는 주문이다. 탐욕으로부터의 절제를 의미한다.

그래서 ‘골리앗 기업 한라산’의 ‘신생기업 제주소주 옥죄기’는 썩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법적 판단에 관계없이 드러나는 상표권 분쟁의 전후 사정을 듣고 보는 상식적 도민의 판단으로는 그렇다.

신생기업의 제품 출시를 막으려고 제 빠르게 제3자의 상표권을 사서 상대의 발목을 잡는 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도민의 입장에서는 ‘덩치큰 골리앗의 옹졸하고 꾀죄죄한 비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적절하게 제어되지 않는 무한독주는 사회를 승자 독식의 탐욕과 약육강식의 정글로 몰아 넣는다”는 케인즈의 경고는 오늘에도 유효하다.

따라서 약육강식 정글의 탐욕보다는 우수한 품질과 양질의 서비스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이다.

‘제주올레 소주’와 ‘한라산 올래’ 명칭의 소주를 각각 출시하여 품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봉사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상생 협력’을 주문하는 도민일각의 뜻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애주가)가 듣기에는 ‘제주올레 소주’와 ‘한라산 올래’는 그 음역과 의미에서 각각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올레’ 또는 ‘올래’ 자체만으로는 동의어지만 각각 ‘제주’와 ‘한라산’을 결합했을 때는 어감이나 음감이 다르다. 느낌역시 다르다.

혼돈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고 오히려 브랜드 가치에 대한 선택지를 높일 수  있는 상표일 수도 있다. 제주어(語) '올레'는 보통명사다. 특정 누구가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 것이다.

지금 제주에는 음식점 관광업소 등 각종 사업체에서 '올레' 상표를 걸고 영업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모바일 그룹 KT까지도 '올레(OLLEH)를 제품 홍보에 활용하고 있지 않는가.

'‘결합상표 유사성’에 대한 국세청의 심사에서 디테일한 심사분석틀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민사회에서는 두 소주회사의 싸움을 단순한 상표권 분쟁으로만 보지않는다.
양측회사의 전·현직 대표는 제주상공회의소의 전·현직 회장이다.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당시의 “감정적 앙금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해묵은 감정싸움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제주상공인을 대표하는 제주경제 영역의 리더들이 제주경제 발전의 퇴행적 걸림돌이 된다면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민경제에 대한 배신이며 도민에 대한 반역이기도 하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야만적 무자비함보다는 “우리 함께 가자”는 상생의 윈-윈 전략이 필요한 때다. 해묵은 감정을 풀고 제주주류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유연한 동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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