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일본열도에 태풍 제19호 "봉풍" 상륙으로 NHK TV는 오전 8시 15분부터 정규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지금도(11일 오전 6시) 전국 각지의 태풍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다.

태풍의 비상 경계 상태 속에 비에 젖을까 봐서 정중히 비닐로 포장한 14일 조간 각 신문에는 태풍특집을 능가하는 또 하나의 스포츠기사가 마치 특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3이닝이라고 모두 놀라고 있지만 저는(마운드로 가면서) 이번 회가 첫 등판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서고 있습니다."

12일 구사(球史)에 남을 명시합이라는 한신 타이거스와 히로시마 토요카프의 대전에서 오승환(32) 한신 타이거스 선수는 9회에서 11회까지 3이닝을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끝내고 12회의 0:0의 시합 결과, 한신 타이거스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니시노미야시 코시엔구장에서 9회초 오승환의 등판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한신팬들의 오승환 콜이 메아리처럼 구장에 넘쳐흘렀다. 연장전 11회 때 다시 오승환이 마운드로 향할 때 관객들은 경이로운 탄성을 질렀다.

한국에서는 5이닝까지 던지 적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2이닝까지였고 그때도 놀랍다는 평을 들었는데 긴박한 시합에서의 3이닝에 관객들의 놀라움은 감탄으로 변했다.

필자가 읽고 있는 요미우리, 마이니치, 스포츠닛폰신문의 12일자 조간에는 오승환 선수 투구폼의 사진을 일제히 게재하여 그를 격찬하고 있었다.

11일 날의 시합에서도 1:0인 9회 초에 등판하여 연속 삼진으로 세 선수를 물리치고 통쾌하게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한신이 5번이나 퍼스트스테이지에 진출했지만 전부 패했는데 이번만은 달랐다.

일본 진출 첫해에 2승 4패 39세이브로 센트럴리그 최고 구원투수가 되었으며 "석불"이라는 한국에서의 닉네임은 불변의 그의 대명사로 일본에서도 애칭으로 전수되고 있다.

일본의 양리그 센트럴과 퍼시픽리그 우승팀은 각 리그 2,3위 팀이 다시 클라이막스 퍼스트스테이지의 시합을 하여 3전 2승제에서(1승 1무를 선취한 팀도 우승) 이긴 팀과 파이널스테이지를 치르고 우승팀이 일본시리즈에서 대전하게 된다.

오승환 선수 소속의 한신은 10월 15일 센트럴리그 우승팀인 교징 자이언트와 6전 4승(우승팀은 시합전 1승이 자동적으로 부여됨)전을 교징 홈구장에서 일본시리즈 출전을 놓고 치르게 된다.

한편 퍼시픽리그 소프트뱅크 소속 이대호(32)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이면서도 롯데에서 11시즌을 뛰면서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지난 2년간 퍼시픽리그 오릭스에 있었던 이대호 선수는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해서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첫해에 4번 타자로서 당당하게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해까지만 하드라도 소프트뱅크는 불변의 4번 타자 결여로 5명의 선수가 때에 따라서 교체되었지만 이대호 선수 획득으로 그는 타율 3할, 19홈런, 68타점의 호성적으로 4번 타자의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소프트뱅크도 퍼시픽리그 2,3위인 오릭스와 니혼햄과의 대전에서 승리팀과 일본시리즈 진출을 놓고 다시 시합을 해야 한다. 현재 오릭스와 니혼햄은 1승 1패로서 마지막 한 시합에서 승리팀이 결정 나는데 태풍으로 연기된 상태여서 어느 팀과 대전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오승환, 이대호 선수가 명실공히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유감없이 그 실력을 발휘하여 두각을 나타냈고 군림하게 되었다.

센트럴과 퍼시픽리그에서 한신과 소프트뱅크가 각각 우승할 경우 오승환, 이대호 선수와의 대결 또한 새로운 화제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한국 선수의 줏가 또한 올라갈 것이다.

오승환, 이대호 선수 자신들의 활약으로 얻은 그들의 부가가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또 다른 차원에서 두 선수 활약으로 얻은 한국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고 의미 있는 일이다.

흥미본위이고 선정적인 주간지는 물론 일간지들까지 "한국때리기와 혐한 기사"가 지정란처럼 난무하는 가운데 스포츠계만은 다르다.

일본에서의 한류붐은 영상(映像)계에서 처음 일어났으며 그후 실력파 가수들의 진출로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다.

한류붐의 한계의 기우 속에서도 이렇게 잘 나가던 한류가 한.일 정부간에 독도문제를 시작으로 역사인식에 대한 견해의 정면 충돌로 일본 TV는 물론 각종 미디어의 한류 소개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스포츠계는 다르다. 수많은 관중 앞에서 직접 펼치는 선수들 스스로의 역량은 관객들의 즉석 평가에서 판가름 난다.

지금 한국 스포츠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 축구이다. 프로 축구팀이 많아서 선수 이름을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이다. 프로 골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출신 남녀 선수들이 우승을 번갈아 가면서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구기인 야구는 더욱 다르다. 관중 수가 만명선을 훌쩍 오르내리는 시합의 연속이다. 12일 코시엔 입장 관객은 정확히 4만 6815명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오승환은 영웅이 되었다.

한국때리기에 앞장서는 헤이트 스피치족이나 보수 미디어, 보수 정치가 속에도 한신팬들이 있다. 그들은 국적은 관계 없다면서 오승환의 역투에 환호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한국은 싫지만 오승환은 좋다고 말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다. 이것은 한신의 오승환 선수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소프트뱅크의 이대호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구단 오너는 한국계 일본인이고 오 사다하루 구단 회장은 중화민국(타이완. 대만) 국적으로 선수만이 아니고 경영진도 다국적이다.

앞으로 전개되는 파이널스테이지와 일본시리즈에서 한국때리기와 혐한의 주인공들의 목소리는 야구장의 오승환, 이대호 연호에 매몰되고 연기처럼 흩어질 것이다.

오승환, 이대호 양 선수는 서른 두살이라는 선배의 입장에서 일본 후배 선수들에게 지도와 조언만이 아니라 베풀기도 잘해서 인심 좋은 형님으로 통하고 존경을 받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활약은 일본 스포츠계에 새로운 스타일의 한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끝으로 양 선수에 관해서 필자가 쓴 제주투데이 기사를 첨부한다.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68928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7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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