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를 보면 작년보다 점수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정작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아보고서 너무 당혹스러워 하고 있어요."

2일 오전 2004학년도 수능시험 성적통지표가 떨리는 손마다에 전해지는 순간 교실은 일순 침묵속에 잠겼다.

가채점을 통해 미리 예상했던 점수보다 높게 나온 학생들마저도 몇번씩이나 성적표를 살펴보며 울상이 돼버린 친구 생각에 눈길을 주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지난해보다 전체 원점수 평균이 올랐다는 것은 고3 재학생의 몫이 아닌 모양"이라며 도내 모 고교 교사는 씁쓸함을 달랬다.

학생들 역시 재수생 강세가 올해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위권을 중심으로 "이러다 내년을 기약해야 되는게 아닌가"하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걱정은 중위권 학생들이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최상위권 학생들의 점수는 떨어진 반면 전체 평균점수는 올라 중위권 학생들이 '항아리형' 밀집구조를 보이면서 대학진학 경쟁이 그 어느해보다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당장 1~2점 차이로 당락이 엇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동일 점수대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수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재수를 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고3 담임 교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학지도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다.

도내 한 고교 교사는 "재수생이 워낙 강세를 보여서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정시원서접수가 끝나는 날까지 개별 상담 시간을 최대한 늘려서 학생들이 고생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의 말처럼 수능 성적이 통보된 도내 고3 교실은 겉으로는 담담한 분위기속에 이달 중순 마지막 선택을 위한 준비에 또다시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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