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만세’라는 이름의 세쌍둥이가 있다. 탤런트 송일국의 세 아들이다.
오는 16일이면 태어난지 40개월(2012년 3월 16일 출생)을 맞는다.

이 아기들이 아버지 송씨와 함께 TV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계속 상종가를 치고 있다.

배우출신 국회의원 할머니(김을동새누리당 의원)에다 톱스타 반열의 아버지, 현직 판사 어머니의 후광효과(後光効果)라 해도 ‘세쌍둥이의 인기몰이’는 예사롭지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세쌍둥이를 모델로 한 식음료·자동차 등 광고효과에 이들을 캐스팅한 광고주들이 싱글벙글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有數)의 은행들도 이에 뒤질세라 세쌍둥이를 케스팅 해 ‘대한민국만세’라는 예·적금 금융상품을 출시하여 광고효과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세쌍둥이가 입었던 옷,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방송 소품들도 간접 광고 효과 덕을 보고 있다.

방송을 탔던 관련 상표의 제품들이 영유아기 아기들을 둔 엄마 아빠들에 의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만세’는 각각 나름대로의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첫째 ‘대한’이는 예의 장남다운 ‘의젓함’, 둘째 ‘민국’이는 ‘귀엽고 깜찍한 애교만점 이미지’다. 셋째 ‘만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 발랄한 막내둥이’다.

귀엽고 깜찍하고 생기발랄한 재롱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또래 아기들만의 자산이요 자랑이다.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는 그들의 때 묻지 않는 해맑고 순수한 영혼의 울림이다.

‘대한·민국·만세’만이 아니다. 모든 또래 아기들의 영혼은 그처럼 맑고 순수하고 아름답다.

아기들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삶의 영역은 문명과 세속의 언어에 오염되지 않은 향기의 영역이다.

또래 아기들은 둔 엄마 아빠가, 그런 손자 손녀를 어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넋을 놓아 즐거워하는 이유도 해맑은 동심에서 뿜어나는 향기에 취해서다.

거기에서 고단한 삶을 잠시 잊고 때에 절어 있는 죄업을 씻어보자는 보상심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비록 부끄러운 일이긴 해도 아름다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천진난만한 아기들의 표정에서, 웃음에서, 재롱에서, 세속의 시름을 잠시 놓아두고 흐믓한 웃음 머금어 쉬어 갈 수 있다면 분명 아기들이 보내는 축복이자 선물일 터다.

그랬다. 일찍이 윌리엄 워즈워드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다. 그의 시, ‘무지개’에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빛의 무지개를 보는 설렘으로 어른들이 역시 순수하고 아름다운 어린이에게서 그런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배워야 한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읽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만세’이야기는 그러기에 좋게 보아 넘겨 즐거운 화제가 아닐 수 없다. 세속적 욕심이 끼어들지 않는 한은 그렇다.

그러나 세쌍둥이의 순수한 캐릭터가 세속의 욕심에 물들거나 오염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의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돼 얼룩진다면 이 또한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채 40개월도 안된 아기들을 상품화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그래서 ‘TV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 생각이다. 이윤추구의 생리가 그렇다.

거기서 고결한 기업윤리를 찾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따름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영유아기 연예인 자녀의 인기몰이를 통한 상품화 작업은 차제에 한번 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 입장에서는 자녀를 CF등에 출연시켜 돈도 벌고 인기도 얻는 ‘꿩 먹고 알 먹는 횡재’를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 묻지 않는 순수 어린 영혼인 ‘영유아기 자녀’는 다르다.

생애 첫 5년까지의 영유아기는 모든 발달이 이뤄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신체 인지 사회성 정서 언어 성격형성이 총체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다. 인간 형성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때인 것이다.

이러한 때에 대중의 지나친 관심과 인기 형성이 아기의 인성이나 인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그것이 아기에게 두려움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고 정체성에 혼란을 안겨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기들에게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과 보호를 통해 애착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영유아기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 발달은 대중적 인기에서보다 부모의 건강한 애착형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대한·민국·만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족 사랑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 육아의 순기능’을 알려주는 것은 바람직 한 일이지 나무랄 일은 아니다.

거기서 꾸밈없는 아기들의 재롱을 만날 수 있다면 이 역시 즐거운 행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행여 아기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주변부에서 진행하는 인기몰이의 무게에 눌려 정상적인 정서발달에 부작용으로 작용한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진난만하고 수수한 아기들의 오염되지 않는 맑은 영혼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연예인들의 어린 자녀들을 상품화시키는 프로그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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