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명] 지난 15일 제주도의회에서는 새해 예산안의 수정안 처리를 놓고 원희룡 도지사와 도의회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원 지사가 발언하던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원 지사는 도의회의 잘못된 예산편성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후 원 지사와 도의회 구성지 의장이 TV토론 등을 거치면서 도와 의회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연결해서 당시 상황, 예산편성 관행 개혁에 대한 생각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원희룡] 예, 안녕하세요.

[홍지명] 조금 전에 원 지사께서 도의회에서 발언하던 도중에 마이크가 꺼지고 정회되는 일이 있었다고 제가 소개를 드렸는데, 당시 상황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원희룡] 2015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는 자리였습니다.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의회가 결정하면 끝나는데, 의회가 예산을 새로 집어넣거나 금액을 늘리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동의를 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의회가 자기들이 짠 예산에 대해서 도지사 보고 동의냐 부동의냐를 물어서 거기에 대해서 대답하는 자리였는데요.

[홍지명] 그러니까 새해 예산안이 원래보다 좀 증액이 됐었군요?

[원희룡] 전체 금액으로는 증액이 안됐는데, 삭감한 금액들을 의회의 생각대로 여기저기 편성을 한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근데 삭감한 금액은 저희 지방이 중앙정부에서 받아온 국비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대거 깎아서, 무슨 단체들 여행 보내고 무슨 특정인들에게 보조금 주고 이런 부분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이거는 원칙에 안 맞는다, 뿐만 아니라 원칙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저희가 내용을 보고 검토를 해야 동의인지 부동의인지 밝힐 수 있는데.

[홍지명]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잠깐 뒤에 하고요. 그래서 그걸 도지사께 동의하느냐를 묻는 자리였군요?

[원희룡]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용을 주셔야 판단을 할 수 있다, 내용을 먼저 달라고 그랬더니, 동의냐 부동의냐를 무조건 얘기하라고 해서 자료가 없기 때문에 동의, 부동의를 판단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뭐 퇴장시키겠다, 마이크 꺼라, 이렇게 해서 실제로 마이크를 꺼버렸죠.

[홍지명]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한참 발언을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원희룡] 한참이 아니라 제가 자료를 달라는 내용의 발언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요.

[홍지명] 예, 도의회의 잘못된 예산 관행을 개혁해야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계신데, 어떤 관행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원희룡] 우리 국회도 그렇고 서울시의회도 그렇습니다만, 예산은 혈세이기 때문에 아껴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꼭 필요한 곳에 금액도 꼭 필요한 금액만 쓰라고 해서, 돈을 쓰는 집행부가 낸 예산은 의회가 깎도록 돼있고요. 의회가 다시 늘린 것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동의를 해야만 성립이 되도록 돼있습니다. 그래서 의회에서 깎는 것은 저희가 수용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의회가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자료를 주든지 아니면 예산심의과정에서 국회처럼 항목별로 협의를 해서 집행부의 동의를 받은 것만 반영을 해야죠. 그런데 제주도의회는 특히나 예산 계수조정이라고 하는 과정에서 집행부 예산담당관들을 아예 들어오지를 못하게 합니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그냥 다 예산을 다 짜놓고는 본회의장에서 예스냐 노냐만 대답해라, 그러면서 동의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전부 부결을 시켜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당장 새해 살림은 해야 되겠고 해서, 역대 도지사가 몇 번 부동의를 했다가 나중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동의를 하다 보니까 이제는 금액이 점점 커져서 처음에는 한 몇 십 억에서 시작하다가 작년에는 500억 넘게 증액을 해버렸고요. 올해도 408억을 증액을 하는 겁니다.

[홍지명] 그러니까 관행적으로 그동안 의회가 해왔던 이른바 선심성의 묻지마 예산 배정, 이것에 대한 잘못된 관행을 이번엔 바로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이시란 말씀 아닙니까?

[원희룡] 예, 그렇습니다.

[홍지명] 예산처리 법정기한은 넘어 갔습니까? 어떤 상황에 와있습니까?

[원희룡] 우선 법의 기본 기준은 이미 12월 16일, 2주 전에 하도록 돼있으니까 날짜가 지났고요. 12월 31일까지 예산이 통과가 되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예산이 성립된 게 없기 때문에 법에 정해진 비용만 지출할 수가 있습니다.

[홍지명] 네, 준예산으로 간다는 말씀인데, 도의회 입장에서 제가 몇 가지 좀 질문을 드리면, 제주도가 당초 편성했던 예산안에도 선심성 예산이 많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이건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원희룡] 선심성 예산이라고 해서 도정이 편성할리도 없지만, 그게 있으면 다 자르라 이겁니다. 삭감에는 저희가 다 동의한다니까요? 도민 혈세인데 선심성으로 쓰면 되겠습니까? 만약에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 중에 선심성이 있으면 그게 액수가 얼마든 다 잘라도 좋습니다.

[홍지명] 또 하나 지금 도의회가 밀실에서 도청 직원들도 못 들어오게 하고 다 결정했다는 걸 지금 원 지사께서 문제 삼고 계신데, 구성지 의장은 도와 의회 간에 협치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원희룡] 10월에 도의회 의장께서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미리 의회랑 협의를 하자, 그래서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의장님 자신은 좀 순수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도의원들이 조금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씩 보장을 해달라는 조건을 옆에서 내걸었어요.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단 그런 전제 하에 할 수는 없다고 저희가 입장을 발표하다 보니까 의장님께서는 본인의 순수한 뜻을 왜 못 받아 들이냐고 해서 그게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홍지명] 그리고 또 하나, 자료를 달라고 도의회 쪽에 요청했다고 하셨는데, 이런 얘기를 또 도의회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도에서 자료를 달라고 한 날이 예산 의결하기 위한 마지막 전날 정오쯤에 자료를 달라고 그러는데, 이게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줄 수가 없는 시간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우리가 내놓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원희룡] 그 앞 과정을 다 생략해서 지금 사태를 왜곡시키는 건데요. 저희가 예결위 과정에서부터 의회가 자료를 낼 필요도 없고 우리가 들어가서 구두로 설명을 듣겠다. 항목별로 타당하면 우리가 동의를 해주고 도저히 예산편성 원칙이나 법 규정에 안 맞는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동의를 못하니까 그걸 우리가 명백히 밝히면, 그것을 심의과정에서부터 걸러서 동의된 것만 본회의에 올리면 서로 싸울 필요도 없다, 이렇게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저희가 수차례 요구를 몇 주 전부터 했는데 이걸 다 거부를 하고는 처리를 하려고 하니까, 그러면 그동안의 협의과정을 다 거부했으니까 그 내부에서 근거 자료가 있었을 테니 그거라도 달라고 제기를 한 거죠.

[홍지명] 알겠습니다. 뭐 그동안의 과정은 그런데, 그래서 지금 도의회 의장과 원 지사께서 TV토론을 통해 소통을 하면서 뭔가 의견접근을 이뤄가고 있다, 화해무드로 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맞습니까?

[원희룡] 우선 예산에서 잘못된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자는 총론에는 의장님도 동의를 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항목별 심의과정에서 항목별로 검토하고 토론해서 타당성은 있는데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까 우선순위에 밀렸던 것에 대해서 의회가 우선순위 조정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재검토를 해서 가급적 반영을 해보겠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구체적인 정리가 안 되어 있거나 형평에 안 맞거나 특정인을 염두에 둔 예산들은 어차피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의회가 스스로 철회를 하라고 해서 그런 방향 아래서 앞으로 각 상임위별로 항목별 심의에 들어갈 텐데, 의회가 아무튼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의 개혁에 동참하리라고 기대하고 믿습니다.

[홍지명] 알겠습니다. 29일 그러니까 열흘 뒤에 예산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 원 포인트 임시의회를 연다는데, 어떻게 잘 될 것 같습니까?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원희룡] 의회가 이 관행이 잘못 돼있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고, 그리고 저희가 의원들이 시급하고 정당한 민원을 호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충분히 귀를 열겠습니다. 그래서 타당한 것은 반영하고 어차피 안 되는 예산에 대해서 의회가 의결권을 앞세워서 동의를 강요하는 낡은 관행은 이제는 힘이 들더라도 결별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의회가 협조하리라고 믿습니다.

[홍지명] 마이크 끄라고 지시한 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도 새누리당 소속인데, 같은 당 소속과도 이렇게 의회, 도지사 잘 안 맞습니까? 협치가 잘 안 된 겁니까, 왜 이렇습니까?

[원희룡] 제주도는 정당정치적인 특성이 중앙정치랑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홍지명] 예, 협치 관련해서는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한 번 시간 내주시고요. 오늘 이 정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희룡] 네, 감사합니다.

[홍지명] 원희룡 제주도지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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