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 긴급하게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추경예산안 처리 등 향후 예산 관련 정책에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좀 늦었지만 다행이다.

기자회견 내용은 이렇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민생예산이 반영된 1634억원 규모의 제주특별자치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회 예산증액 없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 의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주도에서 편성 제출한 추경예산을 도의회에서 조속히 심사해 원만히 처리키로 합의했다”며 “그동안 예산문제로 야기됐던 쟁점들에 대해서는 예산개혁의 공동주체가 돼 진지한 고민 속에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예산제도의 개선방향을 설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예산처리방식과 관련해서는 “이번 추경예산안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증액 없이 처리하게 될 것”이라며 표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도의원들이 지역주민 대변 기능을 존중하고 도의회는 예산편성의 기준과 절차를 존중하면서 상호간의 협의 하에 불합리한 관행이 타파될 수 있도록 협치의 정신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석 달 동안 도민을 볼모로 예산전쟁을 벌이던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 개회를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은 결국 민심 앞에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발표한 도민여론조사에서도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도의회와 제주도 모두를 비판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먼저 구성지 의장을 비롯한 40명 도의회 의원들은 설 연휴 동안 성난 민심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었고 제주도는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이 이 기간 동안 각종 채널을 가동하여 의회와의 갈등을 풀고자 뛰어다녔다.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은 벌었다.

오늘 부터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그동안 최대 쟁점이 돼 왔던 ‘증액편성’ 없이 ‘추경예산안’이 처리 될 것이다.

이걸 두고 누가 지고 누가 이기고, 누구는 실리를 챙기고 누구는 명분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둘 다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

아무튼 성난 민심 앞에 양 측 모두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며 극적 타협을 이끌어낸 측면이 강해 결코 종전은 아니고 휴전인 셈이다.

곧 예산개혁의 방향과 범위 등을 놓고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전쟁은 원희룡식 개혁에서 시작됐다.

예산개혁의 당위성엔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인 도의회와 도민 모두를 공감시키지 못하는 개혁은 논쟁의 불씨로만 남는다.

도민들에게 진짜 감동을 주는 예산개혁, 지금부터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