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지방 소통령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과거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중앙정치를 떠나 지자체장으로 이동할 경우 ‘은퇴수순을 밟는다’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중앙에서 멀어져 지방으로 내려감에 따라 언론의 노출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선 6기까지 출범하는 동안 자치단체장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커지면서 이제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름판 역할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 10명과 장관 1명이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것은 이같은 변화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다.

특히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단숨에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물론 여전히 중앙정치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울리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시·도지사는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대교체’ 이룬 원희룡, 중앙정부와 정책 차별화 이은 협치

또 다른 소장파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의 세대교체를 이뤄내면서 차세대 정치인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지방선거에서 나온 60.0%의 득표율은 제주도민이 원 지사를 ‘제주의 꿈’으로 밀어줬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 지사는 중앙정부 정책과 차별화 전략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제주 카지노 개발을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추진하려고 하자 그는 “제대로 감독할 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무성 대표가 중국인의 급증하는 제주 부동산 매입을 우려하며 ‘제주 차이나타운’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외국인 전용 구역이 만들어지면 부작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과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은 표의 확장성에 있어서 유리하다. 문제는 남 지사와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그는 민간의 아이디어를 집행과정에 반영하는 ‘협치’를 내세웠다.

원 지사는 19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경기도에서 하는 것은 연정이며, 협치와는 엄연히 다르다”며 “지사의 권한을 민간과 나누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집행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그리 버드’ 홍준표, 신념과 뚝심으로 이뤄낸 ‘보수 아이콘’

19대 총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뒤 홍 지사는 “제3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그해 연말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출마해 당당히 승리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당당히 대권주자에 도장을 찍었다.

홍 지사의 도정은 시작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진주의료업 폐업 강행부터 최근 발생한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 반대 선언까지 그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중앙정치무대까지 영향력을 미친 것은 물론 ‘반 포퓰리즘의 선봉장’이라는 전리품도 챙겼다.

4선 국회의원, 집권여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험 등 중앙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쌓은 행정경험, 여기에 타고난 승부사 기질이 더해지면서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차기 대권 도전 의사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최근 KBS라디오에 출연해 “정치를 하거나 지방행정을 맡아서 하는 분들이 행정을 하고 정치를 하다보면 국가를 운영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여하나”며 “2~3년 후 지방행정을 잘 하다보면 ‘국가를 맡아도 되지 않겠는가’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을 때 나설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영원한 소장·쇄신파’ 남경필, 시작부터 권력분산 혁신 도입

새누리당 소장파의 아이콘이던 남경필 경기지사는 경기도에서 대권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본인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서울시장과 마찬가지로 그간 경기지사를 역임한 인물들이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에 비춰볼 때 그의 대권 도전은 당연시되고 있다.

특히 취임 첫해부터 여야 연정을 통한 ‘권력 분산’이라는 초유의 정치 실험에 착수하면서 ‘남경필은 다르다’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한때 여야 내부 갈등으로 추천이 지연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회통합부지사를 추천하면서 본격적인 연정에 시동을 걸었다.

남 지사의 가장 큰 무기는 ‘진보같은 보수’다. 실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남경필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였다. 즉, 기존 보수 지지층은 물론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중도·진보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무게감이 없다’는 점을 남 지사의 단점으로 꼽기도 하지만 성공적으로 도정을 수행할 경우 이같은 꼬리표를 떼는 것은 물론 한계로 지적됐던 행정경험을 쌓아 정치적 자산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5선의 관록과 경기도지사로 쌓은 경험이 어우러지면 대권 주자의 기본 소양인 정치력과 행정력을 모두 겸비하게 된다.

‘노무현 장자론’ 안희정, 충청권 표심에 불을 지핀 ‘대망론’

안희정 충남지사도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 시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과 달리 안 지사는 그간 수차례 대권 도전 의사를 강력하게 밝혀왔다.

그는 선거를 앞둔 5월 17일에는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겠다”며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재선 당선소감에서도 “민선 6기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아 확고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면 대권에 도전해보겠다”며 굳이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역대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충청권이었다. 충청권의 표심을 누가 잡는가에 따라 선거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안 지사의 당찬 포부는 충청권의 표심을 자극한 듯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를 8.2%p 격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여기에 안 지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자론을 설파하며 친노 내에서의 입지도 강화해 가는 모양새다. 실제 그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렀지만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어떤 공직도 맡지 않는 신의를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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