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4.3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쓴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씨(89)가 제주4·3평화상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일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1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열어 김씨에게 4·3평화상을 수여했다. 특별상은 평화·인권운동가인 무하마드 이맘 아지즈 인도네시아 나들라툴 울라마(NU) 전국이사회 의장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1957년 최초의 4·3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한 데 이어 1976년부터 20여년간 일본 문예지에 대하소설 <화산도>를 연재해 4·3의 진실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김씨는 이 같은 창작활동으로 아사히신문의 오사라기지로상, 마이니치 예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문학활동 외에도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도쿄’와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오사카’를 결성해 4·3 진상규명 운동을 지원했다.

김씨는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고향땅 제주에 돌아와서 이런 상을 받게 돼 대단히 기쁘다”며 “아직도 4·3의 완전한 해방까지는 멀었지만 이런 상이 제정된 것부터가 4·3이 차차 보편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며 4·3에 관심을 둔 데 대해서는 “고향땅에서 일어난 처참한 학살에 대한 충격이 컸다”며 “4·3을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됐다. 4·3은 대학살이다. 진상을 밝히고 숨겨진 역사를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별상을 받은 이맘 아지즈는 인도네시아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50만여명이 학살당한 ‘1996년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화해 운동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그는 “4·3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진상규명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달러, 이맘 아지즈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달러가 각각 수여됐다. 4·3평화상은 4·3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제정됐으며 격년제로 시상한다.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은 이번 시상에 앞서 4.3평화공원에 들러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많은 생각이 난다"고 먹먹한 심경을 드러냈다.
 
더구나 건립된 후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과 '봉안관'을 둘러보던 김 작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땅속에 묻혀있던 유해들을 봉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들이 현실로 이뤄졌기 때문. 직접 발굴현장에서 보았던 한 여성의 유해를 담은 봉안함 앞에서는 눈물이 훔치기도 했다.
 
김 씨는 "아직 4·3이 가야할 길이 멀었다"며 "한국의 근대사에서 4·3이 자리매김 못하니까 역사적으로 안정이 안되고 있다. 그나마 국가 추념일로 지정된 것은 한단계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김 씨는 해방 이전의 조선적(朝鮮籍)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무국적자다. 그동안 무국적자들의 국내 입국이 거절된 가운데 김 씨의 내도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서로 적대시 하고 있지만 같은 민족, 겨레이지 않느냐"며 "내가 무국적자이기 때문에 그동안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무국적자 신분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4·3 불량위패' 논란에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 나무 하나만 보고 숲을 안보는 것"이라며 "무장대 잘못의 문제 보다는 해방공간 안에서의 전체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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