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문위원 강영봉
국가는 2010회계연도부터, 지방자치단체는 2013회계연도부터 성인지 예·결산서를 작성하고 사업을 시행한 지 올해로 6년째와 3년째를 맞고 있다. 필자는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한 이후 매 회계연도마다 집행기관의 성인지 예·결산서를 꼼꼼히 살펴보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은 “성인지(性認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인지 성인지 예산제도와는 거리가 멀거나 취지에 맞지 않은 사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과 관련하여 국가제정법 제16조(예산의 원칙)에 명시하듯이 성인지 예산은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남녀 차별 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와 기회를 보장하고, 남성과 여성의 요구와 관점을 조화롭게 통합한 양성평등의 사회적 실현에 있다. 이런 취지에서 「여성발전기본법」이 전부 개정하여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양성평등기본법」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할 수 있다.

이 두 제도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공통적 사례가 되겠지만 ‘여성과 남성이 화장실 이용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공장소의 여성화장실 개수를 늘린 정책, 여성이 남성보다 보편적으로 키가 작다는 것을 착안해 지하철 전동차 및 공공버스의 손잡이를 높고 낮게 설치한 것 등이 좋은 사례인 것이다.

제주자치도나 제주교육청이 성인지 예산에 남녀가 생활하는 공간과 환경 등 여러 여건을 세밀히 영향분석하고 예산편성과 집행을 하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사업명칭은 분명 성인지 예산이라 하지만 그 내용은 남녀의 성별영향과는 무관하게 예산편성과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은 단순히 여성과 관련된 사업에 지원을 늘리거나 남성과 여성을 50:50으로 배분하자는 것도 아니다. 성별수요를 분석하고, 성별 격차를 없애고, 성별균형을 조화시키는 것으로서 예산배분의 균형을 통해 공정성, 투명성, 효율성을 높이는데 있다. 일부기관에서는 성인지 예산이 마치 여성권익 신장이나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이겠지만 ‘2014회계연도 교육비특별회계 성인지 결산서’로 여성혜택 위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기관의 예를 보더라도 아직도 성인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성인지 예산제도의 안착과 목적을 살리기 위해 2016회계연도의 예산편성을 하기 전에 각 기관과 부서별로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성인지 예산제도가 좀 더 현실화되고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예산제도와 연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두 번으로 끝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제주자치도와 교육청은 각 공직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예산서 작성 교육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지방의회에서는 보다 더 성인지 예산서 심의를 위한 관심과 연구를 한다면 금상첨화의 성인지 예산제도의 목적이 달성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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