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의 인권이 많이 신장됐지만 아직도 정치인 부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아한 모습의 현모양처 타입의 재클린이다.

지난 1일, ‘도교육청 공무직원인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원희룡 지사 부인 강윤형씨의 특혜 논란‘ 기사를 접하면서 정신보건 분야에서 일 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많다.

우리는 왜, 전문가의 봉사와 소신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까? 그리고 아직도 정치인의 부인을 독립적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일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백안관 서관에 개인 사무실을 둔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로뎀 클린턴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많았던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강윤형씨의 논란은 좀 다르다.

최근 우리사회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녀가 지사의 부인이기 전에 정신건강전문의로써 인력풀이 열악한 도내에서 이 일을 승낙한 것에 대해서 어쩌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성인기에 나타나는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는 소아청소년기 때 이미 발병했거나 전조증상들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뿐인가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묻지만 범죄’와 같은 반사회성 인격 장애들은 소아청소년기에 정신건강 수준과 맞물려 완성돼 가는 것으로 사전에 전문가의 개입과 사회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정신건강 사업은 쉽지 않다. 개개인의 기질과 심리적인 문제, 가족관계, 또래 집단, 교육환경과 미디어 등 사회 전반적인 환경적 요인과 함께 해결해 가야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in put과 동시에 out put이 되는 사업도 아니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사업이다. 이런 일에 주 4일 근무로 월 600만원이라는 도내 의사의 평균 월급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는 과연 누가 이 일을 할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마도 2차의 공모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없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돈을 잘 버는 직업이다. 그래서 특별히 소신이 있지 않으면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일을 스스로 나서서 하겠다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특혜 논란에 대해선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단지 지사의 부인이 도교육청 공무직원으로 채용이 되었다는 것 때문에 특혜를 이야기한다면 좀 더 정확하게 무엇이 특혜인지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도교육청 관계자의 “응모자가 없어 부탁을 했다” 는 변명에 급급한 대답보다는 청소년정신건강사업의 중요성과 제주도 청소년들을 위한 그녀의 역할과 소신에 대해 얘기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과거 정치인의 부인들은 현모양처가 미덕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우리 여성들은 남편이 정치인이든 대통령이든 힐러리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정당한 일에는 소신껏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루한 시각으로 해석하며 진정한 마음을 깎아 내리기에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제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지사 부인이 힘들지만 좀 더 책임감 있게 이 일을 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대되고 우리 청소년들이 항상 밝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기고 내용은 ‘제주투데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