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리조트 운영 인력의 80%를 제주도민으로 채용하겠다. 리조트 건설 공사 50% 이상을 지역 업체의 참여를 보장하겠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환경보전과 법규를 준수하겠다.”

앙지혜 홍콩 란딩 그룹이 12일 제주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기공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제주문화를 존경하고 제주도와도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 신화역사공원 조성이 본격화됐다. 축구장 560개 면적의 곶자왈을 밀어내고 결국 카지노 유치냐는 비판도 있었다. 제주도 관광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었다. 그것들은 이제 모두 과거로 걸어 들어갔다. 불가역적이다. 벽에 걸린 총은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는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말처럼 복합 리조트 건설의 ‘폭발음’은 울려 퍼졌다.

복합리조트 건설의 결과가 어떻게 됐든 그것은 온전히 제주도민이 감당해야 할 미래의 과제가 되었다. 개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개발 추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공공성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 그것은 우리 동네가 개발된다는 기대에 대대로 물려받은 선산을 순순히 내놓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70명 쯤 되는 지역 주민을 기공식에 초대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어떤 일이기에 ‘신화’와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클레인의 기계음과 발파소리가 온 섬을 흔드는가.

제주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는 사업 계획부터 기공까지 제주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지난 정부 시절부터 규제완화와 자유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세금을 감면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라는 이름으로 제주의 땅과 건물을 중국인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한때 주식시장을 풍미했던 ‘Buy Korea'에 빗대어 'Buy Jeju'라고 부를 만 하다.

가난한 집 살림 팔아 제치듯 땅을 팔았다. 그 땅에 지어질 미래가 무엇인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보다 높은 값을 치르기만 한다면 그만이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으로, 자유화라는 구호 아래 실험한 결과는 무참하다. 카지노 산업을 유치해서라도 지방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면, 땅을 팔아 개발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용인되었다. 되돌아보면 도정의 정책이란 얼마나 헐값에 제주를 파는 것인가에 몰두한 것처럼만 보인다. 절차는 무시되고, 변칙은 용인되었다.

지금 영종도에 대규모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13일 홍콩 글로벌 기업인 초우타이푹(CTF)그룹이 인천 영종도에 오는 2022년까지 2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보도다.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MOU를 체결했다. 한화로는 2조 8830억원 규모다. 한국에 2개의 카지노 랜드 건설을 위해 중국자본이 진출하였다.

제주신화역복합공원은 어떠한가. 사업 규모만 2조원 가깝다. 제주도 1년 예산이 3조7천억원 규모다. 2조원 규모의 개발 사업은 제주도 사회가 통제할 수 없는 규모의 액수다. 통제할 수 없는 자본은 위험하다. 길들일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 불안한 것처럼. 통제되지 않고 조절할 수 없다면 지역 사회는 결국 자본에 휘둘린다. ‘Wag the Dog’. 꼬리가 개를 흔들어버린다는 말이다.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지역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람정개발이 복합리조트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친다고 하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따져봐야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제주 신화역사공원이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거짓이다. 인천자유구역이 영종도에는 홍콩계 글로벌 기업인 초우타이푹 그룹이 2022년까지 26억달러(한화 2조 88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버금가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업 승인 변경 과정을 복기해보자. 관건은 카지노 문제였다. 2014년 5월 사업승인이 됐다. 투자규모 2조9798억원. 4780실의 숙박시설, 테마파크, 테마 스트리트 조성이 조건이었다. 후보 시절 원희룡 지사는 신화역사공원은 제주의 신화 역사 문화를 핵심 테마로 한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기본 구상에 대한 재검토나 해명 없이 대규모 숙박시설로 사업계획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정 중단되었던 사업은 지난 해 12월 승인되었다. 도민 고용 80% 및 지역 건설업체 50% 이상 참여, 지역 농수축산물에 대한 계약재배, 상생협의체 구성, 지역인재육성을 위한 산학프로그램 확대 실시 등의 조건을 내건 후였다. ‘신화’와 ‘역사’라는 기본적 구상에 대한 재검토는 고려되지 않았다.

람정개발이 내세운 사업계획을 들여다보자. 가족형 테마파크와 대규모 쇼핑, 제주 최초의 6성급 호텔. 2000실 규모의 프리미엄급 호텔, 럭셔리 스파, 국제회의와 전시행사가 가능한 MICE와 카지노, 문화시설,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편의시설, 약 1500여개의 고급 콘도미니엄, 타운하우스. 나열하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제주의 신화와 역사는 없다. JDC는 제주 신화를 담은 탐방로를 만들겠다고 한다. 참 면구스럽다. 신화도 버리고 역사는 종잇장처럼 구겨서는 겨우 한다는 것이 신화 탐방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주 역사에 대한 몰이해, 문화에 대한 홀대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제주는 1만8000 신들의 고향이다. 부엌신이, 화장실 신이, 집안 터를 지키는 신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능가하는 인류 최고의 신화적 보고가 바로 제주다. 그런데 겨우 탐방로라니.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대규모 숙박시설과 카지노다.

영종도와 제주에 중국 자본이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카지노라는 현금을 담보할 수 있는 도박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규모 카지노 설치는 결국 제주신화역사공원을 카지노 리조트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원희룡 지사는 카지노 감독기구를 설치해서 카지노 산업을 규제하겠다고 했다. 규제의 조건으로는 제주도 카지노 산업의 재편 카드를 거론하고 있다. 결국 기존의 카지노를 재편해서 판을 키우겠다는 것이고 이로 인한 지방세수 증대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심각한 전제의 오류이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이름 아래 세금 감면 정책이 무차별적으로 시행된 지역이다. 투자진흥지구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감면해줬다. 2013년 제주도 예산결산안 자료를 보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44개 업체에 이뤄진 지방세 감면액은 모두 579억 원이다. 여기다가 도내 외 면세점의 시장규모는 1조원대이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제주 관광진흥기금으로 출연하는 방안은 정부가 규제완화에 역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면적인 감세 정책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 그리고 면세점 매출액의 지역 환원 등을 고민하지 않고 카지노 재편을 통해 지방세수를 증대하고,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이다. 이것은 살아 있는 자식은 내팽긴 채 죽은 자식 불알이나 만지는 격이다.

걱정이다. 걱정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소유권을 넘기고, 상속권을 얹혀주는 개발 방식은 중단되어야 한다. 법적 절차의 정당성만을 앵무새처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행정이 탁상에서 육법 전서만 만지작거린다면 도민의 힘으로 그들의 엉덩이를 쳐 주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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