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독립성 훼손 논란을 일으켰던 출자·출연기관 지정 안건이 재단 이사회를 통과한 후 재단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표결까지 간 끝에 제주4·3평화재단 이사회가 현실적인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사들 반발은 물론 표결 절차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은 "도지사가 독립성의 문제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는 다짐도 했고 그 절차는 밟을 겁니다. 그리고 이사회가 적극적인 찬성으로 인해서 일단은 운영에 대한 어려운 문제는 해결했다고 봅니다"라고 이사회 직후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단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재단은 4.3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4.3사업 총괄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출자·출연법 제정에 따라 도 산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치적 외풍에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단 기금은 당초 정부가 제주도민에 대한 집단적 보상금 형태로 500억원을 기부금 형식으로 출연하기로 했지만 500억원의 이자 형태로 매년 20억원만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에서도 재단에 기금으로 3억원을 출연하고, 운영비와 위탁사업비 등으로 매년 10억원 이상 보조하고 있다.

4.3평화재단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지정에 대한 논의는 2013년까지 전혀 없었다. 지난해 9월25일 제정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도의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당연히 제주도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먼저 재단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이사 선임권도 도지사가 갖게 돼 정치적인 분위기로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재단 이사장도 제주도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실제로 제주도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수장들이 다 교체되었지만 현재 이문교 재단 이사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유는 당시 이 이사장이 4.3평화재단은 정부 출자기관으로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하기 때문에 도지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4.3평화재단 이사장 역시 도지사가 사표를 요구하면 그만 둬야하는 상황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사진 선임, 재단 운영등 제주도의 영향력이 크게 미칠 것이다.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이문교 이사장이 혹시 재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얘기도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출자·출연법 제정에 따라 4.3평화재단의 경우 고시가 안 될 경우 운영비를 줄 수 없고, 사업비는 줄 수 있는 데 공모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재단이 출자·출연기관으로 들어와도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게 지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화해와 상생을 추구해 나가는 제주4.3평화재단이 경제논리로 독립성이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와 아직도 제주4.3의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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