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관악인들의 축제, 2015제주국제관악제 및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8일 개막해 16일까지 9일 동안 제주를 금빛 선율로 물들인다.

제주도와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는 한국·러시아·미국·캐나다·프랑스·스위스·벨기에·헝가리·스페인·독일·네덜란드 등 10여 개국 관악인 40여개 팀을 초청, 8일 오후 8시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제20회 제주국제관악제 개막공연을 한다.

개막공연에서는 재일동포 박수현 작곡가가 제주민요환상곡을 선보인다.

제주아트센터와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는 8∼14일 오후 3시와 8시 실내 공연을 펼친다.

10일 전문 금관앙상블, 11일 마에스트로 공연, 12일 전문 클라리넷앙상블·금관5중주, 13일 유명 작곡가의 작품조명 행사인 '에릭 이와즌의 작품세계' 등도 제주아트센터에서 마련한다.

광복절인 15일에는 참가팀들이 제주시 문예회관∼광양로터리∼중앙로∼제주해변공연장 4.7㎞ 거리를 행진하고 서울시립무용단과 제주윈드오케스트라 등이 해변공연장에서 경축음악회를 연다.

제주해변공연장과 서귀포천지연폭포 야외 공연장에서는 오후 8시마다 2∼3개 관악단이 출연, 여름밤 더위를 날릴 시원한 관악의 하모니를 선사한다.

문화 소외지역이나 제주의 명소 등을 찾아 연주하는 '우리동네 관악제'도 곽지과물해변(9일), 서귀포 서복기념관(11일), 수산초등학교(12일), 김영갑갤러리(13일), 탐라교육원(14일), 이호테우해변(〃), 한림공원(15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16일) 등 도내 곳곳에서 펼진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지난 1995년 시작해 올해로 20회를 맞은 이번 관악제는 제10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경연도 열린다.

서귀포예술의 전당 등지에서 진행되는 관악콩쿠르에는 13개국 190명이 참가한다.

올해 관악제 행사는 16일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립무용단의 한국의 전통예술 공연과 같은 날 제주아트센터에서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입장자들의 음악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개막공연에서 제주민요환상곡을 선보이는 재일동포 작곡가 박수현(35)씨가 제주민요 봉지가를 기반으로 만든 제주국제관악제 20주년 기념곡 '축제의 봉지가'가 연주된다.

재일동포 3세인 박씨는 외조부모의 고향인 제주가 곧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외조부모는 4·3사건 당시 위험한 상황을 피해 고향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갔다. 박씨는 외조부모와 어머니에게서 제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박씨는 "외가 쪽에 음악이나 미술 분야 일을 하는 분이 많다. 제가 음악을 하니 가족들이 '너는 제주의 핏줄을 이어받은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며 "제주에 오면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끼지만 따뜻함, 포근함, 안정감 등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2003년 제주국제관악제를 보기 위해 처음 제주를 찾았다. 당시 '현대 관악의 거장' 알프레드 리드의 편곡 강좌에서 관악 작품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듣고, 제주의 친지들을 만나기도 했다.

20대 중반이던 2005년에는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한국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박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나의 뿌리'인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곡에 앞서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의 위촉을 받아 '오돌또기 광시곡'(2009년)을 만드는 등 제주민요를 기반으로 한 곡 작업도 몇 차례 했다.

박씨는 제주국제관악제 20주년을 맞아 제주민요를 바탕으로 한 관악곡을 만들어달라는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의 연락을 받고 고심 끝에 '봉지가'를 선택했다.

봉지가는 꽃봉오리가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를 통해 남녀의 연정을 표현한 곡으로,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에서 불린 창민요다.

박씨는 이전에 봉지가를 관악곡으로 편곡하면서 매력을 느껴 이 곡을 기반으로 창작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봉지가는 여성적이면서 부드럽고, 리듬의 역동감도 갖고 있으며 선율의 진행도 다른 민요와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며 독특한 인상을 받아 이 곡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인터넷에서 봉지가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봉지'가 제주어로 봉오리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곧 꽃으로 피어날 봉오리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앞으로 제주국제관악제와 제주도가 발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축제의 봉지가'는 3악장으로 이뤄졌다.

1악장에는 제주라는 도시의 미래 이미지를, 느린 템포의 2악장에는 제주의 이름다움을, 3악장에는 제주도민 모두가 손잡고 춤추는 활발하고 역동적인 축제의 이미지를 각각 담았다고 박씨는 전했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제주민요는 한국의 여느 민요와 학술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차이가 있다"며 제주민요에는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제주국제관악제와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어요. 다음번에는 지금 세살배기인 아들 등 일본의 가족과 함께 관악제에 오고 싶습니다."

박씨는 "아직 한국의 관악 문화는 일본과 비교하면 도전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제주 관악문화를 키우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며 제주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강조했다.

1980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박씨는 오사카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지휘와 클라리넷을 배웠으며, 교토조형예술대학에서 예술학을 배웠다.

일본과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박씨는 아시아작곡가연맹이 주최한 아시아음악제2003(도쿄)에서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했다. 최근에는 전일본취주악콩쿠르 작곡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축제의 봉지가'는 8일 오후 8시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15 제주국제관악제 개막공연에서 첫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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