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관사 건립 문제가 강정마을에 직접 얼굴을 들이민 것은 2012년 5월 21일 이었다. 강정마을 E지구에 616세대의 해군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에 따라 주민공람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5월 26일경, 당시 해군사업단장 정인양 준장 이름으로 마을주민들에게 군아파트 건설에 협조를 구하는 편지들이 각 가정마다 배달되었다. 그러나 이 편지를 받은 성난 주민들은 5월 29일 주민설명회를 무산시켰다.

그러자 6월 5일경, 해군사업단장은 다시 각 가정마다 군아파트 건설 협조 편지를 보내었고, 이에 마을회는 6월 10일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주민들의 뜻을 물었다. 이 당시 총회에는 참석자가 212명에 달했고, 주민들은 군인 아파트를 원천 거부하는 결의를 하였으며, 당시 예정지 토지주 24명 중 21명의 소유권 이전 거부 서명과 함께 총회 결과를 해군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군은 6월 15일 또 다시 주민설명회를 강행하다 주민들에 의해 무산되었다.

이 사건만으로도 강정주민들의 해군아파트 건설에 반대의 뜻을 천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군은 이듬해인 2013년 B지구에 384세대의 군인 아파트 계획을 수립하여 3월 26일 기습적으로 주민설명회를 하려했다. 해군이 강정마을의 A부터 F까지의 군관사 건립 가능지역을 검토한 가운데 유일하게 B지구의 토지주 해군기지 찬성 비율이 반대 측 비율보다 높다고 판단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설명회 역시 성난 주민들에 의해 무산되었다. 군인 아파트 관련 세 번째 설명회가 무산된 것이다.

해군은 설명회가 무산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3월 28일경, 각 가정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마을회에도 공문을 발송하여 주민총의를 물어왔다. 마을회는 즉시 운영위원회의를 소집하고 이 문제를 임시총회 제2호 의안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하여 4월10일 마을임시총회를 개최하였다. 이 총회에 145명의 주민들이 참석하였으나, 제1호 의안을 처리하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군관사 문제 다룰 시점의 재석인원은 118명이 되었고,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위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치반대 114, 무효 1, 유치찬성 3이 나와 98%의 압도적인 반대의 결과를 얻었고, 이 결과를 해군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군은 이러한 주민들의 총의를 받고 나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10월 6일 부임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부임한지 8일만인 10월 14일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 주민동의가 필요 없는 규모인 9437㎡ 72세대 군아파트 건립에 대한 계획을 고시하였다. 이 고시는 비록 국방부장관 명의의 고시이긴 하나 황기철 참모총장이 참모차장 시절부터 직접 제주해군기지 관련 업무를 챙겼을 것이 분명하니만큼 그의 뜻이 반영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강정주민들은 이러한 해군의 태도에 아연질색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황기철 참모총장이 11월 1일에 강정마을회에 대표자 간담회를 제안하여왔다.

이 얼마나 기만적이며 후안무치한 태도인가!

강정주민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해대며 다른 한 편으로 대화하자는 처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정잡배보다 못한 태도 아닌가.

이에 강정마을회는 운영위원회의를 통해 해군이 해군기지건설 갈등주체로서 공식적인 사과와 고소 고발 취하를 전제조건으로 대화하자는 내용을 담아 11월 6일 공개서면으로 답하였으나, 황기철 참모총장은 이에 어떠한 공식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앞으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비롯된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고 화합과 상생의 길을 가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11월 20일자로 전체 주민들에게 보내왔다.

그 자신 스스로가 군관사 추진과정의 불신을 자초한 자가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주민들에게 보낸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이 시작되자마자 1월 4일 군관사 건립사업 토지보상 공람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군관사 건립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4월 1일, 384세대 건립 계획은 유보했으나 72세대와 312세대로 분리하여 강정마을에 추진 할 계획을 알리며 또 다시 주민총의를 묻겠다는 서한과 공문서를 부석종 기지사업단장 이름으로 보내왔다. 이 서한 역시 다른 곳에 건립을 추진하거나 신서귀포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 훨씬 쉬운 길이지만 주민과 상생하기위해 부득이 강정마을에 추진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정마을회는 주민총회를 인정하지 않는 해군의 태도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지난 두 차례의 주민총회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세 차례의 주민들의 설명회 저지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총회의 결과가 너무도 확고부동하여 그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여 회신을 하였지만, 결국 해군은 군관사 72세대를 추진하였고, 이에 강정마을회는 2014년 11월 11일 또 다시 주민총회에서 군관사 문제를주민들에게 물었고, 군관사 건립 철회를 결의 하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군관사 철회를 위한 노력을 요청하였으며, 원지사는 “강정주민의 갈등 봉합과 치유에 부합되지 않는 방향의 사업은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대체부지 마련 등의 협의를 해군 측과 경주하였으며, 긴급출동을 위한 소규모 아파트는 해군기지 내부에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며 국방부와 협상을 하였으나, 지난 1월 31일 해군과 국방부는 해군을 포함한 용역 100여명과 경찰 1000여명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주민들을 밀어내며 행정대집행을 통해 자신들의 안하무인을 입증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해군은 군관사 건립 찬성주민의 뜻을 버릴 수 없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실체를 알 수도 없는 찬성 측 주민의 뜻을 받들어 해군아파트를 건설했다는 태도는 마치 전체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는데 일부의 주민들만 반대하며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킨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올림픽 금메달감이다.

하여, 우리 강정마을을 대표하는 강정마을회와 운영위원 일동, 그리고 노인회와 부녀회, 청년회 등의 자생단체 일동은 제주도와 해군에게 주민투표를 제안한다.

우리도 이 군관사 건립사업이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이기에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이 주민투표로 인해 사업의 가부를 결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해군과 강정주민들은 언제까지나 얼굴을 붉히며 원수로 지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주민투표를 통해 그 결과 찬반 동수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깨끗이 반대활동을 청산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군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할 기회가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제안하는 이 기회를 제주도와 해군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강정마을회가 주관하는 주민투표를 추진 할 것이다. 그리고 단 한 표라도 반대가 더 나오는 결과가 나오는 순간, 끝까지 해군관사 건설을 저지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며 해군과는 대대손손 대립하며 원수로 지낼 것을 천명 할 것이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보호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으로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성립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비록 강정마을주민들이 전체국민에 비해 아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더라도 해군과 강정마을의 갈등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전 국민이 이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강정마을이 제안하는 마지막 기회를 제주도와 해군은 부디 놓치지 말길 빈다. 그래서 강정주민, 그리고 제주도와 상생하는 해군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2015. 2. 23

강정마을회, 강정마을운영위원회, 강정노인회, 강정부녀회, 강정청년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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