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 당시 희생 당한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제주 심방의 혼풀이가 저는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49년만에 제주에 귀향하고 그후 몇차례 방문 속에 부모님을 위해서 약 여섯 시간 동안 제주에서 굿을 했습니다."

일본 NHK TV에서 김시종 시인의 터큐멘터리 방송 취재가 제주에서 있을 때, 제주 김순이 시인의 소개로 함덕 윗 동네에서 큰 굿을 했었는데 필자도 동행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동포 원로 시인 김시종 시인(86)이 지난 4월 19일 오사카 이쿠노구민센터에서 약 5백명의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제67주년 재일본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강연에서 말했다.

강연을 듣는 청중들의 종교관과 신앙에 따라 그 발언에 어떤 위화감이 있을런지 몰라도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외가 친척 집에 피신해 있으면서 울타리 넘어 바로 보이는 해변가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심방의 춤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직계 가족의 피해는 없었지만 토벌대와 무장대들에 의한 친척들의 죽음과 많은 사람들의 시신을 목격했을 때의 참혹함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부정이었고 잔학성에 대한 혐오감의 극치였다.

그러한 시신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은 엄숙하고 위엄에 넘치는 분위기 속에 잘 차려진 제단이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현장에서 제주 토속신앙인 심방의 너울거리는 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위령이 될수 있다고, 당시 민감한 십대였고 생사의 갈림길이라는 극한상황에 처해 있던 김시종 시인에게는 구원의 환상처럼 뇌리에 각인되었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한국에서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단어를 잘 사용한다. 그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그 지역 주민에게는 가장 몸에 좋다는 국내산 농산물을 장려할 때 쓰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토불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동의어로서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한자음 그대로 그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좋다는 의미이다.

생활문화도 마찬가지이다. 4.3사건은 제주의 가장 큰 아픔이다. 이 아픔의 치유는 제주 토속신앙인 심방의 혼풀이 굿이야말로 제주도민의 정서로서 가장 알맞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른 종교와 신앙을 배제하는 의미도 아니고 샤머니즘 믿음의 차원도 아닌 제주 전통적인 토속신앙 차원에서 제주의 아픔을 제주 굿으로서 치유하자는 제주 특유의 정서에서이다.

무장대의 말단 연락책으로서 활동하다가 신변의 위험 속에 피신하면서 무인도인 관탈섬에서도 혼자 4일간을 보내고 일본으로 건너온 김시종 시인의 4.3 체험담은 공개 석상에서 처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지막, 마지막 부탁이다. 가령 죽을지라도 나의 눈에 띄는 곳에서만은 죽어서는 안 된다.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다."

어두컴컴한 심야 조그마한 어선에 몸을 싣고 닷그네 작은 어항을 떠날 때 아버지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이었고 대면이었다.

그래서 일본 생활이 시작된 김시종 시인의 다른 내용들은 여러 지면을 통해서 잘 알려졌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필자가 들은 인상적인 내용만 소개했다.

"말할 수조차 없었던 제주4.3. 그러나 제주에서의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또 유족들에 대한 보상 등 조금씩 제주 4.3이 전진하는 가운데 일본 땅에서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묵도로 시작된 이날 위령제는 오광현 "재일본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회" 회장의 <말로서 전해져 빛을 보는 재일의 제주4.3>이라는 상기 인사가 있었고,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했다.

"예로부터 억울하게 죽은 원혼은 그 한을 풀기 전에는 저승으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저승에도 못 가고 이승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떠도는 억울한 원혼들을 중음신(中陰神)이라고 합니다."(중략)

"중음신들이 저승으로 승천하고 자손들이 4.3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4.3특별법의 취지인 인권신장, 국민통합의 꿈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정문현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은 "2013년 8월 2일 제주경우회와의 화해, 상생 공동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합동참배, 전국체전 공동 성화봉송, 대통령 추념식 참석 공동기자회견 등 지속적인 화해, 상생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취지의 인사말을 했다.

그후, 김시종 시인의 강연 다음에는 최상돈 가수의 노래와 박보 제일동포 인기 가수의 공연이 있었다. 박보 가수의 힛트곡과 이날 처음으로 4.3을 위해 스스로가 작사, 작곡한 <제주4.3> 곡을 열창했다.

8년 전, 김창후 전 "제주4.3연구소장"의 요청으로 박보 가수가 제주 4.3에 대한 노래를 작사, 작곡하여 일본어로 불렀는데, 내년에는 한국어로 부를 수 있도록 그 번역을 필자에게 맡긴다는 부탁도 받았다. 공연 후, 참석자들의 헌화로서 위령제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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