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알고 있듯이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또 다른 이름은 ‘협치’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내내 ‘협치’를 제1공약으로 내 세웠고 원 지사가 취임한 후 단행한 조직개편에도 ‘협치정책실’만 단연 돋보였다.

원 지사는 민간이 앞서는 분야인 경우엔 행정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는 일을 ‘협치’라고 정의했다.

도지사 직속 기구인 ‘협치정책실’은 도민사회, 야당, 시민단체, 심지어 국회와 중앙정부와의 소통 창구로 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바쁜 도지사를 대신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연으로 원 도정의 ‘협치’를 이끌어갈 ‘협치정책실’은 이미 좌초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 ‘협치정책실’이 어떤 이름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도민들은 잘 모른다.

그리고 원 지사의 ‘협치’도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17일 열린 제32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다시 ‘협치’가 살아났다.

현우범 의원(새정치민주연합·남원읍)은 원 도정의 제1공약인 '협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도정 출범 초기 야당에 행정시장 후보자를 추천을 요청하기도 하고,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제주시장으로 중용하면서 원 지사의 제1공약인 협치에 대해 도민과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에너지공사와 컨벤션센터 등 제주도 출연 기관장에 대한 두 번의 인사청문회에서 도의회가 부적격에 가까운 의견을 냈지만 임명을 강행하면서 도민과 의회가 협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6개월이 지난 올해부터는 '협치'란 표현을 거의 안 쓰는 것 같다. 혹시 '협치'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원 지사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봉 의원(새정치민주연합·노형을)도 원 도정의 '협치정책'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께서는 협치를 강조해 왔는데 외국의료기관 설립과 관련해서는 왜 협치 정책을 펼치지 않느냐"며 "도의회에 보고 한 번 없이 보건복지부에 녹지그룹에서 신청한 외국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계획을 신청했다.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난해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할 당시 ‘협치’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아직도 ‘협치’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서 다시 반추해 본다.

 [2014년 7월 8일자 ‘발행인칼럼’ 전문]

‘협치’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왠 뚱딴지같은 소린가?

요즘 협치 때문에 말이 많다.

연일 언론에서는 새롭게 시작하는 원희룡 도정의 협치를 물고 늘어진다.

7일 발표한 행정시장 선임에서도 협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협치가 무슨 동네북인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누가 협치를 경험해 봤는가?

다들 생소하다.

협치를 공약으로 만든 사람이나, 이것을 펼쳐 나가겠다고 외치는 도지사나, 협치가 잘못됐다고 꼬집는 언론까지...

모두 이러는데 도민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여기서 한번 뒤 돌아보자.

그 동안 우리가 외쳤던 협치가 선거에 쓸려고 몇 사람이 책상에서 조급하게 만든 상품은 아닌지?

일반적으로 작은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도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결점을 줄이고 좋은 상품으로 만든다.

시뮬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은 현실의 상태를 재현하는 모델을 만들어서 실험하며 시스템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기법을 말한다. 조건을 바꾸어 반복 실험함으로써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며, 여러 가지 행동을 단시간에 안전하게 비교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젊고 패기 넘치는 원희룡 도정에 바란다.

지금 늦지 않았다.

협치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공감대를 갖자.

도지사, 공무원, 언론, 도민 모두 함께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여러 방법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자.

원희룡 도정의 앞으로 4년,
제주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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