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이전해서 기대를 모았던 기업 모뉴엘이 최근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모뉴엘이 창립 이후 처음 실시한 배당에서 박홍석 대표(사진)가 7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개인 자금을 미리 빼돌리기 위해 배당을 실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해 8월 말께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들에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기말 및 중간배당을 모두 합쳐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2013회계연도 당기순이익 600억원(별도기준) 가운데 70억3000만원이 배당됐다. 상반기 실적을 300억원으로 추정한다면 순이익 대비 23% 수준의 높은 배당성향이다. 박 대표는 작년 말 기준으로 모뉴엘 지분 94.7%를 갖고 있어 당시 배당금을 거의 다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표에 대한 배당은 모뉴엘의 자금상황을 악화시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앞당기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뉴엘은 급속한 실적 성장 속에서도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오히려 줄었다. 영업이익이 2011년 383억원에서 2013년 1051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168억원에서 154억원으로 감소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부풀린 순이익으로 배당을 챙겨갔다면 분식회계 외에 횡령과 배임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잠적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박 대표는 지난 23일 제주 본사에 나타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모뉴엘 제주 본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23일 오후 5시께 박 대표가 사무실을 찾아 각 부서를 돌며 90도로 절을 했다”며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초 완공된 제주 첨단과학단지의 모뉴엘 본사에는 100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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