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사 자격없는 한의사 침구시술 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의 판례지만, 대법원 판례도 침구사 자격증이 없는 한의사가 침구를 시술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1961년 10월 대법원은 판결(대법원 판결4292 행상 122호)을 통해 ‘침구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는 한의사가 침술이나 구술을 실시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1970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아무리 지식이나 기술면에서 해당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자격증 소지자가 아니면 의료행위를 못하는 것처럼, 한의사라 해도 그가 침구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침구시술을 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전략)…광의의 한방 의료방법에 대하여 면허를 가지고 있는 한의사는 침구시술행위를 하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료법에 의한 동법 제 2조에 한의사의 임무를 규정하고 제60조에 침구사 면허를 자격에 따른 침구 시술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침구 시술행위가 광의의 한방의료 행위에 속하기는 하지만 침구 자체의 독특한 한방 의료상의 기술 등을 고려하여 침구 시술에 대한 별도의 면허 및 자격 부여를 규정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따라서 일반 한의사는 침구에 대한 자격이 없는 한 시술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해석된다. 이는 서구식 의료방법에 있어서 일반외과의가 이비인후과나 치과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과 같다…(후략)

#기회균등의 원칙도 사라진 한국 의료계의 현실

보사부 당국은 침구사 제도를 폐지하고 침구술을 한의학의 한 분야로 통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우선 정기교육과정이 아닌 일반 강습소에 단기간 교육이수 후 자격을 취득한 침구사의 침구 시술행위가 국민보건에 적지 않은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침구 시술행위는 고귀한 인명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로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침구술을 과학적·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한의과대학에 흡수 통합시켰고 한의사로 하여금 침구 시술행위를 하도록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사부의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다. 안전하게 침과 뜸을 시술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해 내기 위한 노력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행정당국이 그 역할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증거와 다름없다.

침구사 양성기관의 교과과정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기간의 교육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교육 연한을 늘리면 되는 일이다.

또한 침구술을 과학적·체계적으로 연구하도록 하기 위해 한의과대학에 흡수 통합시켰다는 주장 역시 행정관계당국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국내 한의대사 아직도 첩약 중심이며 다른 나라 한의대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침구에 할애하고 있음을 행정당국이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의 이같은 견해는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의 취지에 어긋나며 학벌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처사이다. 제아무리 한의사라 하더라도 침구술을 배우는데 투자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강습소에서 단기단의 교육을 마친 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침구 시술권은 어디로 가 있는가?

부산지방법원 황종국 판사는 ‘법률적으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침구 시술권은 공중에 뜬 상태이며, 어느 한 집단의 직역(職域)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의료 관계법인 국민의료법 시대에는 분명 의료유사업자인 침구사에게 침구 시술권이 있었지만 현행 의료법안에는 침구 시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은 1962년 국민의료법을 의료법으로 개정하면서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정을 없애버리고, ‘당시 의료유사업자의 자격과 기타 의료상의 권리 동법(여기서는 개정된 의료법을 말함)에 취득한 것으로 한다’는 경과 규정을 두어 이전에 침구사 자격을 취득한 자의 기득권만 인정했다.

동시에 보건사회부령 제 85조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령 제3조 및 제7조의 침구사 시험에 고나한 규정이 삭제되었는데(1962년 7월 21일), 그 바람에 우리나라는 해방 후 단 한명의 침구사도 배출하기 못하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그뒤부터 지금까지 침구 시술권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게 된 것은 시술권을 한의사에게 이양 또는 부여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이 제정된 뒤 발생한 침수 시술권에 대한 판례들은 ‘국민의료법에 있던 침구사 등의 젲도가 의료법에서는 없어지면서 부칙에서 기 자격 취득자만 보호하는 규정을 둔 것으로 보아 한의사에게 침구시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로 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해석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률 조항을 근거로 한의사 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일 뿐이다. 의료법 제정 이전에 자격을 취득한 침구사의 침구 시술권에 대해서는 보호하고 있으나, 의료법 제정 이후의 침구 시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결과 현재의 침구 시술권은 어느 한 집단의 권리나 직역이 아니며, 쉽게 말해 주인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이다. 법률적인 해석 여하에 따라 누가 해도 법률에 저촉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가 해도 위법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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