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시화집 『응원합니다』가 출간됐다.

강정애 시화집

이번 출간된 시화집  '응원합니다'는 제주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강정애 시인의 시세계는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역사’로 집약시킬 수 있다.

그와 같은 면은 시집에 수록된 「삶이 사랑 되어」 「내 안에 사는 사랑」 「사랑의 향기」 등의 작품들 제목에서, 또 “사랑은 창조이며/오늘을 사는 이유입니다”(「독백 2」)라거나 “사랑의 에너지/충전될 때까지/나 자신을/힘들게 하리”(「충전」)와 같은 작품들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어머니, 큰오빠, 삼촌 같은 가족들, 이웃, 동료, 신앙으로 삼고 있는 주님, 자신의 업무, 하루하루의 생활 등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을 생의 가치이자 푯대로 삼고 노래 부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사랑 중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우선 관심을 끈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명명한 자기애(自己愛)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언뜻 보면 이기적인 자세로 여겨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수록 다른 대상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태도는 긍정할 만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이기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구별된다. 이기적인 자기 사랑은 이익관계 혹은 이해관계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에 사랑 받는 것만을 추구해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들어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자기애는 자신을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한다. 자신의 기쁨을 위해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에만관심을 갖는 이기적인 사랑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을 무한하게 품는 것이다. 결함투성이의 인간 존재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강정애 시인의 작품은 주목된다.

내 안에 사는 사랑은
여문 가을처럼 풍성하고
푸른 바다처럼 청명하다

천 년을 지나온 듯
깊고 넓다
― 「내 안에 사는 사랑」 전문

시인은 자신의 몸 안에 “사랑”이 살고 있다고 인식한다. “사랑”이 자신의 몸 안에 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곧 자기애의 발견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사랑”을 품은 존재로 자각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을 긍정하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품은 “사랑”이 “여문 가을처럼 풍성하고/푸른 바다처럼 청명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자신의 몸 안에 살고 있는 “사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천 년을 지나온” 것과 같이 오래된 것이고,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깊고 넓”은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코 가볍거나 표피적인 것이 아니라 무겁고도 심오하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노래는 다음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나의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시도
노래도
사랑도
행복도
주렁주렁

매일 따먹어도
주렁주렁
― 「내 마음」 전문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나무”로 비유하고 있는데, 그 “나무”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나무”에 열린 “열매”는 “시”와 “노래”와 “행복”과 “사랑” 등인데 “매일 따먹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시인의 자기애가 충만한 모습과 대상애(對象愛)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키르케고르는 『사랑의 역사』에서 마태복음 22장 39절에 나오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구절을 해석한 부분에서 자기애를 강조하고 있다. 키르케고르는 “그대는 그대의 이웃을 그대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는 계명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누구든지 그리스도교로부터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를 거절한다면, 그는 또 그의 이웃을 사랑할 수도 없다.”고 설파하는 것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사랑’의 의미를 자신의 실존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강정애 시인 역시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를 보며
웃어줄 당신 있어

내가 서 있는 이곳

사랑꽃 피어
향기가 가득합니다
― 「향기」 전문

“나를 보며/웃어줄 당신 있”어 “내가 서 있는 이곳”에 “사랑꽃 피어/향기가 가득”하다고 노래하는 것은 사랑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자신이 존재하는 곳에서 향기 나는 꽃을 피우는 이유가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대상애의 여실한 면이다. 그렇다고 “당신”에게 사랑이 전적으로 기우는 것은 아니다. “사랑꽃”을 피우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자신이고 또 자신을 위해 피우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기애와 대상애가 평등한 관계 또는 결합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면은 다음의 작품에서도 확인된다.

대서양 같은
마음이 열리고
사랑의 노래가
들린다

그대의 사랑이
내 마음의
풍금을 켠다
―「여인의 시」 중에서

시인은 “그대”의 “마음”이 “대서양”처럼 열리고 “사랑의 노래가/들”리는 것을 듣고 있다. 또한 그 “사랑의 노래”가 “내 마음의/풍금을” 켜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세와 같이 “그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 역시 사랑하는 것은 곧 자기애와 대상애의 결합관계 혹은 융합관계를 이룬 모습이다. 연인을 자신처럼 사랑함으로써 자신도 사랑하게 된 것으로 결국 “너와 나의 마음/사랑으로 정을 나누는/인연의 숲”(「인연의 숲」)을 이루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인의 사랑은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제게 주어진 모든 사랑
온 세상에
씨 뿌리게 하소서

오직 가슴엔
변치 않는 사랑 하나
자리하게 하시고

마지막 호흡 이를 때까지
베풀게 하소서
―「기도」 전문

“제게 주어진 모든 사랑/온 세상에 씨 뿌리게 하소서”라는 기도는 이를 데 없이 숭고하다. 사랑을 자기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온 세상”을 위해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善)이며 거울이다. 따라서 한 인간 존재가 어떠한 선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추구하고 있느냐에 따라 신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신에 대한 사랑에 앞서 자기에 대한 사랑이 요구된다. “오직 가슴엔/변치 않는 사랑 하나/자리하게 하시고//마지막 호흡 이를 때까지/베풀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시인에게 실천하는 일은 언어로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언어로만 하는 실천은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어를 통해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대상들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은 실천해야 할 가치인 것이 분명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므로 실천했을 때 한 인간 존재로서 그리고 한 시인으로서 역사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하느님이 행하여 이룬 역사(役事)에는 미칠 수 없지만, 한 인간 존재로서 사랑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면에서 강정애 시인의 시세계는 실존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의 일
한가득
자동차에 싣고 다닌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달리는 심장이여
뜨거운 색을
일에 칠하자
― 「일 사랑」 전문

시인이 “세상의 일/한가득/자동차에 싣고 다”니는 자신을 “세상에서/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노래한 것이 눈길을 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이 노동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은 어렵다. 일찍이 마르크스가 진단했듯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 생산 과정은 물론이고 노동 생산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낮게 책정해서 제시하는 조건에 맞춰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예속된 존재에 불과하다. 자본주의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거대해지고 있는 반면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기준에 자신의 몸을 맞추느라고 자동인형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시인의 자세는 의의가 크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삶의 주체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어둠마저 없는/빈 공간의 세계를/달려야”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사랑”(「파이팅」)으로 달려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주어진 운명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태도이다. 운명을 부정하거나 포기하기보다는 시시포스처럼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려야 하는 것이다. 시시포스는 자신이 산꼭대기에 굴려 올리는 바위가 도로 내려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들이 내린 형벌을 수행하는 그 자체에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카뮈가 『시시포스의 신화』서 해석했듯이 시시포스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껴안는 존재로 볼 수 있다. 부조리한 이 세계에서 오히려 주인공인 것이다. “일 사랑”을 노래한 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시인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맡은 “일”을 수행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이들과
서로 알아가고
서로 힘 되고
마음 나누며
오늘을 걸어간다

감성을
바다에 뿌리고
산에 묻으며
하늘에 날려보기도 하는데
그 시간에
나는
희열을 느낀다

사랑하니 모든 게 보인다
― 「오늘을 사랑하니」 전문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전혀 모르는 이들과/서로 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그와 같은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거나 다투거나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시인은 “서로 힘 되고/마음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과 일을 하다보면 의견 차이가 생기고 이해관계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지만 서로 협력하거나 양보해서 오히려 “그 시간에/나는/희열을 느낀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세가 가능한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면 “오늘을 사랑하”게 되고 “모든 게 보이”는 법이다.

시인의 이러한 모습에서 사랑은 서로 간의 결합관계라는 사실을, 사랑의 범주가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이 개인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라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다. 사랑은 사회로부터 지극히 영향 받고 있다. 시장성을 추구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조건에 구속되어 물품이나 기술이나 노동력처럼 시장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생산되고 소비되기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주체성을 상실한 채 노동 생산물이나 생산 과정으로부터 소외되듯이 사랑으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

시인은 이와 같은 상황에 맞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랑할 만한 상대를 찾는 일이 아니다. 사랑할 상대는 이미 이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 비록 상대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를 사랑할수록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강정애 시인의 작품들은 이와 같은 가치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인간의 가치가 점점 훼손되고 있는 이 자본주의 시대에 시인의 사랑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고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청명한 사랑의 노래들이 마치 성가(聖歌)처럼 우리에게 들려온다. “사랑은 창조이며/오늘을 사는 이유입니다”(「독백 2」), “가슴속에 핀 행복꽃을 감출 수 없으니/사랑의 향기 아니냐”(「사랑의 향기」), “가슴 샘물 마르지 않는/사랑을 위한 영혼이게 하소서”(「아름다운 사람」).
孟文在 | 안양대 교수 ∙ 시인

 

[ 시인 소개 ]

시인 강정애

강정애 姜貞愛

1969년 제주에서 출생하여 물메초등학교를 나와 제주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한국항공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열린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주요 논저로는 「보험설계사 이직의 결정적 요인과 만족도」 「은퇴 예정자의 은퇴에 대한 주관적 평가와 은퇴 만족과의 관계 분석」 「나는 수호천사다」 번역서 「I’M A GUARDIAN  ANGEL」(세계 MDRT 북타운 한국인 최초 선정) 등이 있다.

1988년 생명보험사 입사하여 총무, 육성소장, 영업소장, 전국 40만 명 설계사 중 최연소 전국 보험왕, MDRT TOT 등으로 현재까지 보험업계의 CEO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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