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장을 알아봐라” “너는 우리 직장에 맞지 않는다.” “내일부터 회사에 출근할 필요 없다”

'직원을 가족처럼', '선진노사관계'를 얘기하고, '화합'과 '대화', 그리고 '신뢰'를 얘기하던 회사의 모습, 이런 말을 듣는 순간부턴 노동자들에겐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신뢰관계가 일시에 무너지는 것입니다. 결국 버티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은 회사가 들이미는 사직서에 그간 회사를 위해 자신이 쏟아냈던 노고, 회사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한숨을 담아, 자신도 모르는 ‘개인사정’이라는 이유를 사직서에 적어 회사에 내밀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억울한 노동자는 추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노동법 전문가들은 ‘그래도 사직서를 본인 손으로 쓰고 나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직서를 내라고 회사가 협박했는지 강요했는지 이에 대한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판단이 너무도 노동자에게 야멸차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모 관광회사에 다니는 여성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찾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은 수습기간이 지났고 수습기간에 평가를 한다는 것도 몰랐는데 수습기간에 근무평가가 좋지 않다고 퇴근 시간 30분 전에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바로 다음 날 노동자를 사직처리를 하였습니다. 다행이도 이 노동자는 많은 압박을 이겨내고 우선 그 날 사직서를 쓰지 않았고, 회사는 사직서도 없이 노동자를 사직처리 하였습니다.

사직 강압하곤 자발적 퇴사라고 우기기

노동자 본인이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싫거나,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어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가는 거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결국은 그만둘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사직을 압박하거나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하여 노동자 본인이 스스로 사직했다고 포장해버리고 마는 회사의 인사행태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법을 떠나 이 문제는 한마디로 비인간적 처사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잘못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징계를 수용할 정도의 기본적인 태도를 노동자는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업무부주의로 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찾아 왔습니다. 노동자의 주장은 너무나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잘못한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잘못으로 바로 해고를 하는 회사의 태도에 화가 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본인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징계는 감수합니다.

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사가 없는 노동자로 하여금 뚜렷한 이유 없이 대기발령을 시키고, 희망퇴직신청을 하지 않으면 직권면직 시킬 것이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대법2002.7.26.선고2002다19292/2002.6.14선고2001두11076/대법2002.10.25,2002두6552)고 보고 있습니다.

2년 전 한 노동자가 찾아 왔습니다. 이 노동자는 스스로 주위 동료들로부터 원성을 살 정도로 일부 업무처리를 잘못하긴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응이었습니다. 회사는 이 노동자에게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출근을 해 보니 책상을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대기발령을 시키더니 3일 후 강제휴가를 명령하고 이 노동자 분이 휴가 가고 없는 상태에서 동료직원들에게 그에 대한 불만을 모두 적어내라고 하였습니다. 거기엔 ‘위 노동자분을 퇴출시켜야 한다’ ‘해고시켜야 한다’ ‘저런 직원하고 같이 일할 수 없다’ ‘파면시켜야 한다’라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고, 회사는 이것을 노동자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이것을 본 노동자의 기분은 어떠하였을까요? 바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이 노동자가 근무하던 사업장은 근무자들 대부분이 해당 노동자와 학교 선후배이거나 연고자들인데 이들이 작성한 이런 내용의 확인서는 무력적 수단에 버금가는 해당 노동자의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유력한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동료들의 진술서를 해당 노동자에게 들이 밀면서 사직의사가 없는 노동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도록 하여 사직처리 한 것이므로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하였습니다.

6개월 전 한 여성노동자가 찾아 왔습니다. 처음 입사 시에 본인은 아직 어린 아이도 있고 주말에는 아픈 시부모님을 돌보야 함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을 근무하고, 하루 근무시간도 6시간씩 근무하기로 근로계약을 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업무능력이 뛰어난 것을 안 회사는 이 조건에 노동자와 계약을 하고 근무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4개월 후 갑자기 회사에서 근무형태를 수요일에서 월요일까지 주6일에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라고 인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상사를 찾아가 항의를 하니 회사의 방침대로 근무를 하든지 아니면 사직서를 작성하라고 윽박을 질렀습니다. 이 여성노동자는 육아와 시부모님 병수발을 포기할 수 없기에 결국은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2달 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분하고 원통하여 상담을 해 오게 된 것입니다.

위에서 사례로 든 4가지 경우 모두 노동자가 승소하였습니다. 아니 3건은 법의 판단이 있기 전 회사 스스로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위 4가지 상담 사례에서 공통점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각종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불만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다른 직원들에 비해 앞장 서 행동을 하던 노동자들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회사는 이런 노동자들을 쫒아 내기 위하여 비인간적인 악랄한 방법들을 사용한 것입니다.

위 사례들의 경우를 요약해 보면, 수습기간이 지난 노동자에게 저조한 평가가 나온 수습평가서 들이밀어 사직서 강요하기, 단순 업무부주의에 대한 과도한 징계, 동료직원들의 과장된 진술서를 통한 사직서 받아내기, 노동자가 아예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하여 사직서 받아내기 등입니다. 이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해고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회사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는 노동자들이 능력도 뛰어나고 성실한 경우라 아예 징계해고가 불가능 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을 잘 모르고 있고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법을 통한 구제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가 이러한 행위를 하도록 컨설팅을 해 주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법을 떠나 제발 이런 비인간적인 인사행태는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예의로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간절히 이 글을 통해 전합니다. 억울한 마음에도 분을 삭히며 회사를 떠나고 상담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3개월 후에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신청도 불가하여 결국 법원 소송으로 가야한다는 말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도 수없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야멸찬 인사행태를 당한 제주지역 노동자분들 중 제가 아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 1/10도 되지 않겠지요?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 3항에 근거하여 만들어 졌습니다. 즉,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단순히 개별적 법률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사업을 영위하시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권에 대한 인식 수준에서 이를 바라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안을 하나 해 보자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의 경우 기본적으로 노동권과 노동관계법 교육을 1년에 4시간 정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식당업을 영위하는 사업주의 경우 식품위생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의무로 알고 있는데 식품위생교육과 노동권과 노동관계법 교육 중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느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교육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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