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질이나 다름없었다. 출범 1년을 맞는 원희룡도정 평가의 목소리가 그랬다. 하나같이 비판은 싸늘했고 질책은 거칠었다.

지난 22일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최했던 ‘민선 6기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였다.

7개 분야별 평가에서 긍정평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정평가의 쓴소리에는 시퍼렇게 날이 섰다. 도정수행 성과 분석은 어름처럼 차가웠고 표현은 자갈처럼 조악했다.

원지사의 도정 핵심 코드는 ‘협치(協治)였다. 현장의 농어민, 시민사회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하고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협치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도민이 중심이 되는 수평적 협치, 생각이 달라도 연대하고 협력해 결국 하나의 제주를 지향하는 포용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취임사에서다.

도지사 선거에서의 경쟁자였던 상대후보를 도지사직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했던 것은 ‘협치 정치의 하이라이트’였다. 신선한 충격의 스파크나 다름없었다.

집권여당 소속이면서 야당출신 인사를 제주시장직으로 영입 제의했던 것이나 시민사회단체 대표 출신을 제주시장으로 임명했던 것 역시 원도정의 협치 스펙트럼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라 할만 했다.

그러나 착시현상이었다. 협치를 말하고 시늉하면서도 뒤에서는 아리송하게 채색된 협잡의 그림자가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상대 후보를 도지사직 인수위원장으로 영입 한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정치 이벤트였다.
그러나 그 위원장이 주도해 만든 제주미래 전략 비전이나 정책 추진 과제의 상당수는 싹둑싹둑 가위질로 떨어져 나갔다. 무자비한 난도질이었다.

‘어르고 뺨 치는 식’ 정치 술수를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시민사회단체 대표 출신의 제주시장 기용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투기 의혹, 불법 건축 관련 의혹, 상수도 특혜시비 등 따가운 여론의 질책으로 중도하차했지만 검증과정이 없이 이너서클의 추천에만 의존했던 ‘협치 인사’의 난맥상은 출범초기 원도정의 뼈아픈 근육통이었다.

정책 개발이나 각급 기관장 인사와 관련하여 지사는 소속 정당 시스템의 의견수렴이나 협조를 받지 않았다, 철저하게 배제했다.
더욱이 협치 정치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도의회도 안중에 없었다.

경쟁관계였던 상대당과는 정책협의나 인사정책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협조를 청했으면서도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소속 정당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도의회와는 ‘소 닭 처다보듯 오불관언(吾不關焉)이었다.

‘적과의 동침‘을 즐기면서 조강지처를 내쳐버린 꼴이라는 비아냥거림은 그래서 소박데기의 푸념으로만 읽혀지지는 않았다.
‘협치 정치’의 진정성에 의아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협치는 실종되고 협잡이 끼어들었다는 소리도 들렸다.

시민사회단체는 원도정 협치 정치의 주요 파트너였다. 취임사의 다짐대로라면 그렇다.
그런데 협치 정치의 중심 파트너가 1년도 안돼 혹독한 도정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협치 정치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치만이 아니다. 개발과 환경정책, 카지노 문제, 감귤과 농지관력 정책, 중국자본 문제, 신항개발 관련 등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토론회는 전방위적으로 원도정의 1년을 타작했다.
긍정적 면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아무렴, 지난 1년 원희룡 도정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부정적 평가를 받을 만큼 잘못한 일 뿐이었겠는가.
시민사회단체의 거리낌 없이 쏟아낸 부정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 ‘비판을 위한 비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시민사회단체의 생리나 행적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그룹에서다.

그들은 말했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시양비(兩是兩非)론적 접근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리되 색안경을 끼고 평가하지 말라는 쪽이다. 편향적 사고에 대한 우려였다.

이들은 원지사의 지난 1년 도정 운영은 “대체로 무난했다”는 시각이다.
정책입안이나 추진의 미시적 각론 부문에서는 어설프고 설익었던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거시적 총론의 방향은 옳았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제주도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제주경제 발전을 위해 가끔은 충격파의 개혁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책오류나 비판 일색의 도정비판에 대한 반론이다.

카지노 문제, 제주신항개발, 비상품 감귤 수매 보조금 폐지 등등도 먹고 사는 문제나 경제 발전을 위한 제주미래 비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봤다.
대안 없는 반대와 비판 그룹을 겨냥한 논리 도전이다. 이는 원지사의 정책 추진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의 도정 평가 접근 방식이다.

긍정적 도정 평가에 인색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적 시각과는 전면 배치되는 시각이다.
물론 도정책의 무오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추진 정책마다 파생이 불가피한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를 전제로 한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안에는 양면성이 있다. 긍정과 부정, 비판과 찬성이 한 영역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전의 양면성’논리와 같다.

원희룡 도정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양면성이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부정적 평가의 뒷면에는 긍정적 평가의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 향후 원도정의 과제는 이렇게 상반된 도정평가를 어떻게 조화시키고 정책 추진에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비록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도정의 실패를 바라는 쪽은 아니다.
도정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제주발전에 기여하라는 충정에서 비롯된 비판일 것이다.

긍정적 시각 역시 언제까지나 도정의 우군일수만은 없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그것이 절망적 상태에 이르면 더 독하게, 더 호되게 도정을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선 6기 도정의 남은 임기 3년은 이러한 양단의 입장을 슬기롭게 조율하고 수용하는 조정능력의 결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가름 될 것이다.

이쯤에서 도의회 구성지 의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의미하는 바 크다.
구의장은 “원희룡 도정이 들어선 후 과거에 비해 정책 변화와 결정이 빨라졌다”고 했다.

“정책 결정이 빨라졌다는 것은 시대변화 흐름에 능동적으로 편승할 수 있지만 자칫 가장 중요한 도민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는 함정도 있다”고 했다.

‘도민의견 수렴’에 대한 조언은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협치 정치의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협치’는 내치고 비판하고 편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아니다. 함께 어우러져 협조하고 칭찬하며 더불어 사는 사랑의 실천이 만들어 내는 작품인 것이다.

글 제목으로 전례민요로 사랑받는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반야월 작사 고봉산 편곡)에서 끌어 쓴 이유도 그렇다.
노래 말의 부부처럼 서로 이해하고 도민과 협조하는 도정 수행을 기대해서다.

원희룡 도정 1년, 잘못도 없지 않지만, 잘한 일을 찾아 한 번쯤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라고 추임새을 넣어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기분 좋게 취임 2년을 열어가지 않겠는가.

잘못을 눈감아 주자는 것이 아니다. 칭찬을 통해 잘못을 알아 뉘우치고 되풀이 하지말라고 주문하는 ‘역설의 논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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