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는 10인 이상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명칭은 사규, 인사규정, 복무규정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습니다)’을 작성하여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해당 취업규칙을 사업장에 게시하거나 비치하여 그 내용을 근로자에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러한 취업규칙의 신고, 게시·비치 및 주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각각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을 하더라도 회사 특성에 맞게 작성하지 않을뿐더러 노동자들에게 주지시키거나 게시․비치의무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조합에 의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사업장 노동자보다는 그렇지 않은 노동자가 더 많은 우리 노동현실을 감안해 보면, 통상 취업규칙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유일한 규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취업규칙은 대단히 중요한 노동규범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규범들이 정하지 않았거나 취업규칙보다 하회하는 사항을 정한 경우에는 취업규칙에 정해진 규범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확장시켜 나아가기 위해서 취업규칙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 이해를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사업장 내에 비치하여 열람만 가능하게 할 뿐 사본의 기록 또는 교부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사용자의 취업규칙 교부 거부 행위는 노동조합의 결성 초기나 노사관계가 악화된 경우 노동조합 측의 조합원에 대한 정확한 노동조건의 실태파악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측 입장에서 보자면 조합원의 노동조건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단체협약 요구안 마련, 조합원의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이라는 일상적 조합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취업규칙’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인 바, 사용자의 취업규칙 교부 거부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자 진정·고소 등의 법적대응을 모색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게시·비치 및 주지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교부의무’와 관련하여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고,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교부’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정한 대응방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편, 단체협약에서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요청하는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하여 취업규칙의 요구(제공)를 요청하였음에도 취업규칙을 교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제92조를 통해 단체협약 상 편의제공 조항을 위반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노동부는 행정해석(노조 68107-870)을 통하여 “동 조항의 편의제공이라 함은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사용자가 배려하기로 한 일체의 행위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라는 입장인 바, 노동조합은 사용자를 단체협약상 편의제공 조항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보이나, 검찰은 “단체협약상 자료제공 조항을 노조법 제92조의 편의제공 조항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협의 처분한 바 있다(결국 이 경우에는 단체협약상 자료제공 조항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취업규칙을 교부받을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노동조합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행 법령과 노동부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중요 규범인 취업규칙을 확보하기 힘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의 ‘교부’ 관련 의무를 신설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9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규칙은 더욱 중요한 노동규범이 됩니다. 따라서 취업규칙 교부관련 의무를 신설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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