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 이관진
국가청렴도와 1인당 국민소득은 정의 상관관계가 성립하여 국가청렴도가 높을수록 1인당 국민소득이 높다고 한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국가청렴도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는 경제성장 코드로서 국가청렴도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2013년 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서 국민의 54.3%가 우리사회는 여전히 부패하다고 응답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국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 역사는 1905년 을사늑약에 찬성한 오적(五賊)으로 말미암아 1910년 국권을 강탈당하고 식민지배로 인한 경제수탈 등 국가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아픔이 있다. 이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슬픈 역사이고, 되돌리고 싶은 과거다.
미래 국가발전과 경쟁력의 척도로 청렴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청렴을 가로막는 오적이 있어, 되돌리고 싶은 또 다른 과거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면면을 드러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비정상적인 관행
2011년 모 기관에서 산하기관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핑계로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되어 큰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비정상적인 접대 관행이 그 시발점이었다.
과정보다는 결과, 성과를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목적 달성을 위하여 과정에서의 잘못된 관행을 일정부분 허용하고 관용을 베푸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것이 부패의 씨앗으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부패사건들이 언론지상에 보도될 때마다 재발방지를 위한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관행이 그 발목을 잡았다.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나, 수차례 반복되어 그 누구도 왜? 라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상황이 될 때, 상식은 관행이라는 조직적으로 고착화된 현실 앞에서 비상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세월호 참사 또한 관행적으로 해오던 안전점검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 별것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수많은 관행들이 바로 청렴을 저해하는 뿌리이며, 이 뿌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잔가지치기만 하는 것은 단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치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권위의식
권위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특권을 찾게 되고 이 특권이 부패로 이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부패가 성행하는 것은 우리역사와 세계사 그리고 북한(2013년 세계 부패인식지수 최하위)이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다르다”가 아니라 “당신들과 같다”는 인식이 조직구성원들로 하여금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할 것이고 이런 문화가 근본적으로 구축되어야 최근 국가적으로도 화두인 소통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며, 소통이 원활해져야 청렴이라는 비전을 개개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무사안일
술은 안 마신다. 차량도 없다.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도박에는 관심도 없다. 돈은 줘도 싫다는 사람들을 청렴하다고 할 수 있을까?
청렴에 대한 정의를 지극히 소극적이고 좁은 범위로 한정하고 외딴섬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두 가지 전제가 성립한다면 그럴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렴이라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이는 공공기관․사기업 등 조직내부, 국민․고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간에서도 통용되는 광범위한 가치이며, 세상 어디에도 청렴하지 않아도 되는 자는 존재치 않는다.
그런데 편안하고 한가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 또한 사람이기에 청렴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여러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이러한 무사안일 방지를 위하여 공공기관, 사기업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청렴결의대회, 청렴서약서 작성, 청렴교육, 청렴메시지 공유 등 다양한 시책들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과연 이러한 시책들이 청렴도 제고에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추진 중인 시책들이 상당부분 유사하고 반복적인 경향이 없지 않은데, 어찌본다면 부정부패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청렴시책은 또 다른 무사안일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네 번째, 솜방망이 처벌
국민들은 공인들의 비리행위 그 자체에도 불만이지만, 그 비리행위에 비해 내려지는 처벌이 가볍다는 것에서도 불만을 갖는다. 2014년 10월 발행된 현대경제연구원 「VIP Report – 부정부패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부정부패 방지 방안으로 국민들은 부패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가장 선호(33.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거창한 결의대회가 아니라 부패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다.
삼국지의 제갈량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수인 마속을 군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울면서 목을 베었다. 이유는 단 하나,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직무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하자는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은 2011년 6월 제안되었지만 과잉처벌 논란 등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까지도 국회 계류중에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무관심
청렴이라는 것이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적 가치임을 고려한다면 청렴에 대한 무관심은 청렴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나와는 상관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청렴하겠지라는 생각이 결국에는 모두가 해야 할 일임에도 그 누구도 먼저 나서서 하지 않으려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마을 입구에 버려진 쓰레기는 먼저 치우려 하지 않으면서 자기 집 앞 마당에 버려진 티끌은 그것을 누가, 언제, 왜, 거기다 버렸는지에 혈안인 것이 사람 심리라면 청렴시책의 추진방향을 개인별 인센티브화로 전환함을 고려해봄직 하다.

청렴은 사람으로서 지녀야할 기본적인 양심이라는 것에 이론은 없을 것이다. 관행, 권위의식, 무사안일, 솜방망이 처벌, 무관심이라는 청렴 오적과 결탁하는 것은 곧 자신의 양심을 파는 일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대한민국이 더 건강하고, 더 맑고, 더 깨끗한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나아가는 길에 놓인 이 걸림돌들을 걷어내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모두가 나서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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