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흑돼지의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지정이 실현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26일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 수가 급감해 절종 위기에 처한 제주흑돼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되는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이 순수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사육중인 260여 마리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제주흑돼지 식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도 축산진흥원은 1986년 우도 등에서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의 제주흑돼지를 사육·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제주축산진흥원내 제주흑돼지에 대한 유전자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돼지와는 차별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으며,제주도 특유의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해 체질이 튼튼하고 질병에도 강해 우리나라 토종 가축으로서 체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 제주흑돼지에 대해 지정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천연기념물 지정이 이뤄지면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의 엄격한 관리 지침에 따른 혈통·질병번식관리 등으로 더욱 안정적으로 혈통이 보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흑돼지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3세기), 성호사설(18세기) 등의 고문헌을 통해 제주에서 사육됐다는 기록이 전해질만큼 유서 깊은 제주 전통 종으로 육지와 격리된 제주도의 지역적 여건상,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 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제주흑돼지는 혼례, 상례 등에 항상 올려지며,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돗새끼회'(암퇘지 자궁 속의 새끼돼지로 만든 회) 등으로 음용되며 제주 향토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흑돼지는 돌담을 둘러 터를 잡고 '돗통'이라고 불리는 변소에 두어 길렀는데 돗통은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퇴비 생산이라는 생태순환적 원리가 반영된 제주 특유의 시설로도 이목을 끌어왔다.

제주흑돼지가 최종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제주도는 제주마와 제주흑우에 이어 재래가축 3개 축종이 축양동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해 10월 7일 문화재청에 제주흑돼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