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하나미(はなみ:花見:야유회) 시즌이다. 사쿠라꽃 개화와 함께 일본 열도를 북상하는데 동북 지방은 아직 만개:滿開 상태가 아니어서 이르지만 오사카의 사쿠라꽃은 거의 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하나미는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글자 그대로 하나미는 꽃구경을 하면서 공원이나 다른 야외에서 갖고간 음식들을 들면서 하루를 즐기는데 밤에도 열린다.

최근에는 하나미가 외국인을 위한 관광 상품의 하나가 되어서 조용한 붐을 이르키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팜플렛에도 게재된 것을 본 적이 있다.

동포 단체 민단에서도 각 지역마다 연중행사로서 열리는데 필자가 의장을 맡고 있는 이쿠노 남지부에서도 지난 12일 개최했다.

약 2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는데 도시락 3백개와 맥주를 비롯한 음료수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원에서 개최할 경우에는 사전에 신청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제한 사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공원에서는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지역이 따로 지정되 있지만 조그마한 공원에서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소공원에서도 마이크 사용이 허용되었는데 금년부터는 음향 장치는 어떠한 것도 안 된다는 제한 사항 하나가 더 늘어나면서 해마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카라오케는 몇년 전부터 금지 사항이었지만 마이크 사용을 허용함으로서 노래를 부르는 일들이 가끔일어나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소음 호소가 끊이지 않아서 음향 사용 자체를 금한 것 같다.

가족 단위나 아니면 소규모 모임의 하나미이면 구태여 마이크까지 필요 없지만 백명 이상이고 보니 상품 추첨 때에는 마이크 없는 생목소리만으로서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오손도손 가족, 친구, 아니면 조그마한 모임끼리 둘러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미를 즐기는 것도 그런대로 좋았지만 마이크와 노래가 없는 대단위 하나미는 생동성과 율동성이 없어서 활기 빠진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모두가 즐기고 끝내는 하나미지만 마무리 처리만은 전과 다름없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을 하나미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청결성이다.

지역 곳곳에 있는 소공원은 물론이며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던 대공원도 휴지 한조각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하고 자리를 뜬다.

일본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일본에 대한 인상을 물었을 때 언제나 상위권에 들어있는 것이 거리는 물론 모든 것이 깨끗하다는 청결성이다.

대로변은 다른 외국에 가도 깨끗한 편이지만 일본은 특히,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영업을 한 음식점과술집이 즐비한 뒷골목도 쓰레기 하나 제멋대로 뒹그는 예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청결성에도 커다란 결함이 있다. 40년 이상을 일본에 살고 있는 필자가 지금도 그 결점은 치명적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다.

지난 12일 일요일, 민단 하나미 장소에 자전거로 가다가 인근 공원에서 다시 목격했다. 아침 8시 반쯤인데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공원을 대청소하고 있었다.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원에 있는 사쿠라나무 꽃들이 4월의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는데 그 꽃잎들을 떨어지기가 바쁘게 부지런히 쓸어담고 있었다.

필자는 아연했다. 아니 어떤 슬픔까지 치밀어울랐다.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막 떨어진 사쿠라꽃잎이 어떻게 해서 쓰레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길과 땅이 피가 날 정도로 너나 나나 모두 쓸어담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며칠 전에는 경로의 집 할머니들이 이른 아침에 나와서 공원의 사쿠라꽃잎을 열심히 쓸고 있었다.

떨어진 사쿠라꽃은 하얗게 주위를 채색하는데 그 눈부심과 아름다움은 들여다볼수록 더한다. 아름다운 여운의 운치는 사색의 심연으로 더욱 이끌어간다. 밤에 보는 이 풍경은 더욱 그 마음을 짙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게 떨어지는 꽃잎을 떨어지는 그 순간, 낙화(落花)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인식 속에 청결성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쓸어서 쓰레기 비닐봉투에 담아넣는다.

누군가가 이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조금 더 며칠 두었다가 청소하자는 의견도 나올 법한데 날마다 일사천리로 되폴이 되고 있다.

이것은 4월의 사쿠라꽃만이 그 청결성의 희생이 되는 것이 아니다. 11월 만추의 은행나무 낙엽들도 예외가 아니다. 황금색의 은행나무 낙엽은 사쿠라꽃 이상으로 눈부시다.

며칠 쌓인 채로 두고 그 황금색의 낙엽을 밟고 거닐 수 있다면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메마른 도회인들의 마음의 청량제가 될 것이다.

지면에 떨어진 모든 것은 쓰레기나 다름없다는 강박 관념 속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빗자루로 쓸어버리는 변함없는 청결성의 획일주의가 낳은 생활문화인지 모른다.

자연의 여운이 넘치는 서정성을 이렇게 가볍게 처리해 버리는 모습들을 필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속에 봄과 가을의 계절병처럼 언제나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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