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도의회 구성지 의장이 도를 향해 맹비난 한 이후, 오늘(22일)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새해 예산편성 문제를 두고 ‘예산 협치’냐, ‘재량사업비’ 요구냐를 놓고 의원들이 질타가 쏟아 졌다.

최근 일련의 분위기로 봐서는 제주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협치위원회 조례’가 오늘(22일) 열린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는 도지사가 제출한 ‘협치위원회 조례안’ 심사도 심사지만, ‘재량사업비’ 문제로 비화된 ‘예산 협치’ 문제가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 14일 구성지 의장이 “예산편성의 관행을 깨고, 예산의 협치 시대를 열자”며 예산편성 이전에 사전협의를 갖자는 취지의 ‘예산 협치’를 제안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을 내세워 구 의장이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회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구 의장의 회견문에는 없던 내용이 언급되면서 ‘재량사업비 요구’ 문제로 비화돼 도의회가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초선의 이상봉 의원이 먼저 시작했다.

이 의원은 “분명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는 없던 내용들이 어떻게 30분 뒤 열린 박 실장의 반박기자회견에서는 포함됐느냐”면서 “이 때문에 도민사회에서는 (도의회가) 오버해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몰아 붙였다.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은 “저희들이 의회에 반박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예산문제를 설명한다는 것이 오해가 있었다. 의원님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집행부나 저희 입장에서는 의원 한분 한분 전부 기관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예산반영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요구된 예산은) 다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음으로 고정식 위원장은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다.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다음 바로 반박 성명이 나왔다는 것은 사전에 계획했다는 것 아니냐”고 또 다시 따졌다.

또 “의장은 원희룡 도정에서 협치를 부르짖고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관행을 깨고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집행부와 사전에 협의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제안에 문제가 있다면 정무부지사나 기획실장이 찾아와서 문제점을 설명한 뒤 시간을 갖고 해도 될 문제인데, 바로 반박성명을 낸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위원장은 특히 ‘20억 요구설’고 관련해 “도민사회가 마치 의회에서 20억을 요구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의장께 확인한 결과 그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가 그런 요구를 했다는 것이냐”고 추궁했고, 박 실장은 “저간의 사정을 일일이 다 말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자 고 위원장은 “나름대로 얘기 못할 사안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의회와 소통해야 한다. 앞으로 기획조정실장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말로 의회와 소통 노력을 주문했다.

김희현 의원은 “우리 위원회에서 20억 원을 요구한 의원은 아무도 없다. 41명 다 그렇다”면서 “또 그러한 예산(재량사업비)는 원치도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잔뜩 뿔이 난 도의회 구성지 의장과 의원들은 ‘예산 협치’ 제안을 거절하면서 ‘재량사업비’를 쟁점으로 몰고 간 원희룡 도정에 격한 비판을 쏟아내며 ‘협치위원회 조례’와 산하 기관장 인사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협치’를 최대의 정책 기조로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원희룡 도정이 국회 국정감사에 이어 도의회에서도 ‘협치’ 때문에 다시 한번 곤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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