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별빛 받던
황금의 감귤나무

언제부터인가 스산한 바람이 불더니
단단한 가지들이 부러지고 있다
안으로 아픔만 삭히면서 꽃은 떨어지고
떨어진 자국마다 생산비도 못되는 무게를
가늠하며

텃새들 산노을 끌고 와
빚 독촉하는 내 귤밭.

<지은이> 오영호(1945~   ) : 198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풀잎만한 이유’외
 현재 제주공업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중

제주도에 감귤나무가 대학(大學)나무라 불리우는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만 해도 감귤농가가 흔치 않았으며 감귤값이 황금값이었다.

어려운 농가에서 자녀 대학 등록금은 엄두도 못 낼 때 감귤의 진가는 대학을 보내는 주수입이었다. 감귤농이 주농이 되고 있는 오늘날의 제주 농업은 한 마디로 영락(零落)이다. ‘생산비도 못되는 무게’의 감귤수확은 오히려 농가의 빚무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 되었다.

‘텃새들 산노을 끌고’오는 것은 무지막지한 개발산업에도 있지만 제값도 못되는 감귤농업에 매달리는 어쩔 수 없는 우리 농민들 ‘안으로 아픔만 삭이는’ 가슴을 앓고 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강부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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