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란 말이 있다.
‘방안에 들어온 아기 코끼리가 자라면서 커진 덩치로 결국은 주인을 집밖으로 몰아낸다‘는 숙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 낸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제주도가 2010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코끼리를 제주의 안방에 끌어들인 꼴’이어서 인용해 봤다.

여기서 코끼리는 물론 거대 중국 자본이다.
‘외국인이 제주도내 휴양콘도 등 휴양체류시설에 5억원이상 투자하면 거주비자를 내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허용 한다’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는 중국자본에게는 군침 삼킬만한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 이민지인 제주에서는 개인 명의의 부동산 소유가 인정되고 자자손손 물려 줄 수 있다. 거기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중국자본으로서는 여간한 매력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부동산투자 이민제는 중국자본의 제주부동산 사냥의 신호탄이었다.
쓰나미 처럼 밀려드는 중국 자본에 제주부동산 시장은 요동을 쳤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값을 치면 그 위에 웃돈까지 얹어 사들였다”고도 했다. 하마처럼 게걸스런 부동산 식욕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시행되기 전해인 2009년 제주도내 중국인 소유 토지는 1만7902㎡에 불과 했었다.
그런데 제도시행 4년여 만인 2014년 6월 현재 중국인 소유 토지는 592만2327㎡로 급증했다. 2009년보다 무려 296배 이상 늘었다.
중국자본의 부동산 쓰나미 현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제주부동산이 중국자본의 식민지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코끼리 같은 거대 중국자본의 제주부동산 시장 개입이 선순환 구조로 가지 않고 불건전 투기성 자본에 의해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여 제주공동체까지도 해체 시킬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중국자본에 의한 부동산 투자 쓰나미 현상이 늘어날수록 제주 경제는 사실상 중국경제에 예속된 노예경제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경제만이 아니다. (걱정을 부풀려 확대 해석 한다면) 도민들도 그들 식탁 밑의 부스러기를 주어먹는 종노릇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 경제의 예속화가 가져올 미래 제주의 밑그림이 그렇다.
이는 중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거나 기침이라도 하는 날이면 제주경제가 휘청거리며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경제가 호황일 때는 제주경제도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도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제주에 투자한 중국자본의 수익금이 제주에 재투자 하지 않고 과실을 가져가버리는 심각한 국부(國富)유출 현상을 보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호황일 때는 국부유출, 불황일 때는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 부작용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 등 제도개선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제주부동산 이민제 도입과 관련, “해외자본 투자 유치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자극을 주기위한 대증(對症)요법으로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를 간파한 부동산 업계의 반응이었다.
그 실험용 쥐로 ‘제주를 선택’한 것임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사실 부동산만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투자 이민제 시행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외국의 경우는 옵션으로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핵심 주요 대상은 주식이나 증권 또는 신규사업 투자 등이다.

홍콩인 경우 2003년 투자이민제(채권 및 부동산)를 시행하다가 부동산 가격 과열현상의 부작용을 보이자 2010년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캐나다는 5년간 일정금액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투자 비자를 내주는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운용했었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에 의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원주민들이 집을 팔아 고향을 등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이를 폐지했다고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도입했지만 경제발전보다 심각한 각종 사회적 부작용만 낳았기 때문이었다.

차이나 머니를 경험했던 캐나다의 벤쿠버는 중국인 투자 열풍으로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 중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었다.
결국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 같은 거대한 중국자본의 쓰나미가 원주민을 도시에서 몰아낸 것이다.
차이나머니의 파워는 거칠 게 없었다. 미국 영국 등의 내로라하는 랜드마크는 중국자본의 밥이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이미 진행중인 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작용이 여러모로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과열, 난개발을 통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파괴, 경관 사유화 논란, 국부유출과 제주전통이나 정체성 훼손과 오염, 중국 부동산 식민지 우려 등등은 이대로 부동산 투자 이민제를 지속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개선대책의 시급성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나 다름없다.

물론 부동산투자이민제는 2018년 6월까지의 한시적 제도이고 제주도당국도 ‘부동산 5억원+채권 5억원 매입’, ‘제도적용지역을 관광단지나 유원지 등으로 한정’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정도로 중국의 거대 코끼리 자본의 무차별적 제주부동산 잠식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되레 더 많은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돗자리를 깔아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왕 제도개선을 염두에 뒀다면 보다 강력하고 제주경제에 도움이 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새롭게 짜내는 것이 바람직 한 일이다.

‘부동산 투자’를 아예 투자이민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첨단기술 집약 사업 등을 투자대상에 넣는 일도 고려해 볼 일이다.

싱가포르의 투자이민 대상은 그래서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이나 청정에너지 사업 및 환경기술사업, 첨단해양관련 사업 등 분야에 대한 투자 이민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부동산 투기 이민제‘로 탈바꿈된다면 부끄러운 일이고 불행한 일이기도 하다.
광풍처럼 소용돌이치거나 거품을 일으켰던 부동산 열풍은 결국은 깨지기 마련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심각했다. 부동산 산업의 역사가 기록하는 오랜 경험칙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제주의 안방에 들어온 코끼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의 목표를 다시 정립하고 방향을 틀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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