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道政)과 제주의정(議政)은 제주발전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다.

원희룡지사와 구성지도의장은 마차를 이끄는 두 필(匹)의 말이고 집행부와 도의회는 두 수레바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쌍두마차가 심상치 않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심하게 흔들거리며 덜컹거리고 있다.
언제 두 필의 말이 주저앉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두 바퀴도 언제 튕겨나갈지 아슬아슬 하다. 그러니 지켜보는 도민들은 더욱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원지사와 구의장 사이가 ‘동반자적 적대관계’처럼 어색하여 매끄럽지 못하고 덩달아 집행부와 의회역시 불안한 동거처럼 눈을 흘기고 있기 때문이다.

도정과 의정이 상대 길들이기 과정이나 자존심 싸움을 뛰어넘어 갈등의 골만 깊게 파는 형국이어서 그렇다.

민선6기와 제10대 도의회가 출범한지 5개월을 넘겼다. 시작한지 6개월째다.
여느 때 같았으면 도정의 두 축이 지지고 볶으면서 탐색전을 끝내고 동반자적 전열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질 못하고 ‘아옹다옹’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장기적 갈등구조가 만들어 졌을까.
말 만들기 좋아하고 그것을 술안주 감으로 삼는 ‘입방아 꾼’들은 두 수장(首長)의 퍼스넬리티에서 원인을 찾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원지사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나라 최고 수재다. 검사출신이고 서울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개혁성향의 정치인이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어려울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비관적 선거예측 구도에서 60%이상의 득표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풍운아다.
후일 ‘대선 도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로 미뤄 부드러운 인상의 겉보기와 달리 그의 마음에는 고도의 엘리트의식으로 포장된 강한 자존심이 꿈틀거리고 있을 터이다.

이에 비해 구의장은 말단에서 시작된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에서 인생의 쓰고 단맛을 철저히 경험했다.
해병대 보병 출신이다. 고향(안덕)에서 3선도의원으로 당선돼 도의회 의장이 됐다.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돋보여 별명이 ‘구사단’으로 불릴 만큼 공직재직 땐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

구성진 목소리와 서글서글한 눈에는 나이에 관계없이 의리와 일에 대한 열정이 이글거린다.‘

“원지사와 구의장은 이렇게 걸어온 길은 달라도 ‘강한 자존심’으로 무장됐고 이것이 먼저 꼬리를 내리지 못하는 갈등 구조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것이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이들의 분석이다.

‘검사와 해병대’, ‘강한 엘리트 의식과 넘치는 카리스마’, 이것이 ‘강(强)대 강(强)’의 대결구도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일부 말 지어내기를 실없는 소리로 웃어넘긴다 해도 거기서 인생의 교훈을 엮어 낼 수 있다면 무모한 일은 아니다.

노자(老子)가 병 깊은 스승을 문병했다.
“혹여 제자들에게 남기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노자가 질문했다.
스승이 말했다. “내 혀가 아직 있느냐?” “예 있습니다” “그럼 내 이는 어떤가?” “하나도 없습니다“
스승이 되물었다. “왜 그런지 아느냐”
노자가 받았다. “혀는 부드럽기 때문에 남았으며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이 끄덕이며 말했다. “천하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강한 것도 부드러운 것을 이기지 못하느니라”.

도정과 의정의 갈등이 ‘강대강’ 대결구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때, 인용된 옛 이야기에서 갈등해소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원지사와 구의장의 갈등이 두 사람의 개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는 없다. 집행부와 도의회 사이에서 정책 해법을 놓고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소통과 협의의 부족에서 나올 수도 있다.

사실 도의 협치정책 문제, 도의회의 협치예산 제안 문제, 기관장 인사, 감귤값 하락, 행정사무감사 예산편성과 심의 등에서 드러난 집행부와 의회간 대결구도의 가장 큰 원인을 소통부재나 타협결여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원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구의장을 비롯한 도의회도 새누리당이 다수당이다.
그렇다면 도와 도의회간 동반자적 관계가 얼마든지 돈독해 질수 있는 여건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인사나 예산 문제 등에서 당이 철저히 배제된다면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새누리당이 소외되고 섭섭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협치를 내세우면서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밀어내는 것은 협치정책의 모순일수도 있다. 도민과 함께 한다는 협치가 도민 대표인 도의회를 배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동반자를 배제하려 한다면 아름다운 상생협력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타협은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위한 정치행위다. 타협은 싸움이 아니다. 윈윈 전략인 것이다.
타협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바탕에서 흥정하는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타협하지도 않지만 타협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케네디 어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와 도의회가 상대를 인정하고 제주발전의 동반자적 관계를 굳건히 하여 제주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타협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적 요소다. 대화 채널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선봉에 원지사와 구의장이 나서야 한다.

두 사람이 마주앉자 화해의 술잔을 부딪치며 상생과 협력을 다짐하는 모습을 도민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지난 17일 도의회가 초청한 역대 도지사·도의회 의장 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이 “갈등을 갈등으로만 보지 말고 제주도가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 겪어야 할 진통으로 생각하고 도정과 의정이 손잡고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지 않는가.
“껄끄러운 도와 의회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제주 어른들의 주문이자 쓴 소리나 다름없다.

갈등관리는 일어나는 갈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갈등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격화된 갈등의 감정을 식히고 순화시키는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 진다“는 말도 있다. 도와 도의회의 갈등 조절을 위한 대화와 타협이 제주발전의 새로운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포착하지 못할 뿐’이라는 경구도 되새길 일이다.
지금이 갈등 해소의 기회다. 원지사나 구의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화해의 테이블에 마주 한다면, 그래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지는 게임이 아니고 둘이 함께 이기는 게임이 대화와 타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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