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 가을에 그리고 자연풍광이 뛰어난 제주의 중산간 들녘이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그 자체가 힐링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처럼 찾은 조랑말 공원은 여느 때와는 달리 음악 행사로 북적거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뮤지션들이 모여 음악축제를 열고 있었다. 탁 트인 드넓은 초원은 음악행사를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인 듯 여겨졌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분위기가 평화를 테마로 한 음악축제 임을 한층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입과 입을 통해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거나 가볍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마치 자연과 동화되기 위한 그들만의 의례를 보는 듯 했다. 자연주의를 표방한다고나 할까?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분방한 자연스러움은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되는 듯 했다.

 다시한번 새삼 경험한 것이지만 음악은 나라와 언어가 달라도 같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력을 발산한다. 행사장에서 눈에 띠는 것은 한켠에 질서정연하게 꾸면진 텐트촌이였다. 23일 동안 치러진 이번 축제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캠핑을 겸해 진행되었다고 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 아니였나 생각됬다. 아마도 다른 행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모습이었다. 제주의 자연을 느끼고 동화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밝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는 평화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가 하면 사상과 이념문제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음악은 새로운 돌파구 또는 구원의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평화의 섬 제주에서의 평화음악제는 그래서 매우 뜻 깊고 시의 적절한 축제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행사는 비단 음악만이 아니였다. 제주의 섬 문화를 함께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연도 있었는데 특히 제주 만8천여신을 맞는 제주 굿은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열린 평화음악제는 참가나라마다 순회형식으로 개최된다고는 하나 이와는 별도로 매년 제주에서 비슷한 규모와 내용으로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제주는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 받고 있다. 문화융성의 시대를 맞아 문화예술을 통해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갈 수만 있다면 어쩌고 보면 이 행사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주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며 제주를 찾을 때 진정 제주의 관광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 양적인 증가도 물론 가치는 있겠지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는 잘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창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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