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하르방과 생김새가 매우 흡사한 중국 요(遼)나라(907~1125년) 시대 석인상(石人像)이 만주에서 발견돼 돌하르방의 기원과 관련된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항공대 우실하 교수는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 차오양(朝陽)시 젠핑(建坪)현 젠핑박물관의 전시물 가운데 제주 돌하르방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은 요대 석인상을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암(砂巖)으로 조각한 이 석인상은 2011년 12월 젠핑현 헤이수이(黑 水)진에서 발굴됐다.

그동안 한국 학계에서는 제주 돌하르방의 기원에 대해 몽골(1206~1368년)의 한반도 지배와 관련됐다는 '북방설'과 동남아 일대에서 유사한 석인상들이 발견된다는 점에 착안한 '남방설', 조선시대 때 자체적으로 세웠다는 '자생설' 등이 팽팽히 맞서왔다.

우 교수는 "그동안 여러 주장에서 근거로 제시된 석인상들이 제주 돌하르방과 비슷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번 요대 석인상처럼 '똑같다'는 느낌이 든 적은 없었다"면서 "제주 돌하르방과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닮은 요대 석인상이 발견된 이상 최소한 그 외형은 몽골 이전의 요나라 시대와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또 "기존 학자들은 유라시아 석인상의 기원을 청동기시대로 봤지만, 신석기시대부터 많은 석인상이 발견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신석기시대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장 이른 시기의 석인상들은 모두 1980년대 이후 중국 요서(遼西)지역을 중심으로 새롭게 발견된 흥륭와문화(기원전 6200~5200년), 조보구문화(기원전 5000~4400년), 홍산문화(기원전 4500~3000년) 등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만큼 유라시아 석인상의 기원은 요하(遼河)문명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서 총 47기가 발견된 돌하르방은 키 136~181㎝의 석인상으로, 제작 연대가 확실하지 않으며 성문 앞에 세워져 있었던 탓에 경계표지 또는 성안의 안전을 지키는 종교적 기능 등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 교수는 "제주 돌하르방이 몽골을 통해 왔다고 할지라도 그 외형은 최소한 요대부터 시작됐고 요대 석인상의 외형이 몽골시대로 이어져 몽골 지배기에 제주까지 전해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한반도 지역의 시기를 알 수 없는 '석장승', '미륵불'이라고 불리는 석인상들도 앞으로 더 상세한 연구를 통해 그 시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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