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영진
최근 메르스가 진정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개별소비 및 관광객 감소 등 전국적으로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외식을 삼가고 직장이나 단체에서도 회식을 줄이고 있어 대다수 식당이나 소매점의 수입이 현저히 감소되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하지 않아 숙박업 등 관광업계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가끔 식당에 들려 장사가 잘 되느냐 물으면 아예 손사래를 치면서 묻지 말라고 한다. 이처럼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를 보여주고 있어 지역경제에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예산편성 등 재정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수 소비가 가장 좋은 정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메르스의 파고를 넘기 위하여 지역 상가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아랑조을거리 상가번영회이다. 상가번영회의 속한 업소 중 20여 개의 업소에서「메르스 위기극복 경제살리기 및 아랑조을거리 조성 10주년 맞이 고객감사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할인참여업소에서 식사를 하면 10%를 할인해주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랑조을거리를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지역경제 살리기에 조금이라도 동참한다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 시기에 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사인가.

서귀포 먹거리 골목의 대명사로 통하는 아랑조을거리는 낡고 영세한 음식점들이 있는 그저 그런 거리에서 2005년도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상가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공적 변모를 꾀한 곳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곳이다. 인도개설 등의 기반시설사업 및 보안등․ 조명등 설치 등 밝은거리조성사업, 간판개선․ 한전주지중화․가로화분 설치 등 환경개선사업 등과 더불어 친절한 손님맞이, 업소주변 환경정비, 맛집지도 배포 외 각종 홍보활동 등 상가번영회의 자구노력으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우수외식업지구로 선정되는 등 10년이 지난 오늘의 아랑조을거리는 타시도에서 첫 번째 벤치마킹 장소로 방문하는 명품거리로 재탄생 되고 있다.

잊혀져있던 경제이론이 다시 떠오른다. 조선 후기의 유명한 실학자 박제가의 “북학의”에 나오는“우물론”이다. 그는「무릇 재물은 우물과 같다, 우물물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 퍼내야만 맑은 물이 솟아나고, 퍼내지 않으면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린다」고 하였다. 중국의 선진 문물을 보고 돌아온 후에 쓰여진 책 “북학의”에서 「비단을 입지 않으니 나라 안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고, 그릇이 비뚤어지든 어떻든 간에 개의치 않으므로 예술의 교묘함을 알지 못하니, 나라에 공장(工場)과 도야(陶冶:질그릇을 굽는 곳과 대장간)가 없어지고, 기예도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박제가의 “우물론”은 왜곡된 검소를 극복하고 소비의 원리를 정확히 운영하는 것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우물은 퍼낸다는 측면에서 소비를 의미한다. 계속해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은 마르지 않게 되며 이는 곧 새로운 경제 질서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또한 필요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생기는 경제적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였다. 절약은 분명 미덕이지만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경우 절약은 오히려 악덕이 되는 것이다. 우물론의 핵심은 바로 생산과 소비의 상호작용이다. 불경기에는 소비를 늘려주어야 돈이 돌고 돈이 잘 돌아야 경제가 원활해질 수가 있다. 따라서 소비가 늘지 않으면 새로운 투자와 고용 기회는 창출되기 어렵다. 가장 먼저 돈이 돌아가는 곳이 시장하고 소매업이다. 시장경제의 원천인 주부들이 나설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전한 소비와 사치를 구분하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는 생산과정으로 이어져 경제의 순환을 활발하게 하여 개인의 소득을 증가하게 하는 반면 사치는 개인 소득 수준에 비해 지출이 많은 것으로 사치가 심할 경우 경제생활에 제약을 받아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치와 낭비는 배제돼야겠지만 필요한 소비마저 억제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소비는 개인 입장에서는 지출에 해당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수익에 해당하는 것이 된다. 아름답고 건전하고 착한 소비는 어떤 것인가? 아마도 버리지 않는 소비, 꼭 알맞은 소비가 아닌가 한다.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소비생활을 지켜 나갈 때 가정과 지역경제 그리고 국가경제에 이비지함은 물론 계층 간 위화감 해소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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