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가 않다. 민선 6기 원희룡도정과 구성지 도의회 의장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기에 따라 기(氣)싸움이거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자존심 대결로 비쳐지기도 한다.

원(元)지사나 구(具)의장의 이력이나 퍼스넬리티로 보아, 비유하자면 ‘신관사또’와 ‘터줏대감’의 샅바싸움을 보는 것 같다.

원지사는 제주태생이지만 ‘과거(科擧)시험에서 장원급제(사법시험 수석)’으로 중앙에서 활동하다가 도지사에 당선된 금의환향 케이스다.
3선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향후 대권(大權)까지 넘보는 야심만만한 ‘신관 사또’라 할만하다.

구의장은 누구인가. 제주에서 태어나 밑바닥 공직에서 출발해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30여년의 공직생활을 했던 ‘행정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제주도의회 3선 의원으로 도의회 의장직까지 거머쥔 시쳇말로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내공이 깊은 노련한 제주토박이 ‘터줏대감’이다.

그러기에 우스개로 표현하자면 ‘원(元)사또’와 ‘구(具)대감'의 샅바싸움은 결과에 관계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새해 ‘예산안 문제‘가 갈등 표출의 원인이었다.
14일 도의회 구성지 의장이 “집행부와 의회가 예산 편성단계에서부터 사전협의를 통해 불필요한 소모적 예산 논쟁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하면서다.
“해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폭 손질하는 관행을 피해보자”는 취지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이에 도가 발끈했다. 구의장 기자회견이 끝나 몇 시간이 되지 않아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2012년부터 폐지된 소위 ‘재량사업비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라며 “구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받아쳤다.

도의 대응은 군사작전처럼 신속하고 단호했다. 숨고르기의 여유도 없이 이외의 빠른 반응이었다.
“도의회가 예산 심의 권한을 무기로 정도를 벗어난 ‘군기잡기’에 나선것”이라고 작정한 듯 도의회를 겨냥했다.

이처럼 이빨을 드러낸 도의 반격에 도의회는 어리둥절 했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다.
“협치하자는 제안을 ‘협박’으로 포장하여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치의 대상인 의회를 무시하는 작태”라는 반응도 거침이 없다.
“도지사의 방자(房子)나 다름없는 기획조정실장을 내세워 방자(放恣)하게 도의장을 욕보이려 했다”는 험한 말도 나왔다.

원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구의장등 도의회도 새누리당이 다수당이다.
그런데도 집행부와 도의회가 노골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놓고 ‘으르릉‘ 대고 있다, 같은 당에서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도와 도의회 간 갈등구조는 원도정 출범 때부터 조성됐다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수면아래 잠복했다가 ‘예산’이라는 먹잇감에 의해 수면위로 부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원지사 취임 후 제주시장 등 고위직 인사 등에서 당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감귤 1번과 논란, 제주시장 인사청문, 의원별 예산배정 문제, 도의회 임시회 소집시기 등에서 도의 정무기능이 마비돼 의회와의 소통부재 현상을 불렀고 이것이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었건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싸움을 지켜보는 도민들 입장에서는 양 쪽 모두 시답잖다.
특히 ‘예산안‘관련 공방을 보면서는 ’밥 그릇 싸움에 염치불구하고 서로 할퀴는 짓거리‘로 밖에 여길 수가 없다.

매해 그래왔지만 예산 심의에 들어가면 도와 도의회가 언제 싸움질 했느냐는 듯 한통속이다.
‘형님먼저 아우먼저’하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거나 ‘악어와 악어새’같은 ‘공생관계‘로 발전하기 일쑤다.


집행부는 선심성 편성예산을 지키기 위해 립스틱 짙게 바르고 의회에 눈웃음을 보내고 의원들은 지역구예산 확보를 위해 집행부와 얼싸안고 ‘블루스 밟기’에 여념이 없었다.

따라서 도와 도의회 간 갈등이니, 자존심 싸움이니, 하는 따위는 코미디이거나 쇼일 수밖에 없다.
샐쭉한 시늉으로 토라진 듯 하다가도 돌아서서 ‘떡반 예산 나누기 수작‘을 한다는 것이 도민들이 보아왔던 도와 도의회 간 ’예산 편성과 예산심의 법칙‘이다.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간 ‘샅바 싸움’은 그래서 예견된 빅수일 수밖에 없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러나 권력은 나눌 수는 없어도 공유할 수는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하버드대 국제문제 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조셉 나이(Joseph S Nye)'의 설명이다.
“권력이 한쪽은 이기고 다른 쪽이 지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포지티브 게임(Positive-sum game)도 있다고 했다.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쪽과 협력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도와 도의회 간 예산안 갈등이 앞에서는 ‘으르릉 거리는 호랑이 이빨’이었다가 뒤에서는 ‘갸르릉 거리는 고양이 콧소리’가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것이 권력의 포지티브 게임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두고 볼 일이다.

도지사는 선출된 ‘행정권력’이다. 도의원 역시 선출된 ‘의회권력’이다.
행정권력이든 의회권력이든 도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도민에게 약속했던 공의로운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갈등을 키우지 말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제주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제주의 미래가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치는 ‘동반권력’이 되라는 주문인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다시는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권력의 속성을 읽으면서도 되뇌고 싶은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제발 싸움은 그만두라”는 것이다. 도와 도의회에 보내는 도민들의 경고를 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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