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신이 많이 다니시는 경로당이나 그러한 시설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2011년 8월, 제주도청 공보과에 근무하는 오승철 시인으로부터 필자는 전화를 받았다. 일본 토쿄와 오사카에서 <탐라문화제공연>이 열리는데 그때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방문하면서 제주 출신 일세 동포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일본만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사카이(堺)시에 있는 <고향의 집>을 소개할까 그러다가 그만두고 이쿠노(生野)에 있는 <산보람>을 소개했다.

<고향의 집>도 그렇지만 <산보람>도 압도적으로 제주 출신이 많았다. <산보람>의 정식 명칭은 <NPO법인 재일코리언 고령자지원센터 산보람>인데 주로 낮에만 노인들을 모시는 "주간 보호소"였다.

이쿠노와 히라노쿠(平野區) 2개소에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쿠노 있는 시설이 포화상태여서 이쿠노구청에서 가까운 오이케바시(大池橋)에 새로 또 건설 중이었다.

<산보람> 이사장은 제주시 성산읍이 본적지인 제일 3세 고경일(高敬一) 씨인데 현재는 <관서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 청년회장이며 그 당시는 부회장이었다.

신축 중인 <산보람> 공사 결과도 알아볼겸 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이케바시 산보람>이 완성을 해서 9월 1일 개소식이며 도지사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기뻐했다.

실로 우연의 일치였다. 9월 1일 오후부터 오사카 민단본부회관에서 탐라문화제 공연이 있는데 이날 오전에 우근민 지사의 방문 희망이 있어서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날짜 택일이었다.

"마침 오늘이 개소식이라니 저 역시 오늘 참가하게 됨을 더없이 기쁘고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개소식에 토지와 건물을 임대해 주시면서 많은 지원을 해주신 강창림(康昌林.77) 사장님께 제주도지사로서 깊은 감사 드립니다."

토쿄에서 탐라문화제 공연을 마치고 9월 1일 <오이케바시 산보람> 개소식에 참가한 우근민 도지사가 제주도의원, 관서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 임원, 제주도청 임원 등과 35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 인사말 중에 강창림 씨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강창림 씨는 고향이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인데 1937년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일본에 와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해방 후 제주에 귀국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왔다.

여성용 신발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유한회사 비겐샤(美硏社)>를 경영하면서 두 군데의 맨숀도 운영하고 있었다.

"산보람을 운영하는 고경일 이사장이 있는데 이쿠노에 있는 시설이 좁아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재공하기로 했지."

이쿠노구청, 경찰서, 우체국이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이쿠노 일등지에 약 2백평을 소유하고 있던 강창림 씨가 약 70평을 두부 자르듯 잘라서 경로시설에 맞는 설계를 해서 사용하도록 했다.

물론 무료 제공은 아니지만 이쿠노 일등지에 더욱 토지를 확보해서 맨숀이나 다른 다목적 건물을 지어서 임대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동포 노인 특히 제주 출신 노인들을 위한 경로당 신축에 헌신적 기여를 했다.

필자가 강창림 씨를 알게 된 것은 약 20년전이었다. 당시 강창림 씨는 민단 이쿠노 서지부 부의장이고 필자는 민단 이쿠노 북지부 사무부장이었다.

이쿠노 신이마자토(新今里)에 있는 스낫크(스낵바) <야나기:柳>는 제주 출신 동포들의 단골집이었다. 재일동포 소식은 물론 제주 소식도 바로 알 수 있는 정보와 뉴스의 발신지였다.

이곳에서 강창림 씨가 제주 제일중학교 2회 출신인 것을 알고 14회 출신인 필자와의 거리가 선.후배 사이로 더욱 가까워졌다.

그 당시 일본에도 <재일 제주제일중학교 총동창회>를 조직해야 한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햇병아리 날개처럼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그럼 실무 책임은 필자가 담당한다고 해서 강창림 선배들을 중심으로 창립하게 되었다.

지난 11월에는 제18회 정기총회도 갖어서 친목을 도모하고 있는데 17년 전에 모교에 시계탑 기증도 제2대 총동창회 회장을 역임한 강창림 선배 때 건립할 수 있었다.

"이것은 결코 강창림 선배님의 매명행위가 아닙니다. 기부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입니다."
약 3년 전 민단 이쿠노 서지부의 고문이신 강창림 씨가 당지부에 카라오케 셋트와 텔레비를 기증했는데 약 5백만원을 넘는 금액이었다.

이 사실을 안 필자는 당시 양평수 민단 서지부단장에게 기증자 이름을 그 셋트에 조그마한 글씨라도 써서 부착하라고 조언했었다.

그러나 강창림 씨 본인의 강한 반대 때문에 자기들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민단 임원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당시 임원들이 바뀌면 이러한 사실을 모르니까 그것을 부착함으로 인해서 임원이나 단원들의 기부에 의해 민단이 운영되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필자가 직접 말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지금 새롭게 구성된 임원 중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민단의 일반 재정과 예산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민단 이쿠노 남지부 의장직을 지금 맡고 있는데 이러한 일들이 사실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들이 안타깝다.

죠센이치바(조선시장. 지금은 코리어타운으로 불리고 있다.)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 덴진구> 신사가 있다. 제16대 닌토쿠천황을 모시는 신사인데 약 4세기 때 논어와 천자문을 일본에 갖고온 것으로 알려진 왕인박사와 친교가 있어서 그가 지었다는 가비(歌碑) 제막식이 2009년 10월 31일 있었다.

이 때에도 강창림 씨는 기부금 모금에 동참하면서 지역사회 문화 발전에 기여를 했는데 이러한 선행들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일동포 기부에 대해서는 거액의 숫자만이 화제가 되어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방면으로 솔선해서 놀랄만한 금액이 아닐지라도 기여하는 예는 드물고 공개되지 않는다.

기부문화는 거액이 문제가 아니라 십시일반의 운동으로서 일어나는 것이 건전한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12월 24일 <오이케바시 산보람>에서 노인들을 모시고 송년회가 있는데 이 자리에 제주 조천이 본적지이며 민요와 판소리꾼인 3세 안성민 씨를 초대해서 제주민요를 부르도록 남몰래 주선하가도 했다.

강창림 씨는 오사카 신촌친목회 회장을 역임하고 본적지가 제주 구좌읍 월정인 동포 2세, 부인 고양자(高陽子. 70) 씨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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