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5일 습격한 테러범은 가까운 테이블에 참석자로 가장해 앉아있다가 주변에서 미처 손쓸 새 없이 달려들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에 따르면 공격을 가한 김모(55)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쪽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오전 7시 35분께 리퍼트 대사가 도착하고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조찬이 시작되자 김씨는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에게 유인물을 한 움큼 건네고는 "받으라"고 말했다.

그 후 김씨가 헤드테이블 쪽으로 이동해 리퍼트 대사를 밀쳐 눕히고 흉기를 휘두르기까지는 불과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리퍼트 대사가 첫술을 뜨자마자 공격당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참석자들과 김씨를 제지하려는 관계자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뒤섞이면서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을 다쳐 피를 많이 흘린 리퍼트 대사는 "도와달라"고 외쳤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행사장 밖으로 이동했다.

수행원들은 외투를 벗어 대사를 가린 채 구급차로 옮겼다.

좌) 테러 당한 미 대사      우) 테러범 김모씨

그 사이 김씨는 주변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김씨는 "유인물을 나눠주십시오. 지난 3월 2일에 훈련 반대하면서 만든 유인물입니다. 한일관계 다리가 날아갔어. 왜 전쟁훈련합니까. 전쟁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김씨는 일부 참석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민화협 관련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난 요주의 인물이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참석자들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여기에 올 수 있느냐"는 말도 했다고 민화협 관계자는 전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참석자는 당시 김씨가 출입증을 갖고 있긴 했지만 사전에 등록해서 발급받는 정식 출입증이 아니라 손글씨로 써서 현장에서 교부한 출입증이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행사장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경호하는 직원도 아무도 없었다"면서 "이제 와서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면 어떡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국 대사를 공격한 것은 미국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외교적 문제로 번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