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상담과 사건을 하다보면 노동자들의 휴가사용 권한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을 10년 넘게 해온 필자도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휴가 사용과 관련하여 상담했던 사례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모 주식회사(직원 30여명)의 노동자 두 명이 회사에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신청한 경우입니다. 한 노동자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시민단체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하였고 다른 노동자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회사의 업무의 과다와 인원의 대체불가능을 이유로 두 노동자의 휴가를 불허하였고 이에 대해 두 노동자는 연차유급 휴가는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권리이고 휴가신청은 정당하므로 사용자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휴가를 사용하였고 회사는 두 노동자에 대해 무단결근으로 처리를 하여 징계해고를 하였습니다.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한은 노동자에게 있습니다.

위의 사례에 대해서 법적으로 접근해 보면 먼저 대부분의 회사는 취업규칙에 휴가 사용시에 회사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노동자들은 원칙적으로 휴가 신청시에 회사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을 무제한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노동자에게 부여된 휴가의 사용여부가 사실상 사용자에게 부여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판례는 근로기준법의 해석을 통해서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데 그 기준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월차유급휴가와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있습니다. 먼저 월차휴가(주40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지금은 월차유급휴가는 거의 없어졌습니다)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월차유급휴가의 사용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맡겨진 것으로서 연차유급휴가와는 달리 사용자에게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는 것이다’(1991.1.23, 대법 90도 2852)라고 판결하고 있고 연차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권은 근로기준법 상의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고, 다만 근로자가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면 사용자의 적법한 시기변경권의 행사를 해제조건으로 그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2000.11.28, 대법 99도317 )라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사용해서만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권의 사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위 판례는 노동자가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였음에도 사용자가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도 아니한 채 노동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방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자의 연차유급휴가 자체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그 시기지정권의 행사를 사전에 방해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면 근로자가 시기지정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그 청구를 한 경우에도 사용자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사전에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까지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위 사례에서 직원이 30명이 넘는 회사에서 두 명이 휴가를 사용하였다고 업무가 과다하다는 것은 정당한 시기변경권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구체적으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않고 구두로 압박을 한다면 이는 더욱 정당한 시기변경권 행사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행태로 노동자들의 휴가사용권한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기준을 가지고 사례를 판단하면 노동자들의 휴가사용은 적법하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휴가사용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하여 징계해고를 단행하는 것은 당연 무효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물론, 무단결근 하루 하였다고 징계해고를 단행하는 것은 징계양정에도 맞지 않습니다.)
[※ 참고로 징계에 있어서 징계양정의 정당성이라 함은 노동자의 잘못에 대한 적정한 징계를 하여야 하는데, 잘못에 비해 너무 과도한 징계를 주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단결근을 하루 했다고 해고하는 것은 너무 과하여 정당성이 없는 것입니다.]

휴가 사용과 관련해서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관련해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조합원들이 조합활동을 하기 위해서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에 회사가 조합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휴가 사용의 허가를 해주지 않는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한 최소한 활동이라면 휴가사용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일정부분은 인정하는 것이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 것인데 노동자가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여 조합활동을 하는 경우까지 그 사용을 방해함으로서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근로기준법이 노동자에게 휴가권을 보장하는 것이 노동자의 건강권과 여가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휴가를 사용하느냐에 관계없이 노동자의 휴가권을 인정하는 풍토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덧붙여 휴가와 관련하여 위의 사례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휴가를 정당하게 청구하였는데, 종종 회사가 정당한 시기변경권에 대한 행사 없이 이를 불허하고 노동자는 휴가사용을 강행하고 이후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양정에도 어긋나는 단행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많이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깊게 들여다보면 결국은 사용자들은 흔히 말하는 “찍힌” 노동자들에게 일부러 무단결근 등을 유도하여 징계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노동자, 사용자 모두에게 시간적, 비용적 낭비일 뿐 아니라 노사 간 불신을 더욱 조장하는 일이기에 반드시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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