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5일 본관 현관 앞 홀로 시위 중 총장으로부터 ‘잡상인’ 소리를 들었다

총장의 “잡상인” 발언 내막

최근 슈퍼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제주한라대 총장이 이번엔 해직교수 앞에서 “잡상인”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대학 강 경수 교수는 지난 5일 오후 5시 반 자신의 재임용 탈락에 항의해 3층 총장실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총장은 퇴근시간에 맞춰 총장실을 나오다가 시위를 하고 있는 강 교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홀로 시위를 벌이는 강 교수는 혼자였고 총장에게는 사무국장과 보직교수 한 명이 함께 있었다. 총장은 강 교수에게 “학교가 잘못했다면 법으로 따져보고 그래야지”라는 말을 던지며 자신의 승용차가 준비돼 있는 1층 현관 앞으로 향했다.

강 교수는 묵언시위를 벌이는 터라 총장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에도 대응하지 않고 총장을 따라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총장의 승용차 앞까지 따라가 피켓시위를 들고 섰다. 총장은 그에게서 눈길을 돌린 채 승용차 문을 여는 경비에게 돌연 의미심장한 지시를 내렸다.

“잡상인 같은 사람들은 여기에 얼씬도 못하게 하세요.”

강 교수는 처음에는 총장의 이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안이 벙벙해 주위를 둘러봤다. 그 자리에는 강 교수 자신을 제외하고 경비와 사무국장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 교수는 자신의 재임용탈락에 대해 “최고 결정권자인 총장이 자신과 변변한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총장의 입에서 직접 잡상인이란 말이 나오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입시 때마다 대대적으로 교수들을 도내고교들로 내보내서 신입생 장사꾼으로 행세하도록 만든 게 바로 부자지간인 전임 총장과 현재 총장“이라며 모멸감에 앞서 분을 삼키지 못했다.

제주한라대학교 현판식 모습. 앞줄 오른쪽이 이사장과 총장

전문대교수 출입금지

2년제 대학 교수들이 고교 3학년 교무실에서 잡상인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아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고교 교사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찾아가는 바람에 고교 3년 교무실 문 앞에 “잡상인과 전문대 교수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다른 전문대 교수들도 고교들을 찾아다니며 학생 모집에 나서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주투데이>의 취재에 응한 한 교수는 제주한라대 교수들이 특히 입학생 모집에 집착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대학이 학과 입시충원율을 교수들의 업적평가 점수에 반영한 것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즉 교수가 학과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호봉정지와 급여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재임용에서 탈락돼 학교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도내 다른 2년제 대학들은 물론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이 전국적인 입시생 감소로 신입생모집에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그러나 이 대학만큼은 학과 정원은 물론 정원 외까지 꽉 채워 타 대학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을 정도다.

이에는 이 대학이 교수들을 입시생 모집에 강제 동원한 것이 크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제주한라대학교는 300억 이상을 들여 국내최대 실습호텔과 교사를 신축중이다. 잦은 설계변경과 공사 지체 분쟁으로 인해 본래 180억으로 책정됐던 건축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입시부정

작년 제주도 감사위원회 특별감사에서 제주한라대는 2013년과 2014년 신입생모집에 대해 불법행위를 지적받은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정시모집에서 불합격한 지원자들을 입시요강에도 없는 ‘기타’ 명목으로 추가로 합격시켰다가 감사에서 들킨 것이다.

이 대학은 교수들이 필사적으로 지원자들을 모집해오면 이들이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타 대학들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원자가 불합격하면 다시 편법을 동원해 정원외 명목으로 합격시키거나 혹은 정원미달 학과로 바꿔치기해 합격시키는 등 여러 입시부정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최근 2년간 입시부정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 대학은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무분별한 정원 외 모집으로 인해 강의실과 실습시설이 턱없이 모자란 형편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학과는 전공과목들까지 이른바 ‘콩나물’ 교실 수업을 하는 것은 물론 공휴일에도 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교수들은 “교육기관인 대학이 교육은 뒷전이고 돈을 벌어들이는 데만 주력하느라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개탄했다.

제주한라대학은 작년 전국 138개 2년제 대학 중 3위에 해당되는 막대한 운영차익을 올렸다. (2014년 교육부 대학알리미 자료)

대학당국의 경비절감의 일환으로 교수 연구실의 형광등들 중 절반을 빼가서 방안이 어둡다

상당한 법적비용의 출처 의혹

교수들은 또 총장이 대화는 하지 않고 ‘법대로’만을 외치는 것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공공기관인 대학을 혼자서 ‘마음대로’ 식 운영을 해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법대로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 대학은 현재 노조와의 분쟁과 부당 교직원해고 등 수많은 송사들로 인해 상당한 법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또 이 대학이 변호사를 학교 직원으로 두고 있는 것도 2년제 대학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거의 30년이 지난 낡은 칠판은 가까이에서도 분필 글씨가 희미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세계적 수준의 대학’(WCC)으로 선정돼 있다

<제주투데이>가 취재한 여러 교수들은 “총장의 막무가내식 대학운영으로 인한 법적 비용을 어디서 충당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학생 교육이 아니라 재판을 위한 비용으로 쓰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투데이>는 총장의 ‘잡상인’ 발언 경위를 문의하기 위해 제주한라대학 측 관계자들에게 유선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강 교수는 “교수가 잡상인이라면 그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뭐가 되느냐”며 “이는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이기 때문에 반드시 총장의 공식 사과를 받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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