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提報)는 놀라웠다. 원희룡 도정의 기관장 공모 인사와 관련해서다. 시중에 떠돌아 다녔던 ‘인사 관련 소문’은 재미 들린 이야기꾼들의 지어낸 소리로만 여겼었다. ‘소설 쓰기 정도’로만 알았다. 긴가민가 하면서도 그랬다.

그러나 제보자의 설명은 진지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설마’가 ‘역시나’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저간의 사정이 교묘하게 시중의 소문과 일치 했다. 결과 역시 소문을 관통하여 과녁의 중심을 꿰뚫렀다. 사실이 된 것이다.

여기서 “인재를 널리 구해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는 공공기관장 공모제(公募制)가 야바위나 다름없는 속임수이거나 눈가림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다.

무늬만 공모이지 뒤에서는 저열한 인사 농간이 똬리 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미리 암암리에 내정자를 낙점해 놓고 공개모집 시늉으로 요식절차만 밟았을 것이라는 정황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임명된 서귀포시장, 임명됐다가 여러 개인적 불법이 야기돼 사퇴한 제주시장, ‘언니먼저 아우먼저 나눠먹은’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관광공사 사장, 중소기업지원센터장, 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은 공모 마감전 또는 공모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전 내정자로 회자됐고 그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세 번째 모집하는 제주시장도 특정인 내정설이 파다하다. 공교롭게도 추천된 3인은 모두 지사와 고교 동문인 특정고 출신이다. 권력의 양지만을 쫓아 이당 저당 기웃거리며 권력의 부스러기를 즐겼던 팔색조 철새 정치인과 정치가 직업인지 교수가 직업인지 모호한 폴리페서 등 벌써부터 세간의 입질이 예사롭지 않다.

이중 한 명이 지사 비선라인으로 소문이 난 ‘S,L라인’과 잦은 회동 후 천거를 받아 이미 낙점됐다는 믿기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도 있다.

원래 ‘차 한 잔도 의도 없이 사지 않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의 룰’이라는 말이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정 실세 또는 지사 비선라인과 자주 만났고 천거된 것이라면 충분히 의혹을 살만한 일인 것이다.

어떤 용한 만신이나 점쟁이가 있어서 인사 내정자를 미리 맞추거나 꿰뚫을 수 있었을까, 아니라면 시중의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예지력이 원희룡 도정의 인사 내막을 꿰뚫렀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수는 없는 일’아닌가. 그렇다면 연기를 피워 올린 ‘원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 원점이 기관장 인사를 주물럭거리는 ‘원희룡 3인방’이라고 지목하는 시각이 많다.

도지사의 인척으로서 또는 도지사와 같은 고교동문 인맥으로 구성된 ‘S,L 라인’과 도청 내 고위간부를 주축으로 한 이너서클 중 한 명이 포함된 ‘3인방’이 공모 후보자를 탐색하여 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3인방’ 중 두 사람이 최근 제주시장에 최종 추천된 인사와 또 다른 기관장에 임명된 인사와 (임명되기전) 모처에서 회동하는 사실이 목격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장 임명자에 대해서는 공모기준에 적합하게 자격 기준을 새로 만들고 공모마감직전에 원서를 마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어보지만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이는 염치도 없고 수치도 모르는 공직인사 농단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원희룡 도정을 희망에서 절망적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하는 야만적 작태라 할 만하다. 이들이 인사의 금과옥조(金科玉條)나 다름없는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교훈을 ‘인사는 망사(亡事)’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원희룡 인사‘를 ’도민 희롱 인사‘로 희화화(戱畵化) 해버렸다.

각 기관장들에 대한 응모 자격 기준과 선발시험위원회, 인사위원회 면접 등 응모자별 점수와 각 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여 의혹을 해소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의혹으로 인한 원희룡 도정인사의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관련 공개는 필요하다. 인사농단의 적폐를 척결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원희룡도정의 원활한 순항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사실 ‘원희룡 도정 인사난맥‘의 원초적 책임은 지사 본인에게 있다. 임기 4년 임기를 함께 할 인재를 구함에 있어 제1요건은 지사와 운명을 같이하고 도정철학을 공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질과 능력은 기본적 요건이다.

그런데도 법이나 제도 또는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같이 일할 기관장을 공모하며 세계에 유례없는 선발시험, 면접, 추천위원회의 추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겠다는 것은 지사가 고유인사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지 관리를 위한 포퓰리즘이거나 깜짝 쇼일 뿐이다. 책임도정 수행 과도 거리가 멀다.

따라서 원지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불법적 괴물 인사청문회‘를 거두어 들여야 한다. 잘못된 인사공모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바른길을 찾아야 한다.

‘자존심 때문’이라는 옹졸한 고집에 사로잡혀 실패의 경험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거기서 새로운 길을 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당당한 리더십인 것이다.

또한 차제에 공모(公募)라는 이름의 가면을 쓰고 서로 공모(共謀)하여 인사 인사농단의 의혹을 사는 이른바 비선라인을 정리하거나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원희룡 도정의 구정물이 될 수 있다. 그들의 포커스는 도정의 성공적 미래에 있지 않고 게걸스럽게 전리품이나 챙기는 탐욕에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민심은 깊은 강물과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이지 않는 듯 하지만 항상 도도히 흐르고 있다. 원도정의 민심관리도 여기서 찾아야 할 일이다. 겉만 보지 말고 민심의 바다에서 헤엄쳐야 한다.

의욕과잉과 지나친 자기 확신은 민심을 읽는 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이 도민 적 공감을 얻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자기 환상에 취하기보다는 안팎과 좌우를 두루 살피는 균형과 조화를 갖추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때다.

원희룡도정의 협치 담론이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을 가지는 제주미래전략의 하나라고 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타협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이른바 3A(anytime, anywhere, anyone)타입의 멀티 플레이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일이다.

도지사의 인사는 도정수행의 핵심이다. 실패한 인사에서 혁신적 인사시스템 개발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는 일이다.

민선6기 도정이 출범한지 5개월 째다. 지난 넉달간의 도정 행보가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여 전하고 싶은 고언(苦言)이다. 적어도 산하기관장 등 공직 인사에 관해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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