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기자협회 제41대 회장 선거가 3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제주도체육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3명.

제주일보 홍성배(39·기호1), 한라일보 고대용(37·기호2), 제민일보 김철웅(41·기호3) 기자 등 세 후보 가운데 선출될 새로운 회장은 2년 동안 제주기협을 이끌어가게 된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중앙기자단의 기협 탈퇴로 신임 회장단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게 주변의 인식이다.

이번 사태는 민영통신사 뉴시스 기자의 정회원 자격 문제로 불거지긴 했지만 기자협회의 본연의 역할에 대한 공식적 문제 제기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제주기협이 친목단체라는 순수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과 언론의 역할을 재고할 수 있는 공공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기자 사회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40년 맞는 제주기협의 역사

한국기자협회가 탄생한 것은 1964년 8월.  4개월여만인 그해 12월 한국기자협회 제주도지부가 결성됐다.

회원간의 유대강화, 자질향상, 권익옹호가 당시 결의 구호였다.

5·16 군사쿠테타로 인한 언론통폐합 바람은 제주지역에도 거세게 불었다.

여러 주간지 및 일간지가 제주신문으로 통폐합되면서 당시 1개사로 출발한 제주기협은 만 40년 동안의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8개사(신문 3, 방송3, 라디오1, KCTV 1개사)와 통신사, 각종 중앙 주재사 등 무려 10개 지회로 늘어났다.

14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제주기협 회원 수도 16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 사이 89년 4월 한라일보가 창간됐으며 1990년 6월 제주신문(현재 제주일보) 퇴직사원 110명으로 결성된 제주참언론동지회(회장 김지훈)가 주축이돼 제민일보가 탄생됐다.

제주기협은 지난 80년 5월 한국기자협회의 움직임과 발맞춰 제주신문분회가 자유언론실천 결의문 7개항을 채택하고, 1987년 7월 제주MBC 기자들이 방송언론민주화 투쟁 선언하는 등 시대상황에 맞서 언론개혁을 부르짖기도 했다.

1987년 6·29선언 이후 제주신문분회가 김대성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제주신문민주언론쟁취투쟁위원회'가 결성, 해직기자의 복직과 기회주의적 언론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을때 기협의 각사 분회(제주MBC분회, KBS제주방송총국분회, 연합통신제주지국 및 중앙지 제주주재 기자)는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뜨거운 열정도 있었다.

 ▲  친목단체에서 한걸음 나가야

하지만 90년 이후 언론 선배들이 꾸려왔던 제주기협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기자협회 내부에서 간간히 제기돼 왔다.

여론의 참 기능을 전달하다는 기자들의 모임이라는 제주기협의 성격을 외면한 채 제주도민의 관심사와는 무관하게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기자의 권위만을 앞세운 이익단체로 인식돼어 온 것도 일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주도기자협회의 정관(회칙) 제4조에는 민주언론 창달과 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 자질향상,  권익옹호 등을 위해 힘쓴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하반기 친선 체육대회를 가지는 행사가 고작이어서 기자들 스스로, 한마디로 '먹고 마시는'  단체로 전락해왔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심지어 행사때마다 각종 기관.단체장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압력단체'로서 힘을 과시한다는 쓴 목소리도 제기되기도 했다.

한 현역 기자는 "1년에 두번 있는 체육행사 조차 각 사(회원)간 교류를 통한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신문사의 경우 묘한 경쟁심리와 함께 단지 일부 기자들이 옛 동료와 선·후배를 만나는 자리로 여길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현역기자는 "회원 가입 문제 등의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할 게 아니라 변화하는 언론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기자 연대 조직으로서의 공공의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 상호 비판·감시 기능도 필요

한국기자협회의 경우 기관지 '기자협회보' 발간을 통해 기자 사회 내부의 문제를 점검하고 때로는 집중 조명과 자성을 통해 사회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로인해 한때 폐간으로 1년 2개월 동안이나 발행되지 못하는 미증유의 사건을 겪기도 했다.

1987년 6월 항쟁때는 그 해에 창립된 전국 언론노동조합연맹과 연대해 언론민주화 운동을 이끌었으며 이러한 언론민주화 운동의 흐름은 1990년대 이후 언론 개혁으로 모아지기도 했다.

이러한 한국기협의 노력은 여러 언론단체와 힘을 합쳐 소유지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언론개 혁 10대 과제를 발표했으며, 2000년에는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언론발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는 등 또 다른 언론개혁 정신으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1년에 한번 제주기협에서 발행하는 '제주저널'은 기관지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제주언론의 자화상을 담아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도에 대한 지평이 넓어진 만큼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목소리와 지역발전을 끌어낸다는 당위성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기협이 '친목단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제주도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서 상호 비판과 감시의 기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기협에서 탈퇴한 한 중앙언론지회 기자는 "한 때 선배들의 제주의 현안을 고민하고 기협의 본 의미를 찾아볼려는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그 열정이 점점 엷어지면서 기협의 존재가치를 크게 잃어버렸다"며 기자정신의 회복을 주문했다.
 
다른 기자는 "사실 사별로 제대로된 노조조차 없는 상황에서 기자협회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냐"며 "기협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상호 신뢰감 회복 급선무

제주기협은 95년 한국기자협회 규약 개정으로 '제주도지부'는 '제주도기자협회'로,각사 '분회'는 '지회'로 각각 고치고 몇차례의 정관개정을 통해 일간지 및 방송사 위주의 기협운영에서 열린 공간으로서 외형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에따라 한국기협이나 다른지역에서 볼 수 없는 KCTV지역방송 회원 가입  등 상대적으로 넓은 문호를 개방해 왔다.

하지만 제주기협은 안팎으로 '열린 공간'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회원사간의 친목에 안주하며 공공적 역할에 대해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밖에서는 행정기관 등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는 등의 폐쇄적 모습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도내 언론 환경도 상당부분 달라져 각 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타사로, 또는 신생사로 흩어지는 소위 '언론시장'의 다양화와 다변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한때 기협 사무국일을 봤다는 전직 일간지 기자는 "사실 기자협회의 존재 이유가 뭔지 고민에 빠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며 "순수 친목도 좋지만 지역 발전과 제주언론의 참 모습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중앙지 기자는 "기자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기협이 되기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공동 현안에 대해서는 각사의 이해를 접고 공동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가운데 지금까지 파생된 갖가지 형태의 갈등을 접고 서로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열린 제주기협으로 거듭나야

각 사간 경쟁이라는 불가피한 언론 풍토속에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여겨왔던 언론 환경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각종 매체와 특수 주간지의 창간이 잇따르고 '기자 정보 독점의 시대'에서 정보 공유 등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일 기협회원 154명이 투표로 참여하는 제41대 제주기협 회장선거에 대한 도내 기사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출마하는 각사 후보 또한 각 사(지회)의 연대와 함께 기자라는 자긍심과 동질감 회복, 자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는 노력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강자보다는 약자를, 주류 보다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자는 의미있는 출마변도 보인다.

기자협회라는 직능 조직이 얼만큼 도민에게 환영받고 기사 개개인에게 인정받을지는 제주기협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다.

변화 환경에 맞춰 도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귀울이고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인터넷 정보가 범람하는 열린 정보화 시대는 제주기협에게도 보다 빠른 변화와 변신을 주문하고 있다.

한 지역 언론사 선배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제주기협과 중앙기자단이 다시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갈등으로 비쳐지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차기 기협 집행부 등이 더 늦기전에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원로 선배 기자는 "제주기협은 회원사간 친목도모 외에 공정한 보도에 대한 상호비판과 스스로에 대한 공정 감시 또한 뒤따라야 한다"며 "이는 곧 기자 조직간 상호 신뢰감을 회복하고 기자에게 부여된 공공의 책임감을 부여받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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