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겪는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이 지나갔다. 나는 아직도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이곳에 발을 들였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개인적인 용모로 주민센터에 들른다고 해도 잠깐의 용건으로 민원 쪽을 찾았을 뿐, 중문동주민센터에 들릴 일이 없었던 나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주민센터 직원 분들은 이곳에 온 나와 다른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까지 친절히 맞이해 주셨다. 어색해 할 분위기를 알기에 말을 먼저 걸어 주시고 오는 길 춥지 않았느냐며 따스한 차를 손에 쥐어 주셨다. 그리고 잠시 뒤 동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도의 특성일까, 중문 주민 사람들 대부분이 서로가 내 친구이고, 친척이며, 내 친구의 친구인 가까운 관계 덕에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우리들까지 가족 같은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다.
그 이후 맡은 업무를 하며 나는 꽤 많은 생각이 달라졌다. 먼저 가장 놀랐던 것은 그 많은 문서를 순차별로 정리하고 쭉 보관한다는 점이었다. 문서마다 보관 기간은 다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 방대한 양의 원본을 보존하는 것을 보며 주민 센터의 준비성과 철저함, 체계적으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모든 게 맞춰서 돌아가는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원 분들이 모든 것에 사무적이진 않았다. 일이 있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을 모두 한 분 한 분 친절한 상담자 역할로, 때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편한 아들, 혹은 딸의 입장으로 그들을 대했다. 원래 내가 주민센터를 찾았을 때는 민원인이었을 때가 거의 대부분이었으니, 직원 분들의 업무를 단순히 중문동 관내 민원인들을 상대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주민센터를 찾는 이들은 중문동 주민 분들만이 아니었고 주민센터가 맡은 업무와 책임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이곳에서 같이 직원 분들과 지내길 한 달. 이제 나는 아르바이트생 신분에서 다시 평범한 중문동 주민으로 돌아간다. 다시 내가 주민센터를 찾게 되는 일은 방학 중 가족들과 친척들을 만나러 중문으로 왔을 때 일 것이다. 그 때 다시 주민센터를 찾더라도 나와 이 한 달을 보냈던 모든 분들이 모두 그 자리에 계셔서 나와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그 분들과 그 웃음과 따스했던 차 한 잔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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