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계 계간 시집 "종소리"
 
계간 시집 <종소리> 60호가 2014년 10월 20일 발행되었다. 조총련계 문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게재한 창간 15주년의 시집을 허옥녀 시인이 필자에게 주었다.
 
 "돌이켜보니 창간호부터 오늘까지 1,437편의 작품을 내놓았으며 재일동포문학운동의 일익을 맡아 굴함없이 전진해 왔다. 그러나 따진다면 부족한 점도 많았다."
 
"앞으로는 세 시대에 맞는 민족시지로 애족애국의 뜨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의 <종>을 더욱 크게 울려나갈 것이다."라고 편집후기 일부에 써 있었다.
 
시집 <종소리>는 우리말로 일본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유일한 시집이다. 조총련의 <재일본 조선문학예술가동맹 :약칭 문예동> 오사카지부에서도 가끔 발행했었지만 지금은 토쿄에서 발행하는 <종소리>에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종소리> 60호에는 작품이 모두 24편이 실렸는데 그 중 5편을 소개한다. 두음법칙이 없는 북한의 단어 사용과 받침에서도 한국과 서로 다른 점이 있지만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정화음의 시 "얼굴이 간지럽지 않는지"이다.  
 
얼굴이 간지럽지 않는지
 
우습지 않나요
렴치도없이
이웃나라 대통령을 부르는
아베수상
 
어서 오란다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으니
가슴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잔다
 
얼굴이 간지럽지 않는지
력대내각이 인계해 온
<고노담화>를 휴지처럼 짓밟고서
 
이 나라에는
만화가가 있어도 없는가보지
이 광경 만화로 그리면
당장 금상을 받을텐데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아베 수상의 한.일정상회담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발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이 작품이 <종소리>에 게재되었다는 사실의 신선함이 작품을 읽으면서 동시에 느낀 감상이다.
 

다음은 <종소리> 발행인 오홍심의 "허리가 아프네"이다.   
 
허리가 아프네
 
허리기 아프네
만병의 근원이라
요통체조를 시작했는데 효과가 없는지...
 
이몸 뿐이겠나
민족이 겪어온 쓰라린 아픔
잔뜩 짊어진채
허리 앓는 우리 강토
 
이국에 사는 우리도
만날 뒤통수 맞고 옆구리를 찔리며
억압 받고 차별 당하니
마음들도 다 아프네
 
아픈 허리만 나아지면
만사가 해결되는데
나아질 징조는 보이질 않고
계절과 더불어 굳어져가는 세월
 
동강난 강토의 허리가 펴면
지구상에 흩어져사는 우리 겨레들
평양에로, 서울에로 앞을 다투어 달려갈걸
 
칠순고개를 넘은 이 몸이지만
억세게 살아야지
내 허리만이 아닌
강토의 허리를 펼 그날을 위해
 
나이가 들어서 생리적으로 아프는 허리와 한반도의 이념이 낳은 허리 잘림의 아픔을 서로 잘 조화 시켜서 전개해 나갔다. 칠순의 인생과 작품의 노련함이 진하게 베어있다.
 
다음은 박태진의 "한장의 엽서와 한방울의 눈물"이다.
 
한장의 엽서와 한방울의 눈물
 
한장의 엽서가
날아왔습니다
문득 소문도 없이 
 
-다시 보고 싶고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씌여진 한줄에 오래도록 시선이 멈춥니다
 
한장의 엽서를
손에 드니
한방울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한방울 눈물은
엽서에 스며들어
가슴속의 시름 다 씻어주듯
바다처럼 넓게 펼쳐졌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엽서에 설레는 마음. 한방울 눈물은/ 엽서에 스며들어/ 가슴속의 시름 다 씻어주듯/ 바다처럼 넓게 펼쳐졌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주변의 대상에 대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오사카 문예동 소속의 작품 속에 박태진의 작품은 돋보이는데 그것은 주제에 대한 신선함이다. 
 
다음은 진승원의 "나도 보러 갈테니까요"이다.  
 
나도 보러 갈테니까요
 
추석날이라
중추명월 구경하는데
유난히도 밝은 달에
비추이는 옛추억
 
네남매 키우느라
겨를없이 지내시던 어머니
추석차림 끝내시고 딱 한번
함께 달 구경 하신 날
 
제주의 달은
더 크고 더 밝단다
낮 같이 환해지고
토끼가 떡 치는게
선히 보인다 하신 말씀
 
나어린 우리
달이야 어디든 같잖느냐
철없이 빈정대였더니
그래? 하시며
저 빙그레 웃으셨었지
 
선생질 하는 아들에게 루가 된다
말버릇처럼 하시다 끝내
제주의 달 못보고 눈 감으신
아, 어머니가 뭅시 그리워진다
 
어머니, 나도 어느덧
어머니 떠나가신 나이 됐어요
이제는 알것 같아요
얼마나 향수 어린 말씀이였나요
 
나도 보러 갈테니까요
맑고 깨끗한 세상 만나
어머니 가슴속에 품어가신
제주의 크고 밝은 달을
꼬옥 보러 갈테니까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는 모두에게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그리움은 아주 다르다.
조총련학교 교사로 있는 아들 때문에 고향 제주를 가고 싶어도 그게 폐가 될까봐 못 가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서로 오버랩되고 있다.
 
끝으로 허옥녀의 "몇백번이건"이다.
 
몇백번이건
 
즐거운 야영에서 돌아오는 길
부청앞을 찾아온 교또의 우리 학생들
배도 고플텐데 가족들도 기다릴텐데
 
너희들은 길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손히 머리숙여 부탁을 하네
<배움의 권리를 빼앗지 마세요!>
 
초급부시절 칼날같은 말 때문에
길 대로 찢긴 너희들의 작은 가슴
허나 오늘은 몸도 마음도 크게 자라
오사까부청앞까지 스스로 찾아왔구나
 
너희들의 장한 모습도 본체만체
정히 내미는 삐라마저 외면하는 사람들
내 가슴엔 분함만이 치밀어오르는데
 
용쿠나
슬픔도 억울함도 가슴속에 담아서
너희들은 오히려 더 깊이 머리숙여
미소까지 띠우며 삐라를 뿌리는구나
 
그렇지, 학생들아
그들은 외면하는게 아니란다
 
너희들이 환한 미소가 두려워서
똑바로 보지 못하는거란다
례절 바른 절이 오히려 날카롭게
그들의 무지함을 쿡쿡 찌르고 있는거란다
 
고맙구나
미움보다 웃음이 더 뜨겁다는걸
너희들은 말없이 깨우쳐주는구나
 
나도 함께 몇백번이건 절을 할거야
나도 함께 활짝 웃으며 호소할거야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지 말라> 고
 
일본 민주당 정권 당시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가 실시 되었지만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조총련 학교만은 중지 속에 제외되었다. 오사카 총련은 매주 화요일 오사카부청 앞에서 항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3연 "초급부시절 칼날같은 말때문에/ 찢길 대로 찢긴 너희들의 작은 가슴"은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은 모임:약칭:재특회> 회원들이 쿄토 총조련 초등학교에 가서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데모를 했던 것을 말하고 있는데 그 어린이들이 이렇게 성장했는데도 해결의 길은 요원하다.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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