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북여성의용소방대장 정선옥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형벌을 감내하면서까지 인류에게 선사한 불, 문명의 발전을 이륙한 일등공신으로서 오늘날 우리 몸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토록 유용한 불은 동시에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갈 수도 있는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이다. 우리는 불과 ‘썸’ 타고 있는 중일까?
불의 밀당(밀고 당기기)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것은 바로 산불이다. 한 번 붙으면 걷잡기 힘들뿐더러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생물 다양성 감소, 기후변화, 경제적 손실 심지어는 우리의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나 요즘처럼 만산홍엽을 이룬 가을철이면 추남추녀들이 단풍놀이를 즐기러 산을 많이 찾는데 산불의 원인 중 1위가 입산자 실화로 42%를 차지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객의 부주의 다음으로 심각한 원인은 바로 쓰레기 소각이다. 우리나라 현행법 상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적법한 시설이 아닌 곳에서의 소각은 특정 경우 외에는 모두 불법이다. 또한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화재로 오인할만한 행위로 소방차가 출동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며 특히 산림 인접지역에서의 허가받지 않은 소각은 산림보호법에 의해서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산불에도 예방이 중요하다. 등산을 할 때엔 화기를 소지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입산이 허가된 구역 외에는 출입을 금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담뱃불은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실제로 2005년 봄 천년고찰 낙산사를 단숨에 집어삼키고 200억 원의 재산피해를 낸 양양산불 또한 담뱃불과 같은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추정된다. 화북 남·여 의용소방대도 산불취약기간인 봄, 가을을 전후로 관내 입산객들을 대상으로 산불예방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예방에 실패했을 경우, 대처는 어떻게 할까? 우선 산불을 발견한 즉시 119 등에 신고하고 작은 불일 경우 두꺼운 옷 등을 덮어서 진화한다. 연소 확대를 막을 수 없을 시 대피하는데 수목이 타고 있는 곳으로부터 떨어져 낮은 곳으로 피신한다. 불길에 둘러싸여 대피가 불가할 때에는 큰 바위 주변이나 탈 것이 적은 곳을 골라 마른 풀을 긁어낸 후 얼굴을 가린 뒤 불길이 지나가거나 구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근 마을에서는 가스나 기름통, 장작 등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지시에 따라 대피한다. 혹여 대피하지 않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큰소리로 알려주어야 한다.
산은 우리에게 언제나 전설을 들려주고 터전을 주며 위안이 되었다. 한 순간의 불장난으로 이러한 산을 배신한다면 그 결과는 부메랑처럼 날아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제 불과의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자. 윤동주의 시처럼 습한 간(肝)을 말려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떨어지지 말고 산을 구해내자.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