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큰 태풍 피해가 없다보니 제주지역 겨울 채소들이 풍작을 맞았다.

그런데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농민들은 풍작의 기쁨보다 채소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산지 폐기에 바쁘다.

수확을 앞둔 양배추 밭을 트랙터가 통째로 갈아버리고 지나간 자리마다 양배추가 산산조각이 나 여기저기 나뒹구는 광경이 최근 제주 양배추 농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제주산 양배추는 평년보다 17%나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도 20% 이상 떨어졌다.

진중부 곽지 양배추 작목반장은 "자식처럼 키워서 폐기하는 마음이야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가겠습니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쳐다만 봐도 눈물만 나오고."라고 하소연 했다.

이에 따라, 농협과 제주도는 농민들에게 3.3제곱미터에 2천 500원씩 주고 재배면적의 15%인 300헥타르를 폐기하기로 했다.

출하 초기부터 가격이 바닥을 치자 본격적인 수확을 한달 이상 앞두고 일찌감치 폐기에 나선 것이다.

하희찬 애월농협 조합장은 "지금 일찍 하면 보리라도 좀 대체 파종을 해서 농업인들에게 실익을 주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해서 산지폐기를 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월동무는 평년보다 4%, 당근도 9%나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저급품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가격은 다소 회복됐지만 평년보다는 턱없이 낮다.

양배추에 이어 무와 당근도 산지 폐기해야 할 상황이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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