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락 경위(45)가 자살했다. 그는 문제의 ‘청와대 문건 유출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청와대 문건 작성자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이 경찰로 복귀하면서 청와대 문건 일부를 가져왔고 이를 최경위 등이 몰래 복사해 언론사와 기업 등에 넘겨줬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11일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 최경위는 “나는 무관하다” “언론동향 보고만 올렸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수사는 퍼즐 맞추기”라고 각본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도 강하게 반발했었다.

유서에도 “너무 억울하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을 남겼다. 관련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읽을 수 있는 내용도 들어있다. 최경위의 죽음이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타살"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라는 문건 유출 검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최경위 죽음은 또 다시 온갖 새로운 의혹들을 생산해 낼 것이고 문건 관련 진실은 그만큼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는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 될 수밖에 없다.

문건 내용의 진실 여부조사나 대응 등 이렇게까지 사태를 키워온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에 있다.
문건 생산이나 유출 등 문제 발단부터 사태진전 과정에서 검증이나 기강확립 등 청와대 사정(司正)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었다고 보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지난 4월에 불거졌다. 소위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비선 실세라는 정윤회씨가 인사전횡을 일삼으며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를 종합하면 이 같은 사실은 이미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도 전달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11월28일 언론에 보도되기 까지 6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건 작성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문서내용의 신빙성에 대해 ‘6할 이상이 사실’이라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이 ‘6할 이상이 사실’이라고 파악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면 대통령의 말대로 ‘찌라시 수준’의 가치없는 정보로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허무맹랑한 풍설에 근거하여 청와대 참모 그룹을 음해하는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했다면 공직기강 비서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것이 아니고 인사전횡이나 국정농단 등의 내용의 일부라도 사실로 파악됐다면 거론됐던 문고리 3인방이나 비선실세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옳은 일이다.
그래야 기강이 바로 설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도 부담을 덜고 국정신뢰의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러질 못했다. 아직은 안했는지, 못했는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린 꼴’이다.

“청와대가 무슨 말 못할 비밀을 감추기 위해 쉬쉬하다가 문제만 키웠던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여론도 없지 않다.

또 있다. 청와대의 문서관리 시스템이 수준이하라는 비판이다. 제대로 아랫도리를 가리지 못하는 젖먹이 수준이나 다름없다는 모욕적인 험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유출된 문건은 아무리 ‘찌라시‘니 ’쓰레기‘니 구겨버릴 문건이라 해도 법률상 엄연한 대통령 기록물이다.
고도의 보안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문건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말 그대로 ‘시중의 찌라시’ 처럼 시중에 유출된 것이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고 어이없는 수준인지 읽혀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엄포대로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 행위’라면 유출자를 색출하여 국기문란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철저하고도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한 인사전횡 국정농단과는 별개로 사실상 문건작성자와 유출자는 이미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건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에 의해 박관천경정이 작성했고 그것의 일부를 박경정이 가져나간 것이다.

박경정에 의해 해당 문서가 청와대에서 서울 경찰청 정보1분실로 옮겨진 그 순간 이미 외부 유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선택한 최경위는 청와대로부터 문서를 빼온 것이 아니다. 최초 유출자가 아닌 것이다.

다만 검찰의 영장청구 내용을 근거로 한다면 최경위는 이미 유출된 문건을 재활용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문건 유출의 처음과 끝을 모두 그에게 덤터기 씌우는 것은 또 다른 의혹의 음모론만 생산해 낼 뿐이다.

최경위의 말대로 또는 그의 말이 풍겼던 느낌대로 ‘각본에 따라 검찰수사가 짜 맞추기 식으로 이뤄졌다’면,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음모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이는 말 그대로 국기를 흔들 엄청난 국기 문란 사건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사건을 둘러싸 ‘청와대 핵심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한 조용천 전 비서관 세력과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내부 권력 암투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하여 정윤회 등의 국정농단 의혹의 본질을 물 타기 하려는 청와대의 노림수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음모론 적 시각인 것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회장 가족과 정윤회 세력간의 권력 서바이벌 게임에서 비롯됐다는 여론의 흐름도 없지 않다.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나 국정운영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손 쓸 사람은 대통령뿐이라는 이야기다.

잘잘못에 관계없이 여론은 ‘측근 3인방’의 후퇴를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들을 안고 가기에는 너무 버거워졌다는 것이다.

인사전횡이나 국정농단 등 세상이 그들에게 보내는 의혹을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억울하겠지만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일이 무엇인지 헤아려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뜻이다.

잘못이 있어서라기보다 대통령에게 지워진 짐을 덜어 앞으로 새로 시작되는 임기 3년차부터는 보다 홀가분하게 국정을 수행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측근의 의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며 충성이다.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오래 사는 길이기도 하다.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무엇이 아쉽고 두려운가.
그러기에 “억울하다”는 최경위의 죽음이 전하는 의미는 각별해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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