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 등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3000일을 이틀 앞두고 제주해군기지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마무리 됐다.

참가자와 포옹하는 문정현 신부

지난 7월 27일부터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제주도 전역을 순회한 것이다.

강정마을의 평화를 이끄는 이번 행사에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 있다.

70대 중반의 문정현 신부다.

그는 ‘제주도 서귀포시 말질로 187번지, 여기가 내 주소이자 무덤이다’라고 외치며 강정마을 지키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1940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76세의 老신부다.

1949년생인 동생 문규현 신부도 67세의 나이에 형인 문정현 신부와 같은 사제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사실 문규현 신부는 1989년 대학생 임수경씨와 함께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문정현 신부는 전북 익산 창인동 성당에서 본당신부로 일하고 있었다. 신자들과 젊은 신부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기는 몸으로 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평화를 옭아매는 족쇄들이 툭툭 끊어지게 된다. “당시 내 말을 듣고 문규현 신부도 울었다고 하더라. 참 힘들었고 나도 극복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평화란 몸을 던져 이루어내는 것이었다. 말로 하는 평화는 관념이다. 몸을 던졌을 때야 평화는 희미한 실체를 드러낸다. “평화는 참 어렵다. 쉽지가 않다”라고 회상했다.

형제가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것도 드문 일인데 둘 다 평화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8월 3일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3000일째 되는 날이다.

제주 강정마을에 사는 문정현 신부는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30m쯤 떨어진 작은 천막 안 작은 테이블에서 나무를 자르고 서각을 한다. 여기저기서 주워 온 나무로 마음에 와 닿는 성서 구절을 새긴다.

해군기지는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문 신부를 제일 화나게 하는 얘기는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건 기정사실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는 “해군기지가 완공된다고 해도 거짓이 참이 되고, 사기가 진실이 될 수 없듯이 진실은 언젠가는 되 살아 난다”라는 일념으로 우리들이 끝까지 그 거짓과 폭력을 견뎌야 한다고 늘 외치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3000일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그는 사실 강정마을 주민이다. 해군기지 문제가 처음 불거진 2007년부터 강정에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강정과 군산을 왔다갔다 하며 그가 속한 ‘평화바람’ 식구들과 함께 장사를 했다. 갈치를 팔고 전복을 팔고 젓갈을 팔아서 돈을 벌어 해군기지 반대투쟁 자금에 보탰다. “그러다가 도저히 강정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 죽겠더라. 2011년 7월 3일 보따리 싸들고 아예 들어왔다. 주민등록지도 옮겼다.

외소한 체격의 문정현 신부는 이번 행사 내내 강정 주민들과 함께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해오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강정에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를 외쳤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평화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원하는 평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 문정현·문규현 두 형제 신부님이 성당에서 사제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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