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새벽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1호기의 수명연장 안전성 심의를 강행처리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노후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우려해 폐로요구를 해왔음에도 이뤄진 일이다. 월성원전1회기가 위치한 경주 등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전국의 환경단체가 일제히 비판대열에 동참했고, 정치권도 즉각적인 비판에 나섰다. 그만큼 월성원전1호기의 수명연장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국적으로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이 논란이 될 무렵 제주도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이에 대한 문제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가 버렸다. 전국이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제주도만 유독 조용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보면 제주도에 핵발전소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과연 제주도는 핵발전소의 위험에서 아니 핵의 위험에서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한 것일까?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탈핵공동행동 캠페인

만약 월성이나 고리에서 핵사고가 발생한다면?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로 제주도에 방사능물질이 확인된 사실을 기억한다면 과연 이렇게 마음 편히 있어도 괜찮은 일인지 모르겠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에 방사능비가 내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기사제목에는 ‘제주도 세슘검출, 방사능비 공포확산’이란 제목이 붙어있었다. 제주도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방사능물질로 공포에 떨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경주에 위치한 월성1호기가 부산에 위치한 고리1호기가 불의의 사고를 일으킨다면 제주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행이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군다나 섬지역의 특성상 멀리 대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과연 노후한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해도 괜찮은 일일까?

우리는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쓴다.

제주도민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전기다. 그만큼 우리는 전기를 걱정 없이 쓰고 있다. 그런데 2006년 제주도는 전에 없던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다. 당시 제주도가 2시간이 넘는 광역정전 사태를 겪은 이유는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저송전케이블이 고장 난 탓이었다. 그렇다. 제주도는 도내에서 만들어낸 전기로 모자라 육지부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다. 제주도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약 40% 정도가 바로 육지부 전력이다. 그렇다면 이 전기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다.
‘육지부 핵발전소 전기 쓰는 것이 뭐 어때서 그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혹시라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연설명을 하자면 핵발전소는 핵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만든다. 핵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사능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방사능물질은 핵발전소 주변에서 조금씩 계속 배출된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많이 검출되는 방사능물질이 바로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에너지가 약한 베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방사선의 영향이 다른 방사성 핵종에 비해 적지만 체내에 흡수되면 심각한 방사선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방사능물질이다. 그런데 이 삼중수소가 핵발전소 주변에 유독 많이 검출된다. 그중에서도 월성핵발전소는 다른 핵발전소보다 농도가 무려 최대 883배나 높다. 이 때문에 주변주민들의 소변에서는 삼중수소가 흔히 검출될 정도다. 월성을 떠나 핵발전소 주변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는 결국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주민을 괴롭히면서 만들어진 전기를 우리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제주도에 핵발전소를?

지난 2010년 제주도는 국가 주도로 기술개발 중인 스마트 원자로의 시범사업 유치를 추진하려고 계획을 저울질 하고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시 애월항 LNG인수 기지에 스마트 원자로를 설치해 주변 인구 10만명에게 물과 전기를 공급할 계획을 했다. 스마트 원자로라고 하니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소규모 핵발전소를 의미한다. 통상 기존의 핵발전소가 1,000MW 규모인데 비해, 스마트 원자로는 50MW 규모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결국 스마트 원자로는 규모만 작을 뿐 기존의 핵발전소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결국 제주도 항만을 통해 핵연료를 들여와야 하고, 핵연료를 사용한 후에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핵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시설까지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기술개발 중인 핵발전소를 제주도에 세운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 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자 제주도는 그런 계획이 없다며 물러섰다. 그런데 요즘 정부는 중소형 핵발전소의 보급과 수출에 관심이 많다. 제주도가 또 이런 논란에 중심에 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제주대학교 입구에서 진행된 제주탈핵 캠페인

이렇듯 제주도 역시 핵발전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있지 않다. 오히려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잘못된 핵발전소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처
럼 침묵하고 있다가는 다가올 화를 피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노후핵발전소의 운영중단을 요구하는 행동에 동참하는 일이다. 제주도에는 제주탈핵도민행동이란 연대기구가 존재한다.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그리고 생활협동조합까지 함께하는 조직으로 노후핵발전소의 운영중단과 신규핵발전소 계획중단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혹시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웃는 얼굴로 다가와 동참해 주시길 바라본다.

다음으로 우리 스스로 핵의 위험을 차단하는 일이다. 그중에 한 가지 방법이 한 때 논의된 바 있는 비핵화 조례 제정이다. 비핵화 조례는 단순히 핵발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넘어서 제주도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며, 나아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환경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히 지난 2006년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 실천사업으로 비핵화선언의 필요성을 제기했음을 상기한다면 제주도는 도민의 미래를 위해 핵발전을 비롯해 핵물질의 지하·지상·상공 통과 및 반입·저장 ·생산을 단호히 거부하는 비핵화 조례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을 포기하는 요즘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위험한 핵발전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핵발전의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주도민의 탈핵에 대한 관심도 식지 않아야 한다. 메르스 공포로 힘든 요즘, 핵발전까지 국민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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