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삼과 / 두해살이풀
◆ 학명 : Veronica persica
◆ 꽃말 : 기쁜 소식

큰개불알풀은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풀밭이나 들판,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하늘과 짝사랑이라도 하는지 고운 빛깔의 청색으로
하늘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있는 모습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큰개불알풀은 여러 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러지고 있네요.
한자이름은 '지금(地錦)', 땅에 깔려져 있는 비단이란 뜻이고,
서양에서의 이름은 'Bird's eye', 새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고,
우리나라는 지역에서 불러지는 이름 하나는 '소당깨꽃', 솥뚜껑을 닮아서라고 합니다.

큰개불알풀은 꽃이 지고 난 후 동그란 씨앗 형상이
'개의 불알' 을 닮았다고 해서 붙어진 일본명의 직역 이름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아이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민망해서 고개를 떨구면서도 웃음이 나와 참으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요즘 이 아이에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다고 해서
'봄까치꽃' 이란 예쁜 이름으로 불러지고 있긴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불러진 이름이라~
아직까지 듣기는 조금 민망해도 '큰개불알풀' 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두해살이풀들은 다른 봄꽃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이유는 지난해 가을 뿌리를 먼저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월 달부터 청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아이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잘 자랍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제주에서는 1월부터 초가을까지 계속해서 볼 수 있는 들꽃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아이를 잘 살펴보면 암술이 수술(2개)보다 길게 솟아있는 것이 보여요.
자기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함이지요.
꽃이 오랫동안 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살이가 내일을 모르듯 한 송이의 수명은 단 하루입니다.
하루를 너무 바쁘게 살고 있지요.
워낙 많은 꽃송이들이 달려 있어서 오랫동안 피어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속명에 Veronica(성녀)라고 붙게 된 내력이 있다고 하네요.
십자가를 등에 지고 형장으로 끌려가는 예수 얼굴엔 피와 땀으로 뒤범벅되어 보기에도 안스러운 모습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베로니카는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예수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주었다고 합니다.
닦았던 손수건에는 예수의 얼굴이 찍혔다고 합니다.
이름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의 꽃 속엔 예수의 형상을 한 얼굴이 비친다고 해서 붙여진 속명인데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예수의 얼굴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예수 얼굴이 안 보여서 속상하네요.
그렇지만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모습은 보입니다.
네겐 투명한 맘이 없나봅니다.

보이나요?
이 아이들에게도 청색 줄이 훤히 보이는데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한 유인선이랍니다.
자그마해도 대단한 아이들입니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겠죠.

우리의 들꽃인 줄 알았었는데 유럽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그래도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봄부터
아름다운 청색으로 찾아와 우리를 매혹시키는 이 아이가 정겹게 다가옵니다


꽃말이
'기쁜 소식' 인걸 보면 이 아이를 만나고 온 날은 나에게도 기쁜 소식이 들려올까요?
기대해 봐야지~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